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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2014.12.31 13:19

결혼하기 전 부모님과 살 던 시절에 매년 마지막 날 밤에는 TV에서 <10대 가수 가요제>, <가요 청백전> 같은 방송을 본 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는 <가는 해 오는 해>를 보면서 뻔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신각 타종 중계를 보는 게 연례행사였습니다. 블로그나 여러 사이트들도 이맘때가 되면 이런저런 발표를 합니다. 음악애호가라면 올해의 음반 10선 정도는 뽑아주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비슷하죠. 


전에는 저도 비슷한 일을 했습니다만, 우선 남들보다 잘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일 하는 것도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런 것 안 한 지도 10년 정도 돼 오는군요.^^ 올해도 대충 넘어갈까 하다가 그냥 제멋대로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지금 현시점에서 제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읽는지, 즉 한 해를 반추하는 것이 아닌 현시점의 절단면을 공개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반점 같은 곳에서 보이는 <Now playing> 같은 거죠.



1. 삶


본의 아니게 지금 회사는 오늘까지만 다니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회사로 강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같은 가족회사 중 겸임을 하던 다른 회사로 이적해서 지금 다니는 회사의 업무를 겸임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사실 달라지는 게 거의 없습니다. 사무실도 같습니다. 그래도 형식상 퇴사 후 이직이고 옮길 회사가 경영실적이 훨씬 좋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다면 이자우대 혜택 정도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기대대로 크고 있고, 남매가 세 살 터울임에도 사이좋게 잘 지냅니다. 솔직히 둘이 너무 친해서 둘을 떼어 놓는 게 일일 정도죠.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시우는 책을 읽으면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은 잘하는데 문학적 표현에 대한 이해가 좀 떨어져서 그쪽을 중점적으로 지도 중이고, 텍스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너무 강한 스타일이라 행간(작가의 숨의 의도, 텍스트를 통해 나타나는 시대상 등)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가빈이는 그냥 놀리고 있는데, 글을 읽기를 원해서 내년에는 한글을 가르치려 합니다. 후년(2016)에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때문에 빠른 느낌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고 책을 좋아하니까 슬슬 가르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틀을 깨는 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가족이 보는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이던 <스타킹>에 <런닝맨>을 최근에 추가했습니다. 교육을 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여준다는 것이 좀 이상합니다만, TV를 영상물을 재생하기 위한 모니터 기능 위주로 사용하는 아빠를 가진 가족이 사는 모습은 뭐 그렇습니다. 



2. 음악


전에 말씀드린 호로비츠 프로젝트를 중점으로 듣고 있습니다. 현재 ABC 순으로 들어서 쇼팽의 마주르카까지 끝냈습니다. 경우에 따라 한 곡을 녹음 시기에 따라 너덧 번 이상 반복해서 듣다 보니 호로비츠는 단 한번도 같은 곡을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지 않았다는 말을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디너와 함께 한 바흐 순례는 이제 새해 첫날로 끝이 납니다. 교회력에 따라 듣기 위해, 공부하랴, 성경도 찾아보랴, 날짜 맞춰 들으랴 나름 쉽지 않았던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바흐 칸타타 프로젝트를 한다면, 2023년쯤 바흐의 라이프찌히에서의 사이클을 수년간에 걸쳐 그 느낌을 재현하면서 듣거나 하는 것이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겠죠. 물론 이런 방식으로 라이프찌히에서의 사이클을 들으면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외에 많이들 구매하셔서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DHM의 새로 나온 박스를 틈틈이 듣고 있습니다. 


연주회 관람은 대폭 줄였는데 몇 가지 개인적 사정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연주회 관람 횟수를 늘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3. 오디오


연초에 소스를 오포 105로 변경한 뒤, 달라진 게 전혀 없습니다. 오포 105 - 오디오넷 SAM V2 - 사운드 포럼 로돌포 + 사운드 포럼 쿤(서브우퍼)의 구성입니다. 당분간 업그레이드 할 생각도 없고, 필요도 못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스피커로 볼륨을 원하는 크기로 들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한다면 아마 헤드폰이나 업그레이드 해야 할 텐데 지금 쓰는 DT-880이 제 취향과 잘 맞아서 당분간은 그대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다만 집에서도 밀폐형이 필요한 상황이 있어서 하나 구입해 볼까 하는 욕심도 있기는 합니다만, 마음에 드는 베이어다이내믹 T5p의 가격이 좀 비싸네요^^. 더구나 아웃도어에서는 전혀 사용할 일 없고, 그냥 집에서 와이프가 TV 볼 때 들으려는 용도로 쓰기에는 투자가 좀 심한 듯. 그 돈이면 T1을 구입할 수도 있어서 말이죠.  



4. 영화


그냥 TV에서 해주는 영화를 주로 챙겨 보고 쌓여 있는 DVD와 BD를 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본 영화는 아이들과 함께 본 <호빗 : 뜻박의 여정> 확장판, 아마 이번 휴일에는 <스마우그의 폐허> 확장판을 볼 것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말할 것도 없고 <호빗>도 확장판이 진리라는 생각인데, <뜻밖의 여정>에서 고블린 왕의 노래가 극장판에서 빠진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OST 스페셜판으로 구입했지만 거기에도 없더군요. 


