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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218

부고(訃告)에 대한 주석 매끈하게 잘 쓰인 논문들에서 쉽게 발견되는 주석은, 흔히 본문과 비교하면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주석은 우리의 무의식을 닮았다. 무엇인가를 감춤으로써 유지되는 글의 연속성이란, 다스릴 수 없는 진심에 대한 알리바이와도 같다. 주석의 글이 본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의식이 거짓의 모습이 아니고서는 의식의 영역에 공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위에 인용된 제15호에 실린 남수영 교수의 하룬 파로키의 부고를 가장한 의 첫 대목은 제게 있어서는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의 값어치를 다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윗글을 읽으면 왜 제가 그간 주석을 그토록 열심히 읽었는지, 때로는 왜 본문보다 밑줄긋기가 많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 번도 구체적으로 .. 2014. 12. 19.
우리 시대의 정의 또는 어느 대학의 특강 아래의 대화록은 동일시점의 단일 대상과의 대화록이 아니며, 편의에 따라 온-오프의 대화를 한명과 대화한 듯 편집한 것입니다. 아울러 블로그에 올려도 될 정도로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A : 이 기사 봤냐? 아직도 가 돈 되는 책인가 보지? [참고 : 저자인 마이클 센델에 의하면 국내 번역본 출판사 교체는 반드시 돈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만술 : 봤어. 아직도 국민들이 정의를 갈구하나보지. 또는 이와중에도 국민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헛갈리는지도 모르고. 다른 건 모르겠고. 라는 제목이 원제(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를 의역한 것인데,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되나? A : 어렵고, 명쾌한 맛도 없는데 잘 팔린 것 보면 용해. 정작 미국서는 그닥인데, 유독 우리나.. 2014. 12. 9.
순례자는 리클라이너에 앉아 영화와 책을 본다 1. 바흐 칸타타 순례 중간 점검 바흐의 종교 칸타타를 해당 교회력에 맞춰 그 의미를 곱씹으며 감상해보는 1년간의 일정이 어느덧 절반에 도달했습니다. 기독교력은 삼위일체 대축일(Trinity Sunday)을 기점으로 전반과 후반이 나뉜다고 할 수 있는데, 전반은 예수의 생에 맞춰 탄생에서 수난 그리고 부활과 승천까지 이어진다면, 후반은 이번 주 일요일인 삼위일체 대축일 후 첫 일요일부터 시작하여 기독교의 각종 교리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신자는 아니지만 반년 동안 교회력의 흐름에 따라 각종 축일의 기원과 의미, 나라별 특징 등을 공부하고 바흐가 음악으로 표현한 신앙고백을 들으면서 뜻있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세속 칸타타까지 포함하여 바흐의 칸타타를 일정 기간에 모아 모두 들은 경험은 이미 해봤지.. 2014. 6. 20.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은 XP를 업그레이드 하리라 게으름, 블로그에 대한 확신부족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있어서 블로그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무려 1년 이상 끌어 오던 일이 얼마전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록 비용상으로는 수억(이게 그냥 하는 수식어로서의 의미가 아닌게 문제입니다)이 깨졌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한 걸 다행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1. 다운이 5주기 + 아름이 추모 1년 넘어 끌어 오던 일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던 지난 11일 다음날인 12일이 다운이의 5주기였고, 얼마전 아름이도 우리곁을 떠났던지라 가족끼리 간단한 추모행사를 했습니다. TV로 함께 했던 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 세월들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고, 시우와 가빈이에게도 아름이 다운이를 다시한번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행사였는데, 와이.. 2014. 4. 15.
최근의 득템 1. 에스쁘레소잔 세트 후배 J군 장모님이 그리스에 여행갔다 사다주신 에스쁘레소잔 세트. J군이나 J군 집사람이나 에스쁘레소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제게 넘어오게 된 세트입니다. 무려 6인조인데 저도 방문객중에 에스쁘레소를 즐기는 사람이 없고, 기껏해야 와이프가 마끼아또를 연중행사로 마시기 때문에 2인조면 충분할 것 같아 일단 2인조는 Y군에게 분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디자인은 전형적인 그리스 문양이라고 하기에는 좀 화사한데 옆에 보이는 암포라(제가 아테네던가 크레타던가에 갔다 사온 기념품) 스타일로 조금 심플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곳곳에 보이는 금박은 무려 24K라고 합니다. 손님이 왔을 때 이런저런 배경 이야기와 함께 커피를 내어주면 그럴듯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아이폰 5S 아.. 2014. 4. 7.
이런 저런 이야기 이런 저런 근황입니다. 1. 플래티넘 2관왕 달성 어느 회사 다니던 막바지 수년간 부동의 지위였던 교보문고 플래티넘 회원이 프리임 회원으로 그리고 마침내 일반 회원으로 추락. 회사 그만두고 탱자탱자 하는 사이 급속히 플래티넘 회원 자격을 회복하더니, 어제는 알라딘까지 플래티넘으로 승급되었다는 메일이 왔네요. 지금보다 더 지르던 시절에도 한곳만 애용해서 2관왕 달성은 못했는데 이제 Yes24 까지 손대면 3관왕 달성할 기세입니다.^^ 2. WoW 확장팩 준비? WoW의 다음번 확장팩이 발표 되었습니다. 레벨이 100까지 상향되며, 과거의 드레노어(아웃랜드)의 스토리가 전개 된다고 하는데 저 같이 워크래프트 시절부터 즐겨온 스토리덕후들에게는 과거의 영웅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멋진 기회라 생각됩니다만 과연 .. 2013. 12. 18.
