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게임 - 취미생활203 [독서]사카나(魚)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魚食) 문화 이야기 (서영찬 지음 / 동아시아) 참치가 고급 생선의 지위에 오른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에도시대에는 가다랑어가 최고급 생선으로 맏물을 맛보기 위해서 지금 돈으로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의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가 먹는 스시인 니기리즈시의 역사도 생각보다 짧아서 19세기 초에 에도에서 탄생했고, 그 이전에 스시라고 하면 최소 몇 개월을 삭힌 우리나라의 홍어 같은 나레즈시를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슬쩍 잡학다식을 자랑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 일본 어식(魚食)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각각의 품종을 단위로 해서 풀어놓은 책이 입니다. 저자는 일본 출신이거나 일본에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일본어 출전을 섭렵해 단순한 음식이나 물고기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문화, 설화 등을 음식 재.. 2025. 2. 28. [독서]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우리말 어원 사전 (조항범 지음 / 태학사) 과거 가짜뉴스도 이런 그럴듯하지도 않은 가짜뉴스가 있냐고 생각했던 일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을 4일로 생각하며, 을 로 아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기자 중에도 이라는 표기를 쓴 경우도 있다는, 그래서 문해력이 문제 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몇 년 주기로 반복될 때마다 정말 극히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과장해서 뉴스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정국과 이런저런 말들의 오감을 보면서 학력이나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저런 이야기들을 믿고, 저렇게 생각하고, 믿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연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세상인데 을 4일로 생각하고 우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 이상한 세상은 아닐 수도 있겠.. 2025. 2. 3. [독서]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추천 국립박물관에서 3월 초까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과 협업으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술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클림트가 가장 유명하니 클림트의 작품을 많이 기대하고 가실 텐데, 클림트 보다는 실레의 작품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물론 저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 시절 비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시 작가 모두가 소중하지만, 회화 쪽에 관심이 많은 일반적인 애호가들로서는 공예품도 상당수 전시된 이번 전시가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분리파 예술에 있어 건축과 공예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참고하시면 이번 전시가 사실은 매우 알찬 면모가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위해 사전/사후에 읽으면 좋을 책 두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전시의 제목과 같.. 2025. 1. 16. [독서]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글항아리) 도쿄(에도)에서는 소바(메밀국수)를 많이 먹고, 오사카는 우동을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생쌀을 먹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던 이에야스의 지시는 정말로 그 전황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결정이었을까요? 벚꽃은 정말 죽음을 숭상하는 무사정신의 표상으로 추앙되기 시작한 것일까요?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식물과 그 생태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입니다. 책의 원제는 조금 더 추상적이자 센고쿠-에도막부 시대를 아는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를 자아낼 제목인 인데, 책의 종반부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생태학을 전공한 학자로 농림기술연구소 등을 .. 2025. 1. 13. [독서]시민권의 이론 - 동 시대 민주정들에서 다원성을 조직하기 (판 휜스테런 지음 / 그린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점령당한 네덜란드의 공무원이라는 극단적 사례에서 [중략] 종전 후 수많은 공무원들이 외세 치하에서 공무원으로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법정과 조사위원회에 출두했다. [중략] 많은 경우 그들은 형법을 어기지 않았고,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해당 직책을 규정하는 명시적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쟁 중 그들의 처신은 잘못으로 치부되었고, 징계와 강등, 해고 처분이 그들에게 내려졌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한 것일까? [중략] 공무원들은 특수한 상황, 곧 외세 점령 및 통치 하 공무원이라는 상황에 처한 시민에게 요구된 바를 저버린 시민이라는 자격으로 책임을 진 것이었다. 운명은 그들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는데, 이 상황에서 그들은 시민들 사이에 존재하던 .. 2025. 1. 3. [독서]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 아날로그) 원제 를 번역한 은 트럼프 1기 집권기인 2018년 출간되었는데, 다소 자극적인 번역 제목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트럼프 2기와 국내상황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시의적절한 인사이트를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국내 제목에서 내세운 세 가지를 다루고 저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쿠데타와 관련해서는, 폭력적이고 국가를 한 번에 전복하는 방식의 쿠데타는 21세기 민주국가에서 발생하기 거의 불가능하지만, 소리 없이 다가오는 현대적인 방식의 쿠데타는 가능하고 이런 상황하에서 국민은 쿠데타가 일어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도 힘듭니다. 