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DVD하나를 소개해 들릴까 합니다. 프랑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La Roque D'Antheron 피아노 페스티벌의 실황을 담은 DVD인데 이 씨리즈는 작년 처음 1차분 네편이 발매되었고, 얼마전 2차분 네편이 발매된 바 있습니다.
이 DVD들은 2002년 여름의 페스티벌을 녹화한 것인데 단순한 영상물이 되기 쉬운 피아노 독주회를 다양한 앵글과 뛰어난 녹음으로 꽤 볼만한 것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 영상물을 위해 홀을 새로 건립하고 관객과 연주자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하네요.
모든 씨리즈는 약 한시간 정도의 영상을 담고 있으며 타 연주회의 예고편 외에 특별한 부록은 없이 연주회만 담겨져 있습니다. 화면은 모두 16:9로 되어 있고 싸운드는 PCM2.0만 지원합니다만실황연주의 녹음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만큼 뛰어납니다.
오늘은 이 8종의 DVD중 첫째로 나온 보리스 베레좁스키의 연주회 실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베레좁스키의 타이틀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실황을 담고 있는데 아무리 베레좁스키가 이곡을 자주 연주회에 올렸다고는 하지만 실황으로 영상까지 담는다는 것은 리스크가 엄청나게 큰 일입니다. 아시겠지만 이곡은 정말 연주자에게나 청중에게나 어느정도는 극한을 요구하니까요.
베레좁스키는 2001년 12월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후반후에 배치하고 전반부는 순례의 연보 2년 "이탈리아" 중 3곡, 베네치아와 나폴리, 메피스토 왈츠 1번으로 구성하는 약간은 무모하게까지 느껴지는 프로그램으로 내한하려다 건강을 이유로 펑크를 내고 다음해 1월 내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성공리에 마친적이 있죠. (베레좁스키는 작년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하루에연주하는 기록으로 또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전 첫번째 연주회를 아는 사람들 설득해서 프로그램만으로도 이런 대단한 연주회가 또 있겠냐며사람들을 모아서 갔다가 베레좁스키의 펑크로 인해 그 사람들에게사과의 뜻으로 차를 대접하기로 했는데저희부부가 잘아는 근사한 찻집을 가자고 청담동까지 갔는데 그집이 문닫아서 하루에 펑크를 두번 맞는 사고도 쳤고... 물론 이후 1월의 연주회는 한번 바람을 맞은 덕에 기획사에서 할인을 해줘서 쫌 싸게 봤죠.
국내 공연에서는 전반부를 리스트곡을 또 넣고 인터미션 후에 초절기교 연습곡을 했는데 아무래도 초반부의 곡들도 결코 쉬운곡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후반의 연습곡들로 갈 수록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진 느낌을 받앗었습니다만 라로끄 당데롱의 실황은 초절기교 연습곡만을 편성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체력이 더 보강 됬기 때문인지 시종일관 안정된 기교와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씨리즈의 메뉴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레좁스키의 경우는 연주회중 10번째 연습곡에서 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해서 보너스로 그 장면을 담고 있는 것만 특이한 사항이죠.
연주회장의 분위기는 원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약 150석의 좌석이 배치된 형태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푸른 조명을 통해 연주회장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무대 주위에 배치된 트랙을 통해 회전하면서 다양한 앵글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면 앵글은 물론 탑앵글, 다양한 클로스업 씬을 통해 연주회의 열기를 전해주고 있죠. 베레좁스키는 연주회 내내 일관된 기량을 보이면서 연주회장의 청중, DVD의 관람자들을 열정의 도가니로 서서히 몰아갑니다. 이 영상물을 보다보면 아마다른 피아니스트들 조차 베레좁스키의 뛰어난 테크닉과 힘, 그리고 과감함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지...
솔직히 클래식, 그것도 피아노 연주회의 영상이란데 커다란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이 영상물을 보면피아노 독주회에서도 스펙타클한 영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헌데 이 스펙타클은 연출과 촬영진의 기술력도 요인이지만 베레좁스키가 12곡을 차례로 정복해가는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해서 일종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느낌까지 들게 하기 때문이죠.
음악적으로도 매우 훌륭해서 마제파,에로이카 등의 대부분의 곡에서의 기교는 완벽하며 DVD임에도 곡이 끝날때마다 영상속의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보내게 만듭니다. 장대한곡 뿐아니고 Feux Follets나 Chasse-neige 같은 곡의 무드역시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기교적으로 엄청난 곡들에 비해 선율과 이름다운 음색이 빛나야 하는 느린곡들(특히 Paysage)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정도야 전반적인 수준에 비하면 약점이라 할 수도 없죠.
후반부에는 얼굴은 물론 온몸이 땀에 젖어 (젖어 달라붙은 셔츠를 보시라!) 베레좁스키가 음악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감상 하실 수 있는데, 스타인웨이도 고생을 많이 했음인지 뒷부분에 가서는 조금 조율이 흩어진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 장면이 보너스에 들어 있는 줄끊어지는 장면으로 베레좁스키가 멋적어 하면서 끈허진 줄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La Roque D'Antheron 씨리즈는 모두 훌륭하지만 만약 단 한편만 골라야 한다면 전 주저없이 뛰어난 음악은 물론 스팩타클한 연주회의 모든 것을 영상으로 훌륭하게 잡아낸 베레좁스키 연주회를 고르겠습니다.
기본사양
상영시간 : 57분 / PCM 2.0 / 16 : 9 / NTSC / RC 0
*본영상물 캡쳐는 제가 직접한 것이지만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2007년 8월 동영상을 추가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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