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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내 인생의 책 10선

by 만술[ME] 2014. 11. 13.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인생의 10권의 책>에 대한 릴레이 글을 보았습니다. 마침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웃기는 주제에 대해 카톡을 나누면서 3대 어쩌고, 10대 어쩌고 등 뽑는 것을 유난히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터라 과연 제게도 <10권의 책>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읽은 책이 적지 않기 때문에 10권을 뽑기가 쉽지는 않지만, 교과서와 참고서, 정간물을 제외하고 나름 제 삶에 있어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준 책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물론 이 책들에 제가 지금도 동의 한다거나, 지금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며, 아마 그런 책 열권은 다른 포스팅을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숫자를 10으로 줄이느라 탈락한 책들이 좀 되는 데, 필요한 경우는 선발된 책을 소개하는 곳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는 중요성이 아니고 그 책이 제 삶에 끼어든 순서입니다.    






1. 해저 2만리 (쥴 베른)


처음으로 '읽은' 책은 아닐 수 있지만, 동화를 제외하고 처음 어머니께서 읽어 주셨던 첫 책입니다. 왜 많은 책 중에서 하필 <해저 2만리>를 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 목소리를 통해 듣는 <해저2만리>를 통해 제 상상력은 무한히 자극되었고, 과학, 모험, 미지의 세계에 대해 흥미를 갖는 제 취향이 어느 정도는 그때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조금 자라서 제가 직접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결국 SF에 빠져 <아이디어 회관>에서 나온 SF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스타워즈>를 필두로 한 SF 영화들에 대한 취향이 형성되었고요. <스타워즈> 덕분에 존 윌리암스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존 윌리암스의 음악은 클래식 음악으로의 교두보가 되어주었으니 <해저 2만리>가 제게 준 영향은 정말 결정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기암성 (모리스 르블랑)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지 얼마 안 된 시절에 어머니께서 권해주신 책입니다. 불문학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홈즈(요즘은 '홈스'가 맞죠?)가 아닌 뤼팽을 추천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는 <아르세느 루팡>이라 불렸는데) 어머니께서 원래 불어 발음은 <루팡>이 아니고 <뤼뺑>이라 해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뤼>는 말할 것도 없고 <팽>도 싫은 데 더구나 <뺑>이라니....


<기암성>은 어린 시절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어떤 기호의 틀을 잡아주었습니다. 암호풀이, 위기상황에서의 대처, 모험, 예쁜 아가씨, 미남 주인공 등등. 당시 제가 읽었던 계몽어린이 문고는 기암성-수정마개-813-일부 단편 모음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시간순서가 왔다갔다 하는 통에 정신이 없었고, 더구나 뤼팽의 캐릭터 자체가 <기암성>과 <수정마개>에서 엄청나게 달라지고, <813>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단편들에서 <기암성> 시절로 돌아가는 등 정신을 더 없게 만들었죠. 여기에 같은 시절 읽고 있던 셜록 홈즈의 캐릭터까지 전혀 딴판이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뤼팽 시리즈는 <문학적으로는> 너무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라임, 스카페타, 보슈, 매그레, 라모츠웨의 이야기들을 즐기는 것을 보면, 뤼팽이 제게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셜록>은 드라마로, 영화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데, 뤼팽도 누군가 그럴듯한 모험극으로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한때 영국보다는 프랑스라는 나라에 훨씬 매력을 느꼈던 건 카트린 드뇌브 때문만은 아닙니다.^^



3. 코스모스 (칼 세이건)


<해저2만리>로 촉발된 미지의 세계와 과학에 대한 관심이 SF와 같은 '상상'의 영역이 아니고 '현실'로 느껴지게 해 준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TV 다큐도 압권이었지만, 책은 영상이 전하지 못한 엄청나게 상세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책 첫머리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 <광대한 우주, 무한한 시간 ㅡ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부터 저를 압도했던 이 책은 정말 오랜 시간 보고 또 보았던 책입니다. 그러다 작년 책장을 정리하면서 아직 많은 부분이 볼만하긴 하지만, 종이가 너무 낡았고, 내용도 수정되어야 할 곳이 제법 많다는 생각에 분리수거했습니다만 막상 버리고 나니 번역된 책으로 이만한 개론서가 없는 것 같더군요. 몇 년 안에 새로운 책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다면 시우를 위해 다시 구매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스모스>는 제 기억에 국내에서 <완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온 거의 최초의 책인데, <레미제라블>을 한 권으로 내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에 과학서적을 완역으로 낸 것을 보면 당시 <코스모스>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완역>의 딱지 덕에 어린 나이지만 책은 완역으로 봐야지 요약본으로 보는 것은 의미 없다는 사고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책이 주는 두께와 그 묵직한 무게는 책이 그 외형으로도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 제3의 물결 (앨빈 토플러)


