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11 [음악]첫 음반, 첫 사랑 (1) - 쇼팽 왈츠 모음집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 RCA) 인생사에서 첫 만남이 첫사랑이 되기도 힘들고, 첫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음반과의 인연은 의외로 첫 음반의 경험으로 어떤 곡이나 연주자를 좋아해서 그 취향이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제가 처음 들은 음반 덕에 그 곡을 좋아하게 된 경험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어떤 곡을 좋아하게 된 첫 음반이 아니라, 제가 그 곡을 들은 첫 음반이 동시에 그 곡을 좋아하게 한 음반인 경우에 한정하기에 제 음악감상의 연식 때문에 대부분은 LP 및 그 LP의 복각에 대한 소개가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음반은 제가 쇼팽의 왈츠를 지금까지도 자주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루빈스타인의 두 번째 녹음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1981년에 지구레.. 2024. 12. 27. [독서]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 아날로그) 원제 를 번역한 은 트럼프 1기 집권기인 2018년 출간되었는데, 다소 자극적인 번역 제목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트럼프 2기와 국내상황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시의적절한 인사이트를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국내 제목에서 내세운 세 가지를 다루고 저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쿠데타와 관련해서는, 폭력적이고 국가를 한 번에 전복하는 방식의 쿠데타는 21세기 민주국가에서 발생하기 거의 불가능하지만, 소리 없이 다가오는 현대적인 방식의 쿠데타는 가능하고 이런 상황하에서 국민은 쿠데타가 일어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도 힘듭니다. 이미 권력을 가진 행정부가 민주주의의 진행을 유예하거나 행정권의 과용으로 민주주의라는 형태는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민주적 체제를 약화시키는 방.. 2024. 12. 26. 2024 크리스마스 이야기 [몽상클레르 슈톨렌]슈톨렌은 크리스마스에 독일에서 만들어 먹는 빵으로 과일, 견과류를 럼에 담가 두었다가 넣은 빵인데 겉에 슈가파우더가 두껍게 발라져 있어 두 달 이상 보관하면서 조금씩 먹을 수 있는 디저트용 빵입니다. 열량도 높고 제법 달아서 한 번에 다 먹는 것이 아니고 가운데부터 조금씩 잘라먹고는 두쪽을 붙여 잘 싸서 보관했다 또 가운데를 잘라먹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몽상클레르의 슈톨렌은 올해부터 한정 출시된 제품인데 좋은 친구들이 선물해 준 덕분에 크리스마스에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몽상클레르의 빵이나 케이크는 입에 넣었을 때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좋은 재료를 썼다는 느낌이 먼저 와닿는 스타일인데, 슈톨렌의 경우에는 입에 닿는 순간 재료는 물론 맛도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2024. 12. 23. [여행]타이완 (타이베이) 여행 관련 몇가지 이야기 예전과 달리 해외여행 관련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예전에도 그랬지만) 딱히 여행후기를 올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사견과 취향 위주로 인터넷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다만, 제가 타이완은 첫 방문이고 그것도 타이베이와 인근만 다녀온 관계로 의견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먹거리 천국으로서의 타이완]흔히들 타이완은 저렴하고 훌륭한 먹거리를 즐기러 가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타이완, 특히 타이베이라는 도시가 특별히 이국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화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이 1912년이라고는 하나 타이완으로 옮겨간 것이 1949년이니 역사적으로 대단한 문화유산이나 건축물이 있지도 않고, 원주민들의 문화나 유산도 남아있는 것이 그리 .. 2024. 12. 17. [음악]세르지우 첼리비다케 브루크너 교향곡 박스 (3~9번 외) 2024년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년을 기념하여 나온 음반들 중에 가장 회자되는 것은, 첫째가 브루크너의 음악이라고 할 때 첫 손에 꼽히는 비인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교향곡 전곡 박스로 줄리니, 카라얀, 마젤, 아바도 등의 지휘자가 녹음한 것을 묶은 음반일 것입니다. 나름 탐나는 구성이었는데 박스에 포함된 연주 중 좋아하는 지휘자들의 연주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이고, 음반 소비는 경제적 공간적 제약으로 수년 전부터 타이달에 의존하기로 한 터라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회자되는 음반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교향곡 등을 모은 박스인데, 2011년 발매된 기존 박스의 재발매이기는 하지만, SACD 하이브리드로 발매하면서 SACD레이어를 위한 리마스터링을 다시 했고 더구나 AI를 이용한 보정도.. 2024. 11. 29. [스포츠]프로레슬링 또는 WWE에 얽힌 이야기들 난…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헐크 호건이 얼리밋 워리어와 격돌하는 순간들.마쵸맨 랜디 새비지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던 것.숀 마이클스가 마티 자네티에게 슈퍼킥을 날리며 더 락커스에 종지부를 찍던 장면.더 락이 락키 마이비아로 데뷔하던 장면과 스티브 오스틴이 링마스터로 등장하던 장면도.렉스 루거가 요코주나를 들어 매치던 순간이나 브렛 힛맨 하트가 몬트리올에서 배신을 당하던 순간도 봤지. 트리플 H가 헌터 허스트 험슬리라는 재수덩이 귀족 기믹을 수행하며 금발을 날리던 장면과 어디서 닮지도 않은 가짜 디젤과 레이저 라몬을 끌어다 등장시킨 장면도 말이야. 김일이 국민영웅으로 추앙받고, 그 후계자는 천규덕이라 생각되던 시절, 프로레슬링을 즐겼습니다. 아마 이 시절의 프로레슬링은 차범근의 축구나 고교야구.. 2024. 11. 27. [오디오]음악 애호가의 오디오파일 연대기 ① 블로그에 오디오 카테고리가 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오디오파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음악을 가능한 좋은 환경에서 듣기 위해 오디오에 대해 고민하거나 돈을 들여온 것이지, 소리 자체에 쾌감을 느끼거나 오디오 장비 자체에 흥미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스피커가 나왔다고 그 스피커를 들어보고 싶거나 사고 싶거나 하지는 않죠. 