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포스트에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 소프라노 3인방을 언급하면서 담라우(Damrau), 하르테로스(Harteros)와 함께 에린 월(Erin Wall)을 꼽은 일이 있습니다. 오늘 다른 포스트의 댓글 중에 제가 언급한 에린 월의 실황을 원하시는 분이 있어 맛보기로 한곡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 공연은 캐나다 출신의 소프라노 에린 월과 테너 벤 해프너(Ben Happner)가 주커만(Pinchas Zukerman)이 지휘하는 캐나다의 National Arts Centre Orchestra와 공연했던 2007년 갈라 콘서트 실황입니다. 들어보건데 당연히 그날의 주인공은 해프너가 되어야 했겠지만 당일 컨디션으로 봤을 때 해프너는 최상이 아닌 듯했고 (선방은 했습니다) 오히려 신예인 에린 월의 역량이 돋보인 공연이었습니다.
에린 월은 국내 애호가들에게도 파트리세 셰로의 연출이 돋보인 엑상 프로방스 실황 "코지 판 투테"로 제법 알려져 있죠. 하딩이 에린 월, 가란챠(Garanca), 라이몬디(Raimondi) 등을 기용한 이 실황은 제가 본 "코지" 중에 가장 좋았던 공연물 입니다. 물론, 무대가 좀 단촐하고 "코지" 특유의 가벼움과 부산스러움은 많이 적어졌지만 연출이 조금 심각해짐으로써 그간 "코지"를 접할 때 마다 느꼈던 거북스러움, 앞뒤가 안맞는 듯한 찝찝함이 사라지고, 논리적 귀결이 명쾌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과연 그들이 행복했을까 하는 질문까지 던지게 하는 멋진 연출이 되었습니다. 이건 심각해짐으로써 재미가 너무 많이 사라져 버린 잘츠부르크의 "피가로"와 달리 심각해짐으로써 작품의 정신이 더 현대적으로 살아난 사례라 할 수 있겠네요.
연출 뿐 아니고 음악적으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에린 월이 노래한 피오딜리지는 이 당시만 해도 지금 보다 많이 슬림해서 무대에서 비주얼적으로도 큰 부담이 없으며, 노래역시 다소 불안한 저음을 빼면 훌륭합니다. 특히 강인한 의지의 표현에서 서서히 그 의지가 무너져 버리는 과정의 묘사가 탁월하더군요. 저는 이 영상물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코지"를 즐기지는 않았지 싶습니다.
아무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일단 한번 들어 보시죠.^^ 너무나 유명한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비올레타의 아리아 "E strano...Sempre libera" (이상해...언제나 자유롭게) 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실황중 발췌죠. 어차피 한장소에서 공연했는데 그냥 해프너가 찬조 출연 했음 더 멋졌지 싶은데 이런 방식도 나름 좋습니다.^^
아무튼 마르첼로 님의 댓글로 요청하신 내용을 다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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