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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Killing Time by Paul.K. Feyerabend

by 만술[ME] 2003. 11. 21.
오늘은 꽤 오래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생생한 Paul Feyerabend("페이어아벤트"라고 발음하는게 보통입니다)의 자서전인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책소개 정도를 할까 합니다.미국 시카고 대학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국내선 못본 것 같고 아마존 같은 곳에선 쉽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번역본은 없구요.^^ 봐서 제가 번역본을 출간해두 되겠지만 망할 것 같아 안할랍니다.



[Killing Time 과 AM]

Feyerabend는 국내에도 <방법에의 도전>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었다가 절판된 Against Method (이하 AM)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과학철학자입니다.(중요활동지는 미국이었습니다.)제 대학시절의 중반부 및 후반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주었던 사람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우선 Feyerabend라는 이름이 낯선분들이 많을테니까 간략하게 그의 철학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죠.

흔히 철학사에 있어서 세번의전환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이데아의 세계에서 존재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플라톤, 다음이 그 존재의 문제를 사유의 문제로 전환한 데카르트, 그리고 마지막이 사유의 문제를 언어의 문제로 전환한 비트겐슈타인입니다.이렇게 현대 철학의 전기를 마련한 비트겐슈타인의 초기철학의 대표적인 저술이 흔히 <트락타투스>라고 불리는 <논리철학논고>입니다. <트락타투스>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간략해지지 않으니까 생략하고...암튼 이 <트락타투스>의 영향에 당시의 과학적 발견들의 영향을 받아 비엔나에서 뭉친 다방면의 사람들이 흔히 비인학단또는 비엔나 써클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죠.

이 비엔나써클의 주요 활동은 과학의 언어를 어찌하면 논리로 환원할 것인지 고민하면서(비엔나 학파간에도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그것에 의해 당시 과학과 함께종횡무진하는 비과학적 구라(^^)들을 논리의 칼로 처단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죠.(아직도 이런 비과학적인 말장난, 사기가 여기저기 판을 치고 있죠.)Rudolf Carnap의 "논리분석을 통한 형이상학의 제거"라는 유명한 논문제목은 이들의 입장을 명확히 대변해 줍니다. 이런 비엔나 써클의 시도는 칼 포퍼에 의해 비판되고 수정되어 흔히 말하는 포퍼학파가 형성되었구요.

Feyerabend의 과학철학은 이런 포퍼와 비엔나써클의 "논리중심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합니다. 워낙 논쟁을 좋아하고 말발이 센 Feyerabend였기 땜에 주위에서도유니크함으로 인정 받았구요. 이와 비슷하지만 또 엄청난 차이를 지니고 있는다른 스타일은 "패러다임"이란 말을 유행시킨(누구나 출처는몰라도 쓰고 있답니다) Tho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있구요.
암튼, Feyerabend는 여러논문들과 기타의 강연들을 (그의 말대로면) "꼴라쥬"한 AM을 출판하게 됩니다. 전부터 알만한 사람들은 다 Feyerabend를 알았지만 이책의 여파는 실로 막강해서 Feyerabend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죠. 그리고 그 만큼 수많은 혹평들이 쏟아지기도 하고요.

AM의 내용은 (함 읽어봐야할 필독서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과학철학이 어떤 이상적인 상태의 논리에 치중했던데 비해 보다 더 실제의 과학행동 자체에 주목합니다.(Kuhn도 이런점에서 히트를 친거죠.)그리고 과학이 지닌 위험성 등에 대해 경고도 하고요. 이 과정에 불가공약성이라 번역되는 incommensurability 등의 철학적 개념이 도입되고 발전되지만 결국은 AM에서는 우리가 과학 말고도 삶에 있어서 배워야 할 곳이 많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제하거나무시하는 것이아닌 서로의 의사소통의 노력이 중요하다란 이야기를 하죠.

헌데 이과정의 논술들에서 흔히 미신이나 잘못된 신념들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의 장점이 강조되고 과학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그리 합리적인 행동은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하자, 한쪽에선 반기를 한쪽에서 환호를 했던 것이죠. 어떤 방법론이던 상관 없다는 라는 표어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습니다.

<킬링타임>은 비엔나의 빈민가에서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보내고, 2차대전에서의 부상으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면서 공부하고, 살아가고, 연애하며, 인생을 즐기면서 결국은 학단의 이단아 또는 한편의 사람들에게는 우상이 된 Feyerabend의 일생을 담고 있습니다.이책이 그의 지적 발전과정을 담기 보다는 그의 일상과 음악과 예술에 대한 관심, 사랑과 게으름 등에 대해 많이 서술하고 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Feyerabend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죠. 그리고 AM을 잘못 이해했던 부분들이 한순간에 명확해집니다. 각 구절들을 정말로 하나의 심각한 잠언처럼 받아들였던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을 떠올리면서...

Feyerabend는 생의 거의 마지막에죽는순간 함께할 수 있었던 아내인 그라지아를 만나 진짜 삶을 깨닫게 되고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결국은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아기를 갖기위해 노력도 하고요. 헌데 참, 인생이란 이상하죠... 이렇게 행복을 찾고 깨닫고,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만 더 살았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나 봅니다. 

Feyerabend가 비록 삶의 연장에 대해선 포기했지만, 몇년만 더 아내와 행복을 느꼈음 정말 좋겠다고 담담히 써내려가는 마지막 부분(그가 뇌사에 빠지기 직전에 쓴...)을 읽으면서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그가 위대한 학자여서도, 천방지축 세상을 떠돈 기인이어서도 아닌 그냥 행복을 바라는 평범한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소박한 소원을 들으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참재미있고 나름대로 끝부분에선 찡했던 책이기 땜에 (철학자들의 삶을 다룬 글들을 읽어보면 마치 그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지성 같이 생활했던 것에 비해 Feyerabend는 너무나 대비되는 삶을 살았기에 마지막에는 찡해집니다.) 비록 원서라는 부담에도 이렇게 소개글을 올립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되어있으니 도전해 보셔도 좋을 듯...마지막 부분을 새벽 2시반까지 읽고 저도 모르게 옆에서 자고있는 아내에게 입맞추며저의 아내와의 남은 삶에 좀더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갠 뒤, 참 날이 맑네요..오늘은...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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