완역의 열풍 속에 나왔던 또 하나의 책입니다. TV에서 BASIC 강의를 해주고, 청계천에서는 애플의 복제품 8bit PC를 팔며, 조만간 집집마다 컴퓨터가 보급될 것이라는 뉴스가 TV를 장악하는 시대에 정보화의 물결을 내세운 <제3의 물결>이 베스트 셀러가 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나오자마자 저도 구입했는데, 당시 중학생이었던 제가 홍대 앞에 있는 동네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자 중학생이 그런 책을 읽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시던 아저씨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솔직히 정보화 혁명에 대한 내용은 제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SF를 통해 이미 정보화의 위력은 알고 있었고, 당연히 정보화 사회는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제가 <제3의 물결>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산업화 시대의 학교의 진짜 목적' 같이 세상의 돌아가는 원리는 내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구나, 또한 사람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것 말고도 그들조차 인지 못 하는 밑에 숨어있는 목적과 동기, 그리고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당시는 이름만 얼추 알고 있던 <사회학>이라 생각했고 제가 앞으로 공부할 것은 바로 <사회학>이라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은 위대한 리키 부부의 아들 리처드 리키가 쓴 <오리진>을 읽고 문화/형질 인류학이 <사회학 + 인디애나 존스> 아닐까하는 생각에 잠시 잠깐 인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외도했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꾸준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사회학을 전공하게 되니 교수님 중에 인류학을 전공하신 분도 있고, 그분 말씀이 사회학과 인류학은 그다지 다르지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제3의 물결>이 사회학이라고 착각한 덕에 학부에서의 제 전공이 사회학이 된 것과 함께 다른 부차적 영향도 있었는데, 제가 읽어야 할 책은 이렇게 뭔가 판석 밑에 있는 커다란 흐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읽어야 한다고 스스로 읽는 책의 종류를 한정 짓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전까지 제법 조숙하게 읽어 나가고 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접었고 문학을 다시 읽게 된 것은 대학에 진학한 뒤였습니다.    



5. 명곡감상 해설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동생이 학교 시험 때문에 구입해 놓고는 쳐다보지도 않는 <명곡감상해설>을 심심해서 뒤적이다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책 뒤편에 있는 추천 음반 목록 덕분에 음반에도 추천할 음반과 그렇지 못한 음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클래식 음악에 대한 취향과 음반을 골라가며 구입하고 다수 보유하는 흔히 말하는 덕후짓을 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죠. 음악을 듣게 된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미 전에 별도의 포스팅을 했으니 생략합니다.



6.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대학에 입학해서 큰 정신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유 중 첫째는 원하는 대학이 아니었고 (당시 S대를 갈 줄 알았는데 <사고>로 스몰S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냥 재수해서 다시 S대를 가야 하나 고민 중이었고,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은 강했지만, 막상 최루탄 날리고 전경이 교내로 진입하고 구호가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생각했던 대학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선배들이 <의식화>를 위한 학회라는 것을 운영했는데, 그 커리큘럼의 책들을 보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책들을 읽더군요. 어차피 때려치우고 재수할 거 선배들하고 친해질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도서관으로 도망갔습니다. 마침 학교 도서관이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도서관 중 당시에는 유일한 개가식 도서관이었습니다. 게으른 성격에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경쟁 심한 일반 열람실을 잡을 수는 없었고, 서가의 열람실을 전전하며 보냈는데,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책들도 집어 들고 보게 되었죠. 그러다 그냥 재수해서 큰 S대 가봐야 도서관은 폐가식인데 그런 도서관으로는 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재수를 포기하고 그냥 도서관에서 살기로 했죠. 나중에는 <도서관학파>라는 전혀 도서관학과는 상관없는 학과 내 선후배를 아우르는 조직을 만들게 됩니다. (자조적 표현으로는 <도서관 라운지파>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살면서, <사회학>을 전공하려면 아무래도 서양의 고전들을 섭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전 사상서들을 읽을 방법은 삼성출판사의 전집이 사실상 유일했기에 1학년 동안 그 전집을 다 읽어버리자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자유론>, <리바이어던>, <군주론> 등을 읽는 와중에 무엇보다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꿈의 해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괜히 전공을 사회학으로 택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러던 중에 집어 든 책이 우연히도 말리노프스키의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쾌재를 불렀습니다. 프로이트를 극복하고 다시 사회학을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주었으니까요. 당시의 제게는 말리노프스키의 책은 프로이트의 사이비 과학에 대한 진짜 과학인 사회학/인류학의 돌직구였습니다.



