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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순례자는 리클라이너에 앉아 영화와 책을 본다

by 만술[ME] 2014. 6. 20.

1. 바흐 칸타타 순례 중간 점검


바흐의 종교 칸타타를 해당 교회력에 맞춰 그 의미를 곱씹으며 감상해보는 1년간의 일정이 어느덧 절반에 도달했습니다. 기독교력은 삼위일체 대축일(Trinity Sunday)을 기점으로 전반과 후반이 나뉜다고 할 수 있는데, 전반은 예수의 생에 맞춰 탄생에서 수난 그리고 부활과 승천까지 이어진다면, 후반은 이번 주 일요일인 삼위일체 대축일 후 첫 일요일부터 시작하여 기독교의 각종 교리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신자는 아니지만 반년 동안 교회력의 흐름에 따라 각종 축일의 기원과 의미, 나라별 특징 등을 공부하고 바흐가 음악으로 표현한 신앙고백을 들으면서 뜻있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세속 칸타타까지 포함하여 바흐의 칸타타를 일정 기간에 모아 모두 들은 경험은 이미 해봤지만 (물론 다른 지휘자의 음반입니다), 이렇게 축일에 맞춰 들으니 새삼 바흐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재활용된 음악들도 재활용된 곳에서도 각각의 상황에 맞는 음악으로 변신한 모습들이 눈부십니다.


표지 이미지로 사용된 이미 눈에 익은 맥컬리의 사진들도 이렇게 특정한 날, 특정한 음악과 어울려 바라보니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도 같더군요. 종교적인 의미와는 다르지만 맥컬리의 사진도 '순례'라는 의미에 아주 적합한 이미지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2. 저렴한 리클라이너 구매


아이들이 거실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기 편하게 하려고 소파를 치우고 거실 한쪽 벽면 전체에 책장을 설치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아이들 입장에서야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거나, 이런저런 공작활동을 하기 더없이 좋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데는 많이 불편했습니다. 바닥에 방석 깔고 앉거나 식탁 의자를 끌어다 사용했기에 장시간 감상을 지속하는 경우 엉덩이도 아프고 목도 좀 불편하더군요. 


전에부터 리클라이너 하나를 들여 놓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하나만 들여놓아도 부피가 제법 되고, 가격도 마음에 드는 제품은 하나에 100만 원은 가뿐하게 넘어가기에 너무 비싼 것 같아 아이들이 좀 더 크거나 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저렴하고 가벼운 리클라이너 스타일의 제품이 이케아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다들 편하다고 하기에 속는 샘치고 들여놓았습니다.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될 때까지는 이 정도에서 타협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조립은 스툴을 포함해서 40분 정도 걸리는 것 같고, 가격에 비해서 튼튼하고 앉기에도 편하더군요. 다만 생각했던 것 다 좀 커서 처음 계획대로 이리저리 치워놓고 옮겨 다니며 활용하기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만만한 일도 아닐 정도입니다.   


3, 플래인 아카이브


매니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사업을 해서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예인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나온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국내 600장, 해외 400장 한정으로 예약주문을 받아 한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마감되는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레슬러>나 <멜랑꼴리아>가 며칠은 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하루에 마감될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는데, 영화가 유명한 것인지, 홍보가 잘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패키지는 기왕이면 다홍치마 정도로 생각하지 절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서 처음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KD를 통해 예약을 받을 때, 찜만 해놓고 어차피 조만간 할인으로 풀릴 테니 그때 구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평이 좋고 배우들도 예뻐 보이니 구매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통해 뜬금없이 <플레인 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기왕 구매할 것이라면 <레슬러>, <멜랑꼴리아>와 구색을 갖추는 것도 좋겠고, 가격차이가 별로 안나는 것에 비하면 <플레인 아카이브>의 패키지가 한참은 좋아 보였기 때문이죠. 


600



토요일 두 시에 예판이 시작되기 때문에 땡하고 구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좀 늦은 점심을 먹고 간단히 과일도 먹고 그러는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아마 2시 30분이나 40분 정도에, 대박이면 이미 동났을 것이고, 아니면 오늘 저녁까지는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다행히 주문이 되어 그냥 선방 정도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이후 금방 매진이 되었나 봅니다. 졸지에 국내 600명 중에 들어간 것이죠. 