하지만, 실연이 아닌 재생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고, 장비의 수준이 음악의 감동을 배가할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장비를 들이고,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오디오에 대한 첫 글이 20여 년 전에 당시 제가 쓰는 장비들에 대해 소개한 글이었습니다. 당연히 음악은 그전에도 들었고, 이후에도 듣고 있으니 장비들.. 2024. 11. 23. [독서]여성, 오래전 여행을 꿈꾸다 (의유당관북유람일기, 호동서락기, 서유록) 비록 그렇다 해도 산의 거대함을 못 보고, 마음으로 사물의 많음을 겪지 못한다면 변화에 통달하고 그 이치에 이를 수 없으므로 그릇이 비좁고 앎이 트일 수 없다. 그래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 것이다.나는 결정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이지만 강과 산이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 돌아보겠다고. 강에서 목욕하고 언덕에서 바람을 쏘인 뒤 노래하며 돌아온 공자의 제자 중점을 본받겠다고 하면 성인께서도 마땅히 뜻을 함께 하실 게다.이제야 알았네 하늘과 땅이 크다 해도 내 가슴속에 담을 수 있음을.- 김금원, (최열, 에서 재인용> 최열 선생의 역작인 시리즈 중 근간인 편을 읽다 이 인용글을 마주쳤을 때, 그 글의 작가가 조선시대 여성의 몸으로 14세 때 남장을 하고 여행을 나서.. 2024. 11. 20. [음악]패키징이 호화로운 음반들 박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음원이 다양한 패키징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했었던 김에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 패키징이 고급스럽고 호화로왔던 음반 몇 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소개할까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조금 더 나은 박스] 종이슬리브를 통해 원가절감을 하기 이전인 80~90년대 일반적인 박스는 적당한 두께의 아웃케이스에 담긴 주얼케이스에 음반을 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중 아웃케이스의 종이질을 업그레이드하고 두껍게 하면 더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필립스에서 이란 이름으로 발매한 21장짜리 세트였습니다. 이 세트는 아래 사진처럼 21장을 몇 권으로 나누어 각각 두꺼운 종이 아웃케이스를 제공했죠. [책자형 음반 패키지] 뭔가 기념하거나 설명할 이야기가 많은 경우에 많이 쓰는 방법.. 2024. 11. 18. [독서]팬데믹 이후 첫 여행을 준비하며,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팬데믹 직전 독일 쾰른과 프랑크푸르트 인근을 다녀온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몇 년간 와이프와 아이들은 다양한 나라를 매년 한 나라씩 한 달 유람 스타일로 다녔고 저는 동참했다가 휴가 일정 때문에 초반에만 함께하다 귀국하곤 했고요. 한 달 유람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제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한 달 유람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을 혼자 챙겨야 하는 와이프가 일정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그 몇 년 간이 와이프는 좋기도 했지만 나름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유가 불가능해지자 핑계김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만 치중하고 해외여행은 전혀 내켜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서, 별로 신경 쓰지 .. 2024. 11. 17. [음악]예당 클래식스 100 (aka 러시아 클래식 100선) 예당 클래식스 100 박스(저는 최후의 염가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를 구입한지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체계적으로 듣지 않고 몇몇 음반들만 골라서 들은지라, 작년 말부터 시간을 내서 순서대로 100장의 음반을 모두 들어왔고 얼마전 끝을 본 김에 이 음반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만 없다면) 여행지로 쉽게 갈 수 있고 저도 곳곳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소련 시절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저편의 수수께끼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그곳의 예술가들이 어쩌다 한 번씩 서방을 방문해 충격을 주면 신비로운 예술의 보고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호로비츠, 리히테르,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등 그 사례가 많았죠. 물론 이렇게 계속해서 러시아의 숨겨진 보물 타.. 2024. 11. 14. [독서]비잔티움의 역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더숲) 서양의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비잔티움은 동-서로마의 분리, 십자군 전쟁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약탈,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몰락과 그것이 서방에 미친 영향이나 성상파괴주의 등의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언급할 때 배경이나 조연으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도가 보통입니다. 비잔티움이라는 용어조차 스스로가 칭하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비잔티움의 시작과 끝에 대해 체계적으로 시작할 때 참고할만한 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인지도 있는 책은 비잔티움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라 할 수 있는 노리치의 지만 우선 너무 방대하고 역사학자의 전문적인 역사서도 아니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라는 모토에서 바빌론, 히타이트의 역사서를 출간한 시리즈로 2023년 가 번역 출간된 덕분에 비잔티움의 역.. 2024. 11. 10. 이전 1 2 3 4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