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품절되어 많을 사람을 안타깝게 했던 (그럴리가!) 매그레 시리즈의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드디어 다시 나왔습니다. 행여 이 시리즈를 시작하시려는데 1권이 없어 시작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드디어 시작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2~19권까지는 사정이 넉넉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2권부터는 초판 1쇄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한걸요.^^
열린책들이 야심차게 버즈북(홍보용으로 알차게 제작해서 저렴하게 판매)까지 내면서 전권 출간을 약속했던 매그레 시리즈는 현재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19권으로 멈춰있는데, 전작 출간은 물건너간지 오래고 힘들지만 2기로 몇몇 인기있는 작품을 한번 내보겠다던 열린책들의 이야기도 거의 공수표가 된 듯 보입니다. (2014년초에 세권이 번역중이라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으니..ㅠ.ㅠ) 그러고보면 열린책들에서 야심차게 <버즈북>까지 내면서 홍보한 작가가 심농과 볼라뇨인데 둘다 쫄딱 망했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매그레 시리즈의 멋들어진 표지는 다음권의 표지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매그레 시리즈의 스타일은 출간된 시대로 알 수 있듯 홈스 스타일의 구식 추리물에 가까운데, 홈스가 잘못된 과학적 지식이나 논리의 비약을 동원해서라도 사건을 뭔가 그럴사하게 포장해서 추리해낸다면 ㅡ 홈스의 세계에서는 <우유>로 키운 <인도> 살모사가 휘파람 <소리를 듣고> <줄을 타고> 내려와 사람을 물어 <즉사>시키는데 하필 홈스는 이런 희귀한(?) 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ㅡ 매그레는 그런 놀라운 재주는 없기 때문에 기막히게 들어맞는 증거의 나열이나 막판 반전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탁월한 편이죠.
이런 차이 때문에 셜록 홈스 시리즈가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하고, 왜 그런 짓을 했냐는 것은 거의 부록(또는 사실상 별도의 이야기)으로 다루어지는 반면, 매그레 시리즈에서는 누가 범인이냐 보다는 왜 그런짓을 했는지 알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작품은 아예 제목이 스포일러이기까지 합니다. 어찌보면 그래서 인기가 없을 수도 있지만, 바로 이런 사람 하나하나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매그레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아울러 매그레 경감은 우리처럼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경감직위에도 힘든 일도 솔선수범하면서 지방출장도 자주다닙니다. 홈스가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지나치게 멍청한 판타지 세계의 주인공이라면 매그레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경찰인거죠.
시리즈 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재입고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글을 쓰는 것이기는 해도, 이 시리즈를 1권부터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시리즈 최고의 소설도 아니구요. 다만 처음에는 좀 시시한듯 하지만 한권 한권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더 빠져드는 시리즈라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곁들여 열린책들에 부탁드리자면 좋은 작품 몇점 골라 2기로 내놓고 우리는 할만큼 했다고 하면서 시리즈 접지 말고, 그냥 1년에 한권이나 2년에 한권도 좋으니 전작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내면 아마 전권이 완료될 즈음에 저는 이 세상에 없을 확률이 크겠지만 아이들과 대를 이어가며 볼 수는 있겠죠. 아니면 불어를 다시 배워 원서로 읽는 게 더 현실적 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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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계획은 지켜야 맛이니 연초에 챙길 것은 챙겨두기로 했습니다. 우선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2막)을 소소한 북스피어 응원차원에서 (참고 : 한국 출판 시장서 '정의'란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기로 했으니 마포 김사장님이 추천하시는 순서대로 <말하는 검>을 구입했습니다. 일본/에도시대/기담이라는 세가지 모두 저로서는 그리 땡기는 장르가 아닌데, 도서관에서 맛보기로 앞부분 읽어보니 캐릭터나 이야기 진행이 마음에 들어서 반납하고 주문했습니다. <말하는 검>을 완독하고 좋으면 후속도 속속 챙겨둘 생각입니다. 책표지나 크기 등 디자인적인 요소들도 책의 내용하고 잘 어울려 소장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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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존 키츠의 작품집도 주문했습니다. 저는 옥스포드 클래식에서 나오는 시리즈가 제본도 좋고, 주석이나 해설이 좋은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선호하는데, 키츠의 작품집도 옥스포드 클래식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하는 김에 올해 11월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간 150주년이 되는지라 그 즈음에 읽으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합본도 주문하고, 하는김에 셰익스피어 몇권을 추가했습니다. 모두 옥스포드 클래식 판본이죠. 옥스포드의 셰익스피어 사랑은 각별해서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페이퍼백임에도 사철제본으로 나옵니다.
듣기에 따라 이상하게 들리실 지 몰라도 제 영어실력이 부족한지라 소설은 번역본을 택하고 원서는 주로 운문쪽만 읽습니다. 소설 읽을 실력도 안된다는 놈이 셰익스피어를 영어로 읽냐고 물으신다면, 액션영화는 더빙으로 볼 수 있지만, 뮤지컬은 자막으로 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유의 말장난을 즐기려면 원서를 볼 수 밖에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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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출판사에서 나온 김영수 선생 번역본 <사기 - 세가> 1권도 구입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대로 <세가>가 출간되면서 기존에 출간된 <본기> 두권의 표지도 바뀌어서 나옵니다. 결국 기존에 산 사람들은 <본기>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라 출판사에 제안했더니, 지난 연말 잠깐 이벤트로 인증샷을 보내주면 겉표지를 보내주는 행사를 페북을 통해 했습니다. 저는 페북을 잘 보지 않는지라 기회를 놓쳤으나 담당자의 배려로 보내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도 안오네요...ㅋㅋ
사실 지금 책장의 형편은 책으로 테트리스해야 하는 지경이라 멋드러지게 시리즈별로 모아놓을 상황이아니라 표지의 통일성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만, 기왕이면 다홍치마겠죠. 그렇다고 표지 하나 때문에 두번씩이나 담당자에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아 내버려 둘까 생각중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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