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스 LP를 들으며 음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에 호로비츠의 음반들은 당시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극소수의 음반들을 통해서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더구나 지구레코드의 음질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당시 이미 전설이던 호로비츠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호로비츠가 노년에 DG와 전속계약을 하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이루어지면서부터였습니다. <The Last Romantic>이라는 기가막힌 표제를 달고 나온 음반이 처음이었죠. 이때부터 <The Studio Recordings, New York 1985> 등 나오는 즉시 구입했습니다.
물론 당시는 CD도 어느정도 보급되는 중이었지만, LP가 지닌 장점이 CD의 장점 보다 상회하고 있던 시절이어서 저도 비록 라이센스지만 LP만 고집했습니다. 이 시절의 성음 라이센스의 품질은 매우 우수했고, 특히 표지인쇄의 질은 본사에서 인쇄용 필름을 공수해서 인쇄했었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년의 호로비츠가 들려주는 음악과 함께 큰 LP표지로 호로비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감동이었습니다. 방에는 <The Last Romantic>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걸어놓기도 했죠.
전에 말씀드린 대로 진행하고 있는 음악 듣기 프로젝트 중 하나가 호로비츠의 음반을 곡별/연대기순으로 듣는 것인데 DG의 음반들을 들을 때 좀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LP로 가지고 있는 음반은 낱장보다는 박스로 구매하자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RCA나 Colombia의 음반들은 개별 음반들 보다는 찾기 쉬운 오리지널 자켓 콜렉션을 중심으로 찾아 듣게 되어 옛 표지를 보는 맛도 있는데, DG의 박스는 박스 표지를 약간 투명도를 주어 흐리게 처리한 일률적인 표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예전에 DG 레이블로 호로비츠를 접하던 순간의 감흥을 재현하지 못하더군요. 더구나 제게는 <The Studio Recordings, New York 1985> 같이 최초 발매시의 음반 이름으로 더 익숙한데, DG의 박스는 기존의 LP 한장당 한장의 CD를 재현한 방식이면서도 표지에는 그냥 CD 번호만 적혀있는 무미건조한 방식이라 더 감흥을 떨어뜨립니다.
현재는 함부르크의 실황이 추가되어 7장짜리 박스로 바뀌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표지도 빨간 나비 넥타이로 변경)
언젠가 DG에서 이 음반들을 오리지널 자켓으로 내줄지도 모르지만, 기다리기도 그렇고 아쉬운 사람이 우물판다고 제가 자체 제작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DG의 박스가 새로 컴파일레이션 한 것이 아니고 예전 LP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한 점입니다. 만들다보니 DG에서 고품질 표지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지털로 음원을 관리하더라도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게 되고, 따라서 음원을 단순한 <파일>이 아니라 <음악>으로 느끼게 해주는 요소중에 <음반 표지>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호로비츠 박스를 가지고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다른 무미건조한 박스들도 <오리지널 자켓 에디션>으로 만들거나, 오리지널의 느낌을 살릴 수 없게 뒤섞인 음반이라면 예전 불법 음반 전문 레이블인 Turandot & Fox Music 시절 처럼 자체제작 표지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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