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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보르코시건 시리즈 - <명예의 조각들>, <바라야 내전>, <전사 견습>

by 만술[ME] 2013. 10. 8.

SF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인데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일부인 마일즈 보르코시건 연대기의 첫 두편은 이미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마일즈의 전쟁>과 <보르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고 절판된 바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은 전권의 판권을 계약했다고 하며, 작가가 정해준 순서에 따라 일종의 프리퀄인 <명예의 조각들>과 <바라야 내전>을 먼저 출간하고 이어 <마일즈의 전쟁>으로 나왔던 <전사 견습>을 제3권으로 출간했습니다.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작은 멋져도 좀 지나면 늘 그렇듯 엄청나게 빠른 행보를 보일 것 같았던 것과 달리 <보르 게임>은 조금 지연되는 듯합니다. 출판사는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만들고 열심히 트윗하고 있지만 <명예의 조각들> 만화를 포스팅 하는 것 빼고는 후속 발간에 대해서는 별 소식이 없군요. 홈페이지도 요즘은 영 관리가 안되는 느낌이구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소식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7번 항을 참조하세요)





아래는 1~3권까지를 읽은 뒤의 느낌입니다.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1. 새로나온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첫 두편은 일종의 프리퀄 또는 <코델리아 네이스미스 연대기>라고 할만합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어머니 코델리아의 활약(이라기 보다는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전형적이지만 무척 재미 있습니다. 천방지축 마일즈의 성격이 누구로부터 물려 받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프리퀄이죠. 바라야 기준은 물론 때로는 21세기 한국을 기준으로도 좀 심하게 나간다 싶은데도 늘 코델리아를 지지하는 아랄 보르코시건의 모습을 보면 거의 성자라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그닥 잘생기지 않고 키도 크지 않은, 더구나 결혼 경력이 있고, 나이 많은 남자가 젊고 똑똑하고 늘씬한 미인형 여성과 결혼 하면 얻게 되는 댓가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2. 캐릭터는 사건을 통해 발전합니다. 갈등도 사건을 통해 해결됩니다. 즉, 모든 것은 사건을 통해 기-승-전-결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 따위는 개나 줘버려~ 뭐 이렇습니다. 따라서 문학적으로 엄청난 쾌감을 주지는 않지만 읽기 편하고 재미 있습니다. 거의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사건의 향연이지만 사건의 내용들이 독자를 즐겁게 하고 톡톡튀는 대사들과 함께 깊이 있는 사고는 아니지만 캐릭터들의 마음속의 이야기들이 맛깔나게 버무려져 있습니다. 편집에 있어 씨앗판에서는 행복한 책읽기 판본과 달리 원작에서 작가가 강조한 부분을 블드체로 구분 표시한 관계로 좀 더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3. SF라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SF의 설정은 양념일 뿐입니다. 그냥 일상적인 경우라면 설득력 없을지 모를 좀 독특한 세계와 캐릭터를 보다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근거일 뿐이죠. 그속에서 벌어지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사건들은 SF의 틀을 떠나서도 매력적이며 사건은 꼭 우주공간에서 벌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스타워즈를 은하계 저멀리 아득한 과거로 설정하지 않고, 중세 유럽이나 서부 개척시대, 또는 마피아 집안 이야기쯤으로 변형시켜도 그리 지장이 없듯 아랄과 코델리아는 북한 장교와 남한 장교로 풀어도 되고, 러시아 장교와 영국 장교로 해도 크게 달라질건 없습니다. 마일즈가 우주가 아닌 중동 어디에서 사건을 일으켰다고 해도 스토리는 지장이 없구요. 다만 SF라는 틀 덕분에 이들 캐릭터, 사건들이 좀 더 자연스러울 뿐이죠.


4. 작가가 정해준 시리즈 출간 순서는 아주 잘 정해준 것 같습니다. 마일즈 연대기의 시작인 <전사 견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전의 이야기를 읽고 <전사 견습>의 아랄, 코델리아, 보타리를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재미와 느낌이 매우 다릅니다. 특히나 보타리의 과거에 대한 진실, 그리고 결말을 접했을 때의 차이는 너무나 크죠. 아랄과 코델리아의 대사들, 행동들로 느끼는 깨알같은 재미들도 있구요. <명예의 조각들>, <바라야 내전>이 프리퀄이라 <전사 견습>과 향후 발매될 마일즈의 활약상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기왕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읽어나가실 생각이라면 두 이야기를 읽는게 더 많은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세권중 재미로 따지면 첫 이야기인 <명예의 조각들>이 좀 덜 스펙타클하기 때문에 <명예의 조각들>은 그냥 에피타이저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시리즈를 읽을지 평가하기 위해 3권중 가장 재미 있는 <전사 견습>을 먼저 읽고 마음에 드시면 <보르 게임> 발간 때까지 1, 2권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구요.


5. 말 많은 표지는 개인적으로 큰 불만은 없습니다. 작품의 내용이나 문체로 볼 때 스타워즈 풍의 우주전함 나오는 표지면 오히려 웃길 것 같습니다. 보르코시건 시리즈 같이 심각하지 않고 어떤 점으로는 개그인 이야기의 표지가 장엄해 보여도 넌센스죠. 가벼우면서도 너무 유치하지 않은 지금의 분위기가 딱 좋습니다. 표지가 소프트한 느낌이라고 SF를 안보는 사람들이 볼리는 없지만 장르를 떠나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고 꼬시기에는 나쁘지 않은 표지입니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글자 크기나 판형은 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정도 판형에 이런 편집으로 책을 더 두껍게 만들었다면 글씨를 작게 하고 책 부피를 줄이지 않았다고 불평했겠지만 이 정도 부피는 손맛을 유지하면서 가방에 넣어다니며 읽기에도 무리가 없더군요.


6. 번역과 편집은 무난합니다. 기존의 행복한 책읽기는 김상훈씨가 번역을 했는데 김상훈씨의 번역은 늘 그렇듯 의도적인 직역스타일인 반면 새로운 번역은 조금 더 문학적(?)입니다. 대사들이 좀 더 맛깔나졌다고나 할까요? 물론 기존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개그인 책의 내용을 생각할 때 좀 더 따뜻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새번역이 전 좋더군요. 편집에서 자잘한 실수가 발견되지만 책을 읽는데는 전혀 지장 없고, 술술 잘 읽힙니다. 세권을 각각 다른 분들이 번역했지만 1~3권을 읽는 동안에 제법 통일성이 느껴졌고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7. 개인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보르 게임>이 현재 편집중에 있다고 합니다. 다음주면 책이 나올 것이라 하네요. 저는 <보르 게임> 그리고 후속인 <세타간다>까지는 주파할 생각이고 그 이후의 시리즈에 대해서는 <세타간다>를 읽고 마일즈의 천방지축 삶에 좀 더 함께 할 마음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아무튼 다음주면 <보르 게임>이 나옵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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