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61 [독서]20여 년 간 사용 중인 책갈피 저는 물건을 많이 사지도 않지만, 중고로 팔지 않고 어지간하면 버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한번 들어온 물건은 분실하거나 고장 나기 전까지는 유행한다고 새 제품을 사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바꾸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글에서 다룬 스타벅스 시애틀 1호점 머그처럼 오랜 기간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이 대부분입니다. 오늘 소개할, 제가 사용 중인 책갈피도 2000년 하와이에 여행 갔을 때 나눠줄 기념품(그때는 해외여행이 지금 보다는 흔하지 않아서 다들 기념품을 사다가 나눠주는 게 보통이었습니다)으로 구입한 것 중에 제 곁에 남겨진 것으로 진주만 공습 때 침몰해 아직도 바다에 남아 기념관으로 활용되는 USS 애리조나 기념관 기념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은 타계하신 외숙부께서 하와이에 .. 2025. 7. 18. [영화]기대 되는 신작 - 아르테미스의 초상 (Portrait of Artemis) 기대되는 신작은 커녕, 그룹에 중요 보고를 끝내고 피드백 기다리는 한가한 시간에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놀면서 만들어 본 영화 기획서입니다. 기획서는 제미나이가 주요 일을 했고, 포스터는 코파일럿이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일부 이미지는 제미나이가 하기도 했지요. 처음에 내수용 버전으로 시작했다 글로벌 버전으로 변경, 처음 의도는 마법이나 비과학적인 내용을 배제하면서도 신비주의적 분위기는 유지했지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결국은 판타지-스릴러로 변경했습니다. 배우 추천도 제 생각과 달리 애니아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와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를 추천해서, 아르테미스의 이미지에 맞게 키 큰 배우를 추천받아 엘리자베스 데비키로 변경하였고요. 아래는 제가.. 2025. 7. 17. [미술]음반 표지로 본 명화 (1) - 디아나와 악타이온 (주세페 체사리) 그가 샘물에 젖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남자의 출현에 깜짝 놀란요정들은 발가벗은 그대로 가슴을 쳤고, 갑작스런 비명으로 온 숲을 메우며 디아나 주위로 몰려가 자신들의 몸으로 여신의 몸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여신은 그들보다 키가 더 컸고, 그들의 위로 머리 하나만큼 우뚝 솟아 있었다. 디아나는 옷을 벗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치 기울어지는 석양에 물든 구름 또는 자줏빛 새벽의 여신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여신은 시녀들의 무리가 빈틈없이 둘러섰는데도약간 옆으로 돌아서서 얼굴을 뒤로 돌렸다. 여신은 화살을 준비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가진 것은 물밖에 없어 물을 떠서 남자의 얼굴에 끼얹었다. 그리고 여신은 그의 머리털에 복수의 물을 뿌리며그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해주듯 이렇게 덧붙였다. "자, 이제는 옷 벗은.. 2025. 7. 15. [음악]역사와 음악 (5) - 스페인 황금시대와 그 음악 스페인의 황금시대 '시글로 데 오로(Siglo de Oro)', 즉 스페인의 황금시대는 15세기 후반부터 17세기 후반에 이르는 약 200년간의 시기로, 스페인이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유럽의 주요 강국으로 부상했던 시기인데, 지금 시점 정도에서 다루기에 좋은 주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시기는 다른 글에서 다룬 카스티야의 이사벨과 아라곤의 페르난도의 결혼으로 잉태된 카스티야-아라곤 왕국의 통합으로 시작되어 또 다른 글에서 다룬 카를/카를로스 5세의 치세를 지나 합스부르크 왕조의 통치하에 펠리페 2세를 거쳐 필리페 4세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말하는데, 이들 치세하에 스페인은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를 구가하였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 문학과 예술이 크게 꽃 피웠습니다. 물론 라는 .. 2025. 7. 11. [독서]미야베 미유키 에도시대 시리즈들 중간 정산 사소한 동기에서 2015년 초부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배경의 시리즈들을 읽기 시작한 이래 어느덧 10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출판사 북스피어의 명칭에 따라 미야베 월드 2막이라 부르건 그냥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물이라 부르건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관통하는 것은 에도시대 배경이라는 것과 동일 작가라는 점, 그리고 추리던 괴기던 장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에 따라 몇 가지의 시리즈로 나뉘는데, 세계관이 겹치는 것일 듯한 떡밥이 은근하거나 노골적으로 있어도 작가가 딱히 에도시대물을 엮어 하나의 시리즈라 칭하고픈 마음도 없는 듯합니다. 출판사 사장께서 오래전에 (이후 업데이트가 없어 근자에 나온 작품은 모두 빠진) 자신의 주관을 담아 읽는 순서를 정해 추천한 바.. 2025. 7. 9. 에티켓, 매너 그리고 우아함 3년여 전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열차에서 앞자리에 구둣발을 올리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는데, 구두를 신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공공장소인 기차 안에서라면 신발을 벗었더라도 문제라 할 수 있었고, 이후의 언행은 이 사건이 하나의 실수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그간 삶을 살아본 결론에 의하면 이런 일이 한 번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냥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게 제 경험입니다. 아무튼 공교롭게도 윤석열의 임기와 상당기간이 겹치는 직전 직장에서는 지방을 다닐 일이 거의 없었고, 지방을 가더라도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편한 곳 중심으로 다녔던지라 열차를 탈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 직장은 지방으로 다녀야 할 일이 가끔 있고 또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한 곳.. 2025. 7. 