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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우리 시대의 정의 또는 어느 대학의 특강

by 만술[ME] 2014. 12. 9.

아래의 대화록은 동일시점의 단일 대상과의 대화록이 아니며, 편의에 따라 온-오프의 대화를 한명과 대화한 듯 편집한 것입니다. 아울러 블로그에 올려도 될 정도로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A : 이 기사 봤냐? 아직도 <정의란 무엇인가>가 돈 되는 책인가 보지? [참고 : 저자인 마이클 센델에 의하면 국내 번역본 출판사 교체는 반드시 돈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만술 : 봤어. 아직도 국민들이 정의를 갈구하나보지. 또는 이와중에도 국민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헛갈리는지도 모르고. 다른 건 모르겠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원제(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를 의역한 것인데,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되나?


A : 어렵고, 명쾌한 맛도 없는데 잘 팔린 것 보면 용해. 정작 미국서는 그닥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잘 팔렸다고 하더라구.


만술 : 그렇지. 솔직히 신자유주의 질서하에서 공동체주의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틀에 대한 비판과 사고 없이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우리가 남이가?>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야말로 <우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이지. 


A : 어려운 이야기인걸? 그러니까 샌델이 말한 사회구성원에 포함될 자격/기준이 문제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네.  


만술 : 맞아. 예를들어 미국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실수(?)를 해서 수천명의 유권자를 삭제(이중 대부분은 히스패닉)하고, 선거권 취득을 더 힘들게 하고 (누가 불리할지 뻔하지?) 사전투표기간을 단축하고 (일에 찌들려 투표할 시간 내기 힘든게 어떤 계층일까?) 게리 맨더링을 밥먹듯하면서 그 <공동체>의 범위를 지들 멋대로 조정하지. 즉, <공동체>의 틀에 대한 비판 없이 <공동체 주의>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A : 맞아. 다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지만 그 <국민>에 포함되는 사람은 한정적이지. 예전에 니 말대로 MB가 <기업 프랜들리>라 했을 때의 <기업>은 <특정기업>만을 포함하는 것인 것 처럼. 더구나 헤게모니는 상식을 구성해서 그것을 대중에게 받아들이게 하니까 더 무섭지.


만술 : 그나마 <국가>, <국민> 또는 (조금 복잡해지지만) <민족>의 틀로 한정되면 그 틀에 대한 비판과 사고도 하기 편하지만, 좀 눈을 크게 뜨면, 현재의 신자유주의 질서는 국내문제로 한정될 수 있는 사안을 제로로 만들거든. 사실상 모든 문제는 국제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 낸시 프레이저의 <지구화 시대의 정의 : 정치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란 책이 있는데, 어찌보면 <정의란 무엇인가> 보다 몇배는 더 팔렸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해. 읽기도 더 쉽고, 훨씬 더 현실성 있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많고. 물론 여전히 이론적인 탐구이기는 하지만, 책의 목적이 투쟁의 도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A : 제목이 땡기는 군. 한번 읽어봐야겠어. 그나저나 학교에 김문수 왔다 간걸로 인터넷에 여기저기 화제더군. 자랑스런 후배들이야..ㅋㅋ 


만술 : 우리 때 같으면, 강단에 서기는 커녕, 교문안쪽으로 들어오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세상이 좋아진거지. 그래도 들어는 보자, 들어보고 까자 이런거잖아. 우리는 아예 들어볼 생각을 안했으니까.


A : 맞아. 아마 못들어오게 막고, 시위해서 일부러 최루탄 터지게 하고 그랬을꺼야. 


만술 : 솔직히 새누리당 사람이니 그런 생각을 하고, 독재시절에 박정희 반대한 것을 반성하고 할 수도 있고, 동문이 대통령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봐. 


A : 어인 일이셔?


만술 : 그런데 기사를 보고, 그가 한 말들을 보면, 무려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여권 실세중 하나, 차기 대권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사람이 대학생들 앞에서 특강하면서 쓰는 용어, 가져다 끌어대는 사례, 인용한 데이터 등이 어디 경로당 가서 노친네들 즐겁게 해주려 하는 강의에나 나와야할 것들을 쓰고 있으니, 그 <수준>이 의심되지 않을 수 없어. 즉, 내용은 둘째치고 수준이 엉망이라는 거지. 자기 딸이 애 낳아서 지가 맛난거, 좋은거, 용돈 퍼다 주는게 <애 낳으면 돈생기는> 근거고 때문에 <청년 들이여 돈 걱정말고 결혼해서 애도 낳으시라>는 주장의 근거라면 말 다했지.


A : 국민을 뭘로 알면 저 따위 소리를 할까?


만술 : 그들이 국민을 뭘로 아는지 몰라서 물어?^^ 아니, 앞서의 논지를 들어 이야기하면 그들에게는 <국민>의 범주에 우리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아. 서강대학생 앞에서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청자는 전혀 다른 곳에 있거든.


A : 그나마 선거라는 게 있어서 더 심한 짓을 노골적으로 못할 뿐이지.


만술 : 그래서 아예 매년 또는 반년에 한번 선거를 하든지 해야지. 아니면 대책이 없을꺼야. 델타t가 0으로 수렴해야 그들이 그나마 시늉이라도 하지.


A : 그런데 1년 또는 반년에 한번 선거하는 것도 일이겠어...ㅋㅋ


만술 : 아니면 그냥 재신임만 얻고 재신임 못얻으면 자격정지 시켜버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어. 재신임하면서 투표하고 그러면 복잡하니까, 그냥 재신임 받을 놈이 유권자 따라다니며 서명 받아서 과반수 재신임 받은 걸 기한내 제출하면 통과, 아니면 자격정지. 물론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 자비 충당. 물론 100만원 한도내에서 소득공제는 해줘야지.ㅋㅋ


A : 그거 좋은데? 다만 서명 받아 제출하는 거면 무기명 원칙은 무너지네. 그냥 국가에 비용을 지가 납입하고 투표로 처리하면 되겠다.ㅋㅋ 투표율 떨어지면 지 재신임에 문제 있을테니 알아서 투표독려도 하겠지.


*   *   *

위 대화에서 언급된 낸시 프레이저의 <지구화시대의 정의 : 정치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은 그린비 출판사의 <프리즘 총서> 제5권으로 나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한 역자 인터뷰와 편집자 후기를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2011년 번역 출간된 책이지만, 2014년을 마무리하는 현재는 더욱 더 큰 시사점을 갖고 있는 책이라는 말씀만 드립니다. 


『지구화 시대의 정의』 역자 김원식 인터뷰 - 지구화 시대에 필요한 다차원적 정의론을 제시한다! 


[편집후기] 비판적이고 민주적인 정의론을 읽는다! - 내가 생각하는 『지구화 시대의 정의』의 매력들


네, 사실은 대화록을 빙자한 책 소개 포스팅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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