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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CD가 필요할까?

by 만술[ME] 2004. 3. 11.
지금은 듣고 있진 않고 본가에 쌓아두고 있지만 전 LP시절에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들을 때만 해도 아는 지휘자는 카라얀과 뵘뿐이었고, 그둘의 음반(특히 카라얀)이면 다 명반이라 생각하며 들었습니다. 카라얀의 경우는 이후 일부 언론 등에서너무 의도적인 깍아내리기를 했고 그때문에 마치 전투연습용 허수아비가 된듯 실제보다 저평가 되어있지만 요즘 들어도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한 연주들이 많습니다.

이러다 몇몇 가이드북을 사보고, 또 당시 한다하는 (음악적 분석보다는 감정적 토로에 치우친) 리뷰어들의 비평들을 읽으면서 "음반 사모으기" 또는 "명반집착증"의 함정에 빠져들었죠. 그러면서 전설적인 연주자들과 지휘자들을 알게되고, 그들의 "절대명반"이라는 것들이 국내에 출시 안되 있는 현실을 당시의 리뷰어들과 함께 (또는 그들의 장단에 맞춰) 통탄하고 DG, Decca, Philips의 라이센스권을 가진 성음레코드에 이런건 왜 발매 안하냐는 등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이야 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좋고 나쁘다 보다는 호감과 비호감으로 음반을 나누지만 그때는 지금 생각하면, 들어보지도 않은 연주를 몇몇 평론가라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어찌 그리 맹신 할 수 있었는지...

이러다보니 점점 LP가 쌓여갔습니다. 그리고는 CD가 도입 되었지만 초기 CD의 차가운 음색이 (초기 CD는 지금의 CD와는 전혀 다른 음색이었죠) 싫어 LP만 고집했습니다. 이러기를 몇년... 군을 제대하고 나니 3년간 세상이 바뀌었더군요. LP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CD세상이 된거죠. 더구나 저를 CD로 전환하게 한 결정적 요인은 LP시절에 발매되지 않아 애타게 발매 되기만을 기다렸던 음반들이 CD로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녹음이 아닌 옛 연주를 듣기 위해 CD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옛 녹음의 복각뿐 아니고 새로운 연주자들의 음반들도 듣게 되고 나름의 기준을 갖고 음반을 듣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Gramophone이나 Classic CD같은 전문지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하고... 아직도 Gramophone, International Record Collector, International Piano 같은 전문지를 구독은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이야 그냥 참고로만 생각하고, "이 녀석들 작전들어가는구나" 식으로 무시하는 글들도 많죠.

암튼... 이렇게 CD를 듣게 되니 자연히 음반은 쌓이고 기존의 LP를 제외하고 1,500에서 2,000장 정도가 되자 첨에는 늘어가는 재미(사실 재미 있을 것도 없는데)로 가끔 세어보던 것도 시들해져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솔직히 몇장이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Furtwa"ngler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이 꼭 연도별로 다 있어야만 이유와, 루쩨른 실황이 Music&Arts, Tahra의 신/구복각 이렇게 똑같은 연주를 세종류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제 스스로도 궁금합니다. CD와 책을 위해 특별주문으로 짠 붙박이장의 CD부분이 넘쳐 책을 밀어내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연주는 그냥 두고라도 복각의 버전이 다른 것중 안듣는 것을 버리거나 남주거나 팔아버리지 않는 고집도 이해가 안가고...

1천장의 CD가있다고 할 때, 연주시간을 그냥 60분으로 잡고 하루 한시간씩 들으면 1천일 두시간 들어도 500일...결국 그 CD를 또 듣는데는 약1년반이 소요된다는 이야긴데... 그와중에 또 신보는 늘어가니 지금 가진 CD만도 과연 제가 남은 생중같은 음반을 몇번이나 더 듣게 될지...

아무튼... 작년 이사를 하면서 짠 붙박이장 사진입니다. 와이프의 아이디어로 제가 몇몇 숫자만 주문하고 와이프가 직접 디자인해서 전문업체에서 맞추었죠. 당초 계획은 제가 CD도 쫌 되지만 책도 쫌 있어서 결혼 후 산 책과 함께 본가에 있는 책도 수납할려고 했는데 본가의 책은 조금밖에 가져오지 못하고 거의 꽉차갑니다.

구성은 비됴가게의 비디오장 처럼 슬라이드로 구성하여 앞부분은 CD를, 뒷부분은 책을 수납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랙의 두께가 쫌 두터워 졌지만 그리 부담되지는 않더군요.

▲ CD와 책장의 전반적인 모습입니다. 크게 세개의 랙을 각각 12단으로 구성했습니다. 뒷부분의 윗쪽은 조금 작은 싸이즈를 수납하기 위한 공간으로, 아랫쪽은 잡지나 무크지 같은 큰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 CD장의 모습인데 작곡가별로 ABC순으로 정리하고 뒷부분은 지휘자별, 연주가별 또는 씨리즈별 코너로 채웠습니다. 작년 이사직후 찍은 사진이라 지금은 빈칸이 다메워지고 뒷부분의 책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CD각 단의 높이는 일부러 권장 높이보다 높혔습니다. 제가 세워진 CD위쪽에 한두장 정도 눞혀 얹져 놓는 것을 좋아하고 책자형으로 된 CD는 그런방법 밖에는 수납이 안되기 때문이죠.

▲ 슬라이드를 밀었을 때 뒷 책장 부분의 모습입니다. 가운데 부분에는 제가 한때 (어쩌면 지금도) 푹 빠져 있는 톨킨의 책들인데 반지의 제왕 번역본, 영문본은 물론 호빗, 실마릴리온 등의 정식출간물과 함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이 사후에 톨킨의 미완성 원고들을 정리한 중간계 씨리즈 12권을 아마존에서 모두 구입했죠. 꼭 반지의 제왕의 또다른 버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이것도 하나의 집착이 아닌가? 암튼 이 뒷부분은 책과 DVD, 그리고 앞부분에 자리가 없어 밀려난 CD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튼... 오늘은 과연 얼마나 많은 CD가 필요한지 함 생각해 봤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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