이미 권력을 가진 행정부가 민주주의의 진행을 유예하거나 행정권의 과용으로 민주주의라는 형태는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민주적 체제를 약화시키는 방.. 2024. 12. 26. [스포츠]프로레슬링 또는 WWE에 얽힌 이야기들 난…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헐크 호건이 얼리밋 워리어와 격돌하는 순간들.마쵸맨 랜디 새비지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던 것.숀 마이클스가 마티 자네티에게 슈퍼킥을 날리며 더 락커스에 종지부를 찍던 장면.더 락이 락키 마이비아로 데뷔하던 장면과 스티브 오스틴이 링마스터로 등장하던 장면도.렉스 루거가 요코주나를 들어 매치던 순간이나 브렛 힛맨 하트가 몬트리올에서 배신을 당하던 순간도 봤지. 트리플 H가 헌터 허스트 험슬리라는 재수덩이 귀족 기믹을 수행하며 금발을 날리던 장면과 어디서 닮지도 않은 가짜 디젤과 레이저 라몬을 끌어다 등장시킨 장면도 말이야. 김일이 국민영웅으로 추앙받고, 그 후계자는 천규덕이라 생각되던 시절, 프로레슬링을 즐겼습니다. 아마 이 시절의 프로레슬링은 차범근의 축구나 고교야구.. 2024. 11. 27. [독서]여성, 오래전 여행을 꿈꾸다 (의유당관북유람일기, 호동서락기, 서유록) 비록 그렇다 해도 산의 거대함을 못 보고, 마음으로 사물의 많음을 겪지 못한다면 변화에 통달하고 그 이치에 이를 수 없으므로 그릇이 비좁고 앎이 트일 수 없다. 그래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 것이다.나는 결정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이지만 강과 산이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 돌아보겠다고. 강에서 목욕하고 언덕에서 바람을 쏘인 뒤 노래하며 돌아온 공자의 제자 중점을 본받겠다고 하면 성인께서도 마땅히 뜻을 함께 하실 게다.이제야 알았네 하늘과 땅이 크다 해도 내 가슴속에 담을 수 있음을.- 김금원, (최열, 에서 재인용> 최열 선생의 역작인 시리즈 중 근간인 편을 읽다 이 인용글을 마주쳤을 때, 그 글의 작가가 조선시대 여성의 몸으로 14세 때 남장을 하고 여행을 나서.. 2024. 11. 20. [독서]팬데믹 이후 첫 여행을 준비하며,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팬데믹 직전 독일 쾰른과 프랑크푸르트 인근을 다녀온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몇 년간 와이프와 아이들은 다양한 나라를 매년 한 나라씩 한 달 유람 스타일로 다녔고 저는 동참했다가 휴가 일정 때문에 초반에만 함께하다 귀국하곤 했고요. 한 달 유람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제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한 달 유람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을 혼자 챙겨야 하는 와이프가 일정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그 몇 년 간이 와이프는 좋기도 했지만 나름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유가 불가능해지자 핑계김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만 치중하고 해외여행은 전혀 내켜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서, 별로 신경 쓰지 .. 2024. 11. 17. [독서]비잔티움의 역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더숲) 서양의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비잔티움은 동-서로마의 분리, 십자군 전쟁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약탈,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몰락과 그것이 서방에 미친 영향이나 성상파괴주의 등의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언급할 때 배경이나 조연으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도가 보통입니다. 비잔티움이라는 용어조차 스스로가 칭하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비잔티움의 시작과 끝에 대해 체계적으로 시작할 때 참고할만한 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인지도 있는 책은 비잔티움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라 할 수 있는 노리치의 지만 우선 너무 방대하고 역사학자의 전문적인 역사서도 아니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라는 모토에서 바빌론, 히타이트의 역사서를 출간한 시리즈로 2023년 가 번역 출간된 덕분에 비잔티움의 역.. 2024. 11. 10. [게임]데드 오브 윈터 : 크로스로드 게임 -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보드게임 한때 마이너 한 B급 장르로 여겨지던 좀비 이야기는 이제 국내에서도 , 같은 작품 덕에 제법 친숙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도 그 장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이 좀비 아포칼립스의 겨울이기에 날이 차가워진 요즈음 시작하기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설정] 게임의 설정은 미드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피난처에 모인 생존자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드라마처럼 플레이어들은 학교, 주유소, 슈퍼, 병원 등을 수색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동이나 수색에는 좀비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따릅니다.. 2024. 11. 9. [독서]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르트르는 마르크시즘을 20세기의 넘어설 수 없는 지평이라 이야기했고, 실제로 제 대학 시절에 지성인이 마르크시즘(당시 용어로는 )을 모르기는 힘들었고, 모든 대화의 언어에는 지지하던 아니던, 수많은 마르크시즘의 개념이 사용되었습니다. 요즘 저도 책에서 본 것을 제외하고는 부르주아/부르주아지나 프롤레타리아/프롤레타리아트 같은 단어를 접하거나 사용해 본 기억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 할까요? 제 어린 시절에 대학 시절의 마르크시즘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것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주로 셜록 홈즈로 불리기는 했지만. 아마 당시 또래 중 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셜록 홈스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홈스는 필수요, 뤼팽(당시는 주로 아르세느 루팡으.. 2024. 10. 30.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