<레슬러> 풀슬립 스틸북 버전, <멜랑꼴리아>에 이번 <블루>도 구매했으니 다른 분들처럼 모두 모아 숫자 맞추기나 구색갖추기를 하기에도 유리한 상황입니다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레슬러> 스틸북은 아주 늦게 구매했는데, 사실은 풀슬립은 이미 절판된 상황에서 조만간 그냥 일반판이나 구매하자 하고 있다가 <플레인> 제품이 <교보>에 풀리면서 구하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음악, 책, 영화에 요즘은 거의 아이폰에 의지하지만, 사진까지 취미로 영위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냥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것들이 쌓여가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 데, 구색을 맞추거나 순수 수집목적으로 구매을 한다면 정말 감당이 안 됩니다. LP는 장소가 없어서 꺼내 놓지도 못하고 박스에 담겨 발코니에 쌓여있고, 책들도 상당수가 박스에 담겨 침대 밑이나 발코니에 쌓여있습니다. 저희집 발코니만이 아니고 제 책 때문에 본가도 그러니 더 문제고요. 많이 버렸는데도 이 정도니 아마 절대로 못 버리는 수집가 기질이 있었다면 시골에 전원주택이나 창고를 지어야 했을 겁니다. 이 와중에 영화까지 순수 수집을 목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아무튼, 상당수의 블루레이로 영화를 즐기는 애호가들은 저와는 다른듯 합니다. 그리고 <플레인 아카이브>는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잘 아는 회사이구요. 솔직히 저조차 패키지만으로 사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제품들이니 오죽하겠습니까?


4. 도서전


도서전이 열리고 있고, 덕분에 RHK의 장르소설 제법 많은 양이 균일가로 풀렸습니다. 아마 현장에서도 하는가 본데 (저는 아이들과 일요일 방문할 생각입니다) 온라인에서도 하기에 11권 주문했습니다. 적립금, 쿠폰 등을 활용하니 엄청나게 저렴하게 살 수 있네요. 여기에 청구할인까지 적용되면 뭐... 그간 관심은 가졌지만 시작은 못 하고 있던 시리즈물 위주로 샀는데 여름 내내 장르소설을 즐기며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스카페타 시리즈는 14권까지 발매되어 있지만 4권부터 11권까지 예전 노블하우스 시절에 절판된 책들이 재발매가 되어있지 않아서 추천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행여 3권까지 읽고 (RHK에서 새로 나온 표지 보면 다시 사고싶을 정도로 탐납니다. 더구나 분책도 아니고요) 더 읽고 싶어도 중고시장을 뒤져야 한다는 것은 좀 아쉬운 상황이죠.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 로버트 해리스의 절판 안 된 대부분의 책들이 풀려있는 것을 보면 좋은 책을 많은 사람이 보게 되었다고 웃어야 할지, 출판 시장을 생각하며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서정가제(라기보다는 할인 상한제도?)가 실시 되면 이런 파격을 할 수 없고, 할인하려면 할인 방식이 아닌 정가 자체를 떨어드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참에 재고정리를 하자는 생각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이번에 매진되어 버리는 책들이 있다면 앞으로 정상가로도 만나기 쉽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간신히 재고 떨어낸 작품을 재인쇄 해야 하니까요. 결국, 긴 시리즈물이라면 자연스러운 진입 장벽이 생기고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독자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업들이 입사시험에서 천편일률적인 영어시험 대신에 예를 들어 삼성은 범죄소설의 내용으로 시험문제를 내고, LG는 SF로 내고 한다면 좀 책이 팔릴까요? 공무원은 실속은 없지만 좀 권위가 있어야 하니 세계문학전집에서 내고? 국민들이 자기계발서나 영어학습서 읽을 시간에 이런저런 문학, 인문, 과학책들을 읽는다면 창조경제에도 보다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도 되고, 국가경쟁력도 훨씬 강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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