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초 <도서시장에서의 정의>와 관련된 계기로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응원하지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더구나 에도시대 이야기라면 더욱 관심이 없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시리즈물을 출판사 사장님이 추천하시는 순서로 전부 다 읽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직한 이후, <맏물 이야기>, <괴수전>이 추가로 출간되어 도달해야할 목표는 늘었지만, 16가지 이야기 총 19권을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만 읽는 것은 아니었기에 약 1년반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왜색과 에도시대 느낌이 적절히 나는 표지 디자인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는 해도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이미 이야기한 대로 저는 일본 소설, 에도시대, 괴담, 모두 싫어하거든요.
미야베 미유키 스트레이트 플러시
이렇게 16가지 이야기들을 읽어오면서 묘하게도 에도시대의 서민들의 삶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라면 귀신 등이 나오는 괴담이라도 어색하지 않구나 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아울러 전권을 관통하는 주인공이 있거나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몇가지 이야기의 주인공과 등장인물이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정겹고 다른 이야기에서 다시만나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사고와 행동은 시대와 장소를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데 겪어야 하는 고통, 기쁨, 그리고 지켜야 하는 도리라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주인공들과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기기묘묘한 미스테리가 있거나, 역사를 뒤바꿀 거대한 음모가 있거나,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있거나,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가 있지는 않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사람의 냄새와 따뜻함, 그리고 유머가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물론 가끔은 절절하다기 보다는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아픔도 있지만...
이런 작품들의 매력은 전적으로 작가 미야베 미유키와 그녀의 글을 맛깔나게 우리말로 풀어낸 번역가들의 덕택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첫번째 책인 <외딴집>의 판매가 부진했음에도 꾸준히 책을 내고있는 북스피어의 고집 덕분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책에 대한 적절한 추천의 말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조금 큰 다면 이 이야기들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1년반 동안 느꼈던 재미와 따스함, 그리고 삶에 대한 교훈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아울러 빨리 다음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이 모든 사건의 계기가 무색하게 <벚꽃, 다시 벚꽃>을 읽게 될지도 몰라요.^^
* * *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 시리즈를 꺼내 사진 찍다가 곁에 있는 다른 시리즈물도 한번 찍어 봤습니다.
여름마다 한 두권씩 읽고 있는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 입니다. 전에 이미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시리즈죠. 이 시리즈는 순전히 제목, 배경, 표지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아래 사진을 보시면 <표지>의 중요성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번역 출간된 일곱번째 이야기인 <파란 구두와 행복>이 2011년 11월에 나왔으니 작년 10월에 16번째 작품이 출간된 영문판 시리즈를 따라가기는 어차피 힘든 일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번역본은 초판1쇄도 소화하지 못한 듯합니다) 8권을 기대하는 일조차 꿈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 여름은 아직 읽지 않은 6, 7권으로 땜빵하고 내년부터는 원서를 구입해야 할듯합니다. (영문판 표지도 예뻐서 다행인데, 막상 모으기 시작하면 1~7권도 결국은 영문판을 지를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렇게 시리즈물을 출간하다 흐지부지 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니 어쩌겠습니까만은, 자기계발에 대한 책이 일년에도 엄청난 양이 출간되고 또 팔리는데, 그 자기계발서에서는 독서가 중요한 자기계발의 수단이라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만으로 자기계발이 된다고 믿어서 그런 건지는 의문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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