내년에는 아이들을 조금씩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 쪽 세계로 끌어들일까 생각 중입니다. 어린 시절 더빙으로 방영되는 영화 덕분에 한글을 깨우치기 전부터 영화를 보아왔던 입장에서 요즘 출시되는 영화들에 더빙이 없는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5. 독서


2013년 10월 말 발간 당시 <알라딘>과 출판사인 <동아시아>와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틈을 노린 듯한 교보의 <오늘의 책> 선정에 대해 페북에 글을 올린 뒤, 위시리스트에 담아 놓고만 있던 장하석 교수의 <온도계의 철학 :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를 이제야 보고 있습니다. 그간 무려 5쇄를 찍었더군요. EBS의 강의 덕인지, 아니면 워낙 유명하고 언론에도 많이 언급되었던 책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대보다 더 재미있고, 내용도 일반인이 보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시우에게 겨울방학 특강으로 철학을 가르쳐줄까 생각 중인데, <온도계의 철학>에서 다루는 인식론적 문제들을 다뤄보는 것도 과학을 좋아하는 시우에게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마음 같아서는 초등학생용 버전으로 <번역>해서 강의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주어진 시간도 넉넉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업무시간에 짬짬이 보는 책은 따끈따끈한 <마니에르 드 부아 :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입니다,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마음에 쏙 듭니다) (이미 읽은 글들도 제법 많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어떤 좌파정당이 해산을 당하고, 잘 봐줘야 중도 우파인 어떤 야당이 행여 좌측으로 조금이라도 핸들이 돌려질까 스스로 검열하는 시대와 장소에 살면서, 이런 글들을 읽는 것은 어딘지 SF를 읽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솔직히 전 세계가 좌측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이제 유럽이 아니라 남미를 봐야 한다는 조금은 이질적인 상황이 아직은 낯설고, 무려 <뉴 "레프트" 리뷰>에서 낸시 프레이저가 폴라니의 이중운동을 삼중운동으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대에 좌-우 이야기를 하는 게 마치 낡은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발간 취지에는 격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신년에는 장르소설 시리즈를 한두 편 정도 늘려볼까 생각 중인데, 북스피어를 응원하자는 차원에서 그간 일본에 대한 묘한 이질감 때문에 손대지 않았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를 우선 시작할까 생각 중입니다. (참고 : 한국 출판 시장서 '정의'란 무엇인가


이외에 진행하고 있는 천병희 선생 번역본 그리스/라틴 고전 읽기를 계속할 생각이며, 원서는 예전에 댄 시먼스의 <하이페리온>을 읽을 때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존 키츠의 작품들을 읽을 생각입니다. 


6. 게임


WoW의 새로운 확장팩이 출시되었음에도 아직 시작을 안 하고 있습니다. 아제로스가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드레노어로 시간 여행을 해서 옛 영웅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그냥 한 시간 이내로 퀘스트 정도나 하면서 보내고 싶습니다. 문제는 비록 촌섭이었지만 얼라이언스 죽음의 기사 템레벨 1위에 등극했던 정점에서 게임을 접었기 때문에 막상 WoW를 다시 시작하면 애초의 소박한 생각과는 달리 던전도 가고, 레이드도 가고 하게 되지 않겠느냐,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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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술[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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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3 - 음악(소리)은 역시 스피커로 공간을 채워야 제격이긴 한데...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거대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헤드폰은 젊었을 때 청력이 맛이 갔던 경험 때문에 절대로 봉인 중이고... ^^;;;

    4 - 한국에서 영화 취미를 가졌을 때 느끼는 아쉬움은 한둘이 아니겠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역시 자국어 더빙의 부재는 뼈저리게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자막처럼 아주 당연한 영화 감상의 한 방법일 뿐인데, 한국에선...
    이때문에 영화 취미의 존재감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는 것도 같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자막 수준이 좋으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2015.01.01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3.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헤드폰이 좋은 경우가 많지만, 음악을 듣는데는 스피커가 최고죠. 말씀하신 대로 집안을 음악으로 채우고 마치 공간 자체가 소리를 뿜어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저는 아직 청력에는 이상이 없고, 볼륨을 귀에 자극적이지 않게 조정해서 듣느라 나름 노력중입니다.

      4.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외화는 자막을 통한 감상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사반 자막반 의지하며 영화를 보는 저의 경우, 자막반 때문에 화면에서 놓치는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아마 자막에 100% 의지하는 경우라면 더 많은 것을 못보고 지나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와이프를 보니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막을 보는 데 들어가는 수고가 늘어가는 것 같더군요.

      우리말 더빙은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대형업체가 수입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만이라도 법적으로 더빙을 의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더빙판이 약소하지만 어쩌면 불법복제 영상물과 경쟁하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2015.01.02 09:31 신고 [ ADDR : EDIT/ DEL ]
  2. 잘난법사

    6. 잊혀진 영웅 ^^.. 돌아오라 데스폭스여.. 아제로스의 평화가 그대 손에 달려 있으리~~!

    2015.01.02 13: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