7. [독서]겐자키 히루코 시리즈 (시인장의 살인 / 마안갑의 살인 / 흉인저의 살인) 한자를 어지간히 잘 알아도 한글로 표기된 제목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거의 불가능하고, 한자로 병기된 제목을 본 경우에도 책을 어느 정도 읽어야 짐작할 수 있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하지만 그 제목덕에 일본의 밀실 살인사건 소설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겐자키 히루코 시리즈 또는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를 소개할까 합니다. (읽은 지 제법 지난 책이라 사실관계에 약간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책 제목들이 오히려 스포일러입니다. 2017년 출간된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첫 추리소설인 의 대단한 성공으로 시리즈로 3권까지 발행된 이 시리즈는 세권 모두 추리소설의 흔한 클리셰인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살인사건에서는 추리소설.. 2025. 7. 1. [음악]R.I.P. 알프레드 브렌델 (Alfred Brendel, 1931~2025) 지금도 뛰어난 감별력을 지녔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더 음악과 연주에 대해 잘 모르던, 본격적인 음악감상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끌리는 연주자들이 있었습니다. 외모가 어딘지 마이클 케인을 연상시켰던 알프레드 브렌델도 그중 하나였는데, 아마 뭔가 망설임이나 불분명한 부분이 없는 피아노 연주/소리와 함께 그 분명함을 보장하는 듯한 이지적인 외모가 큰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렌델의 연주에는 자주 이라는 꼬리표가 붙고는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구매량을 생각하면 친해지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음반점 사장님과 친해지신 덕에 홍보용 대형 브로마이드를 가끔 얻어오셨는데, 그중 제 방에 걸린 브로마이드 중 하나가 브렌델의 것이었습니다. 음악 감상을 시작하던 시절에 전성기를 구.. 2025. 6. 20. [음악]첫 음반, 첫 사랑 (5) -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 (DG) 80년대, 그리고 아마 그 이후에도 누군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음반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그의 32개의 소나타 중에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세 개의 소나타인 , , 을 한 장에 담고 구하기도 쉬운 빌헬름 켐프의 스테레오 녹음 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켐프의 두 번째 녹음(DG)으로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켐프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두 번의 LP 사이클로 녹음했습니다 (모노와 스테레오). 또한, 셸락(78회전 음반) 시절의 녹음도 있지만 32개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지는 않았습니다. 피아니스트에 대해 잘 모르던 초창기에 베토벤 - 빌헬름 켐프는 모르는 사람도 혹할 만큼 잘 어울렸습니다. 우선 전형적인 독일 이름인 빌헬름(Wilhelm)부터가 음악에.. 2025. 6. 18. [TV]웨스트월드 시즌 1 (HBO) 지금처럼 영화가 넘쳐나지 않던 시절인 80년대에는 TV에서 해주는 외화 프로그램이 주요한 영화 공급처였고, 그 한 편 한 편이 소중했던 터라 아무리 허섭한 영화라도 요즘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절 TV를 통해 보았던 인상적인 영화들이 제법 되는데, 율 브리너 주연의 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소설(로 먼저 읽은) 의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는 물론 이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의 원작자이기도 하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세 작품 다 과학과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오히려 그 모든 일이 발생하지도 않은 듯 묻어버리는 결말을 택한 점은 아쉽지만, 설정이나 모티브는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기에 지금도 유사한 작품이 나오고, 리메이크되는 것이겠지요. OTT를 즐겨.. 2025. 6. 17. [음악]역사와 음악 (4) 루이 13세 시대의 음악 - L’ORCHESTRE DE LOUIS XIII: Recueil de plusieurs.. 스페인의 역사를 공부하는 김에 오래전 구입해 두었던 호르디 사발의 음반들을 함께 꺼내 들으며, 역사와 음악 이야기를 풀어가며 음반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잠시 시간과 공간을 외도(?)해서 17세기 초반 프랑스로 가볼까 합니다. 루이 13세는 대중적으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에 등장하는 왕으로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는 있지만, 단순한 역사적 중요성은 물론 음악과 관련해서도 아들인 루이 14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루이 14세는 영화 을 통해서도 음악과 춤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한 왕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지만 그 아버지인 루이 13세도 음악이나 춤과 관련해서는 아들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절대군주정의 앞날을 여는데 활용했다고 할 수 았습니다. 루이 13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졌.. 2025. 6. 13. [독서]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 3부작 -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과 제국>, <제2파운데이션>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제가 처음 접한 동화가 아닌 책이자, 첫 SF는 쥴 베른의 였습니다. 이후 초등학교부터는 추리소설과 함께 아이디어회관의 SF 시리즈를 탐독했고 아마도 출간된 모든 시리즈를 읽었지만 한동안 SF는 영화로만 접하고 제가 다시 SF를 읽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여 년 전 정도부터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회관 SF와 2010년대 유통되던 SF 사이의 간극에서 절판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거나 지난 10여 년의 세월 속에 제가 간과했던 SF들이 제법 많을 수밖에 없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읽을 책들의 목록에서만 오랜 기간을 보내던 책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읽은 아이디어회관의 SF 시리즈가 아시모프의 (이 올바른 번역이.. 2025. 6. 12. 이전 1 2 3 4 ··· 1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