경기학생건축물그리기대회 지난달 시우에게 경험을 시켜줄 겸 해서 경기도청에서 있었던 경기학생건축물그리기대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가서 그림도 그리고 점심도 먹고, (이런 대회가 보통 이런 저런 행사와 체험도 겸하기에) 좀 놀다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시우로서는 처음 참가하는 미술대회인데 주제가 시우가 좋아하는 건축물 그리기였기 때문인지 점심도 늦춰가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상금도 있다는 이야기에 시우는 무척이나 고무되었죠. 이런 대회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있고, 주최측에서 “배려”하는 대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와이프는 시우에게 100% 뽑히지 않을 테니 기대하지 말라했죠. 더구나 시우는 1학년이니 아무래도 고학년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어제 시상식이 있었는데 시우가 경기 건축사회 회장상(우수.. 2013. 11. 22.
먹고 살고, 거짓말하며, 추억하고 혁명을 꿈꾸기 요즘 그냥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 1. 먹고살기 행여 제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들어오시는 분이라면 제가 한동안 3일 일하고 4일 쉬는 환상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만 그 아름다운 삶은 끝났고, 지난달부터 다시 새롭게 자리를 잡아 빡세게 남들처럼 5일 내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룹은 아니지만 몇 개의 회사들이 (한명의 회장과 복잡한 상호지분관계로) 얽혀져 있는 회사인데 (그렇다고 지주회사 구조도 아닌 좀 묘한 시스템입니다) 어영부영 임원이 되었습니다. 예전 다니던 회사는 임원정도는 국방부 장성 보는 느낌이었고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결재판 셔틀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지금 회사(집합)은 제조업 중심이라 그런지 위상(대우나 혜택과는 별개입니다...ㅠ.ㅠ)과 책임이 좀 더 크네요... 2013. 11. 13.
우리 좌빨은 왜 성공하지 못할까? 제가 갑자기 오른쪽-왼쪽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월간지 가 장사가 안되는지 1년 정기구독하면 (세계史가 아니라 세계事 입니다)를 끼워준다는 이벤트를 한다고 메일이 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10월호를 뒤적이다가 보니 “ 구독이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제목의 세르주 알리미의 독자에게의 호소문까지 실려 있고 프랑스 사정도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명색이 월간지인데 40쪽짜리 타블로이드 신문 같이 생겨서 가격은 1만원이나 받으니 무려 56쪽에 푸짐한 광고와 온갖 쓰레기를 보너스로 담아 800원에 모시는 류와 비교하면 무진장 비싸 보입니다만(집에서 이런 “전단 포장지”를 받아보시면 자전거도 받고 1년 정도는 공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고된 기사들을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일단 온라인에서.. 2013. 10. 18.
오늘의 사건 XX공사에 계신분의 마음 씀씀이는 알흠다우시다~! (맥락을 모르시는 분은 이전 포스팅 참고) 1. 새벽 6시부터 문자가 옴 - 절대로 먼저 전화 안하고 내 전화비 내며 전화 하게 만드심. 2. 명절 앞이니 뭐 선물이라도 보내려 주소 알아보시려나 하는 마음에 전화함 - 이런건 비서 시키지 뭘 직접...ㅋ 3. 내가 아무리 이전 회사에서 이런 것도 해야 하나 하는 일들도 해왔지만 이번엔 미국 어떤 연방기관 관련 뒷조사를 시킴 - 내가 회장님 빌라 땅따먹기 한다고 라카들고 마당에 줄긋기도 해보고, 다양한 분야의 사기꾼들 만나봤지만 정말 이런 것 까지 시킬 줄은 몰랐음. (뭐 이런거 뒤지며 미 연방기관 조사하는 거면 좋았겠지만...) 도대체 거기 신의 직장인 "공사"에서 일하는 넘들은 능력이 어떻길래 날 시키나.. 2013. 9. 11.
인문예술잡지 F 최신호(F10)를 보면서 떠오른 우정과 작업에 대한 사고의 편린들 잡지(雜紙) - 저는 잡지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떤 사물을 지칭하는 “이름”이라 생각하면 되겠지만 제 스스로 잡스러운 것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고 (물론 매우 雜스러운 정기간행물들이 있긴 합니다) 때문에 “정기간행물”이라거나 “월간지”, “계간지” 같은 용어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는 얼마 안되는 이런 정간물중에 노골적으로 제목이 “잡지”인 정간물이 있으니 “인문예술잡지 F"입니다. 앞에 거창하게 “인문”과 “예술”을 내세웠지만 내용이 잡다한 것은 사실입니다.^^ A5 150쪽 정도에 10여가지의 기사가 있으니 기사에 따라 10쪽 미만인 경우도 제법 되죠. 기사의 수준도 등장하는 용어들이나 서술기법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크게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이지는 않습니다. 따라.. 2013. 8. 20.
휴가, 음악, 셰익스피어, 그리고 잉여는 유빅을 마신다 내일(8/9)부터 19일까지 휴가 예정이라 포스팅을 할 여유가 없을 듯합니다. (휴가라서 포스팅할 시간이 오히려 없다니!) 휴가특집(?)으로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1. 음악가와 아기들 피아니스트 앤스니스의 이란성 쌍둥이들이 3개월간의 인큐베이터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부모 품으로 안기게 되었습니다. 가랑차도 둘째를 12월에 낳을 예정이라하고, 얼마전 게오르규와의 드라마틱한 결별을 한 알라냐는 벌써 내년 2월에 아빠가 될 예정이라 합니다. 엄마는 게오르규가 아닌 소프라노 쿠르자크. 2. 퍼트리샤 콘웰 큰물로 이적 스카페타 시리즈로 유명한 소설가 퍼트리샤 콘웰이 하퍼콜린스로 옮긴다고 합니다. 이미 11월로 날짜가 잡힌 스카페타 시리즈 21권 “Dust”까지는 예전 출판사에서 나오고 다음 부.. 2013.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