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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마천 <사기 본기> (김영수 번역 / 알마)

by 만술[ME] 2013. 10. 30.

많은 분들이 그렇지만 사마천의 <사기>는 <열전> 그것도 몇몇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만 편집한 판본으로 읽었습니다. 아마 그것도 완전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읽은 시점도 대학도 들어가기 전이니 그야말로 까마득한 어린시절이었죠. 


이후 마음 한켠에는 찜찜하게 남아 있었지만 읽을 여력도 동기도 없었는데, 교보문고의 하루만 반값 세일덕에 김영수 선생 번역의 <본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싸다고 일단 사고 보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의 제대로 된 사실상 최초의 판본인 민음사의 김원중 선생 번역의 <사기>와 꼼꼼히 비교를 하고 구입했습니다. 




민음사 판본의 장점은 우선 <본기>, <세가>, <열전>, <표>, <서> 모두가 번역이 완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영수 선생의 알마 출판사 판본의 살인적 가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죠. 예를들어 (정가기준으로) 민음사판 <본기>는 한권으로 25,000원인 반면 알마 판본은 <본기>가 두권으로 나뉘어 35,000+38,000=73,000원으로 거의 세배 가격입니다. 민음사 사기 전권세트가 17만원 정도 하니, 만약 알마 <사기>가 완간되면 50만원 정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죠.


하지만 민음사 번역본 <사기>가 알마의 <사기>를 도저히 따라 올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김원중 선생의 번역은 짧은 개요+본문 번역+각주 정도의 구성이라면 김영수 선생의 번역은 긴 해설+본문 번역+각종 사진, 표 등의 자료 삽입+상세한 각주(각각의 문장, 인명, 지명 등)+연대별 사건기록+주요사건 요약으로 구성되어 본문보다 더 긴 해설과 자료로 채워져 있습니다. 곳곳에 각종 전쟁의 상황(군대의 진로 포함) 등의 지도가 삽입되어 있어 글로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상당부분 해소해줍니다. 단지 읽는데 그치지 않고 좀 더 공부하고픈 분이라면 가격이 비싸도 김영수 선생 번역본이 좋습니다.




김영수 선생의 <본기>의 또하나 장점은 그야말로 김영수 선생의 “신의 한수”라고 까지 생각되는데 원래 <사기>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사마천 자신이 사기를 집필하게 된 과정과 심경을 임안에게 편지로 보냈던 <보임안서>를 마치 서문인 듯 <본기>의 제일 앞에 삽입함과 동시에 <사기> 마지막 130권으로 편성되었던 사마천의 사실상의 서문인 <태사공자서>를 그 뒤에 배치한 뒤 본격적인 <본기>로 들어간다는 것이죠. 덕분에 독자들은 “궁형”을 당하게 된 이유, 그리고 그로인한 사마천의 고뇌, 어떤 마음으로 <사기>를 집필했는지에 대한 심경 등을 사마천의 이야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고, 이 문장들이 김영수 선생의 해설과 함께 역사 집필과 사명에 대한 장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덕분에 2권에 나오는 <진시황본기> 이전까지 다소 지루한 <본기>들을 견딜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마 <하본기>나 <은본기> 쯤에서 책을 덮을 겁니다) 일단 2권으로 넘어가면 진시황의 본기, 항우의 본기, 한고조 유방의 본기 등 우리가 잘아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거의 엽기 무속 풍자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는 한무제(효무본기)의 이야기까지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김영수 번역본의 위험 요인은 완간 시기가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당초 계획대로면 <세가> 한권정도는 상반기에 나왔어야 하죠. 더구나 알마는 원래 문학동네 출판그룹에 속했었는데 얼마전 독립했습니다. 이 독립이 <사기>의 완간에 장점으로 작용할지 아닐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리 돈 될 것 같지 않는 이런 책이 독립출판사 입장에서 어서 빨리 완간하고픈 종류는 아닐 것이란 생각은 듭니다. 아울러 본문 한글전용을 고집하다보니 진, 진1, 진2 같은 식으로 나라이름을 표기하는데 나라이름만이라도 한자병기를 하면 좋을 듯합니다.


부끄럽지만 초한쟁패 이야기는 그냥 이런 저런 경로로 주워들은 것이지 어느 판본이던 <초한지>를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항우본기>, <고조본기>를 통해 사실상 처음 제대로 읽어 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장량, 한신 등의 상세한 이야기 까지 읽으려면 <세가>와 <열전>까지 섭렵한 뒤어야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 당장 난 <사기> 130권을 모두 한방에 읽어야 해”하는 분이 아니라면 천천히 몇 년에 걸쳐 <사기>를 주파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열전>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다는 <본기>임에도 열흘만에 해설까지 모두 주파했습니다.  


MF[ME]


김영수 선생의 <사기> <세가> 제1편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당초 계획보다는 많이 늦어졌지만, 나와준 것만으로 고맙습니다. 가격은 <본기>에 비해서는 쪼금 내렸습니다만 큰 의미는 없고, 다만 표지가 바뀌어 좀 당혹스럽습니다. 물론 이전 표지 스타일 보다 바뀐 쪽이 더 낫네요.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본기>가 절판으로 나오고 표지가 바뀌어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조만간 바뀐 표지로 <본기>도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알마에서 겉표지 교체 행사라도 해주면 좋겠습니다.^^ (알마 페이스북에 의하면 검토중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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