7. 사회학 이론의 구조 (조너선 H 터너)


1년을 하라는 공부는 잘 안하고 선배나 동료들이 그런 책 왜 보느냐고 비아냥거리는 <고전>들을 보다가 1학년 겨울방학이 되자 서양 고전은 통달했으니 (이런 시건방진!) 본격적으로 사회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발점으로 삼기 위한 참고서적을 고르다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 조너선 H 터너의 <사회학 이론의 구조>였습니다. 당시 사회학도들에게 가장 욕먹는 기능주의부터 나름의 최신이었던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연극적 방법론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이론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 제게 (사회 현상이 아닌) 이론 자체를 가지고 논다는 것의 재미를 알게 해주었고, 1년 동안 그 책에 언급된 파슨스, 머튼, 다렌도르프, 코저, 가핑클 등의 책을 읽게 해주는 길잡이 노릇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교재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저는 당시의 현역 학자들의 책들을 번역서와 원서로 읽었던 겁니다. 다행히 사회학자들의 원전을 읽는 것은 좀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학과공부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어서 성적도 제법 나왔습니다.


터너가 재미를 느끼게 해준 분석적인 책 읽기는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석철학, 언어철학, 과학철학에 관심을 지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더불어 1학년 동안 고전을 읽으면서는 그냥 술술 읽는 위주였기 때문에 주로 도서관의 책으로 만족할 수 있었지만, 전공서적을 읽으면서는 제 생각을 적고 고민할 필요가 있어서 도서관 책으로 만족 못 하고 구입해서 읽어야 했기에 책을 사고, 모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8. 방법에의 도전 (폴 K 페이어아벤트)


7항에서 말한 대로 3학년은 철학의 해였습니다. 부전공을 사학에서 철학으로 바꾸고 강의도 분석철학, 언어철학 중심으로 들었습니다. 당시 접한 수많은 책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페이어아벤트의 <방법에의 도전>(Against Method)이었습니다. 그간 가지고 있던 과학에 대한 개념은 포퍼의 규약주의 정도가 제가 양보할 수 있는 합리성의 한계였다면, 페이어아벤트의 책은 이 근간을 흔들어 놓았죠. 과학과 과학자들을 보는 시각의 기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지금은 페이어아벤트를 무작정 지지할 정도로 과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가 제시했던 주장들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페이어아벤트와의 만남은 몇 가지 부수적 효과를 생기게 했습니다. 우선 과학철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서는 사회학도로서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해 보였기에 과학자들의 핵심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사회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부전공하는 와중에 물리학을 복수전공하기로 했습니다. 문과생이 이과 과목을 복수전공 신청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다른 부수적 효과는 페이어아벤트가 책에 언급한 <다다이즘>에 대한 관심으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를 탐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대미술과 현대문학 쪽에도 관심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로소 <다시> 문학을 읽게 되었습니다.



9.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 (하이럼 스미스)


학교를 마치고 <흑역사 시대>를 거쳐 뒤늦게 취직을 했습니다. 대리 때 다른 부서원들은 "을" 생활을 하는 데, 저는 업무상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였고, 그래서인지 협력사 여사장님이 회사직원들에 활용해 보니 너무 좋다며 프랭클린 플래너 세트를 선물하시면서 <10가지 자연법칙>을 꼭 읽고 함께 사용하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인데, 넘쳐나는 자기계발서 중에 유일하게 읽을만한 책이며, 곁에 둘만 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다이어리 하나 쓰는데 무슨 <지배가치>, <사명> 같은 걸 쓰라고 하냐고 툴툴대다가 그 근본 철학을 받아들이게 되자, 변한 것은 단지 일정관리 방식이 아니었고, 삶에 대한 자세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미 다른 포스팅에 올려놓았습니다)



10.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팀장이 되고 사내 MBA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원제인 <Good to Great>로 추천해주셔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원서를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번역본 제목이 영어 원제와 다르지 않은데, 이상하게 매력적인 느낌은 없기에 만약 번역본으로 추천받았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기업이 위대한 기업인지, 어떤 리더가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고, 제게는 그 어떤 리더쉽에 대한 강의, 책 보다 이 한 권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회사에 다니며, 나름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내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된 비결이 이 책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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