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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닭갈비와 카라얀 - 그의 60년대 DG녹음집

by 만술[ME] 2011. 4. 14.

저는 카라얀의 EMI박스(그가 EMI에 남긴 모든 녹음을 담았습니다)와 Decca박스, DG의 교향곡 박스와 마스터 에디션 등을 가지고 있지만 DG의 60년대 녹음을 담은 박스가 나온다는 소식에 조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실 저처럼 라이센스 LP로 클래식 음악들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카라얀은 거의 신적인 존재였습니다. 아무리 누가 뭐라해도 어떤 교향곡이나 관현악곡을 듣기 위해서는 카라얀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을 수 없던 시절이니까요. 그의 음반은 같은 DG레이블의 경쟁상품인 칼 뵘에 비해서도 일단 표지부터 경쟁우위에 있었죠.


당연히 성음에서 나온 DG 중심으로 음반을 모아가다 보니 카라얀의 60년대, 70년대 음반들이 가장 큰 구성을 차지했었습니다. 헌데 이번에 그의 60년대 DG녹음들을 모은 박스가 나온다고 하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죠. 물론, LP와 CD를 통해 지금 박스에 들어 있는 녹음의 대부분을 들을 수 있겠지만 LP 시스템을 다시 구축한다는게 버거운 입장에서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만한 박스도 없는게 사실입니다.



이번 박스는 이런 향수를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 오리지널 LP자켓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뭐 초반의 이미지를 사용했는지, 국내에 흔했던 재발매반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LP시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건 아무튼 기분좋은 일이죠. 다만, 안에 LP느낌을 최대한 살린 비닐 속지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불편하거든요.

하지만, 이 박스는 제게 계륵이지 싶습니다. 우선 앞서 말한대로 EMI, Decca, DG의 박스들에 이미 가지고 있는 카라얀의 음반들은 넘치고 또 넘치기에 82장중 완젼히 겹치거나 최소한 레파토리라도 겹치는 음반이 너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이런 형태의 럭셔리한 느낌의 박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 오픈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 같이 넘쳐나는 음반을 처치하기 곤란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박스는 그야말로 민폐입니다. 굴드 에디션 스타일이 좋지만, 차라리 EMI박스 같은 스타일이라도 좋겠습니다. 구하게 되면 그냥 겉 박스는 재활용 하고 음반들만 한곳에 꽂아놔야겠습니다.

셋째로 라이센스라는 겁니다. 요즘 라이센스가 좋아졌고, 비바르테 박스의 경우 라이센스임에도 음질에 별 불만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라이센스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수입쪽이 더 믿음이 가는건 사실입니다. 다만 책자의 경우, 비바르테의 한글판이 가끔 번역의 문제가 보이기는 해도 한글이 있다는 점이 너무 좋더군요. 영어는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니 일단 읽기가 귀찮아 지더군요.

마지막으로 리마스터링의 문제입니다. 프로듀서는 시대의 상황과 본인의 철학에 따라 본인이 생각하는 타겟층이 소유한 오디오에서 가장 좋은 음질을 내도록 마스터링을 합니다. (또는 했을 겁니다- 이에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이제 시대도 바뀌고 기술도 바뀌고 오디오도 바뀌고 철학도 바뀌었으니 당연히 리마스터링을 해야합니다. 아마 이 박스를 위해서 새롭게 리마스터링 하지는 않았지 싶습니다.

아마도... 이 닭갈비는...

조만간 제게 배달되지 싶습니다. 저는 닭갈비 안좋아하는데...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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