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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by 만술[ME] 2006. 7. 20.
이제 왠만한 회사라면 대부분의 회의에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은 필수적인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저희 회사도 경영진 회의나 사업부 임원/팀장급 회의는 물론 가끔은 일상적인 회의에서도 무엇인가를 발표하고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파워포인트를 이용하곤 합니다.
헌데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들으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지루하다는 것이죠. 가끔은 보고서를 통채로 띄워놓고 줄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 이럴거면 뭐하러 파워포인트 사용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전문적 컨설팅 업체의 프레젠테이션도 크게 다르지는 않죠. 가끔 그나마 낫다는 것은 광고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인데 그것도 클라이언트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사업주인 우리회사가 더 잘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본론 부터 시작하라고 늘 강조하곤 했으니까요. 솔직히 경쟁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같은 내용을 서너시간 듣고 있으면 아무리 인내심 깊은 사람이라도 짜증나게 마련이죠.
늘 참석한 사람들을 기쁘게, 놀라게, 그리고 무엇인가 대단한 행사에 함께 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이런 것과는 정 반대입니다. 긴 시간이지만 늘 즐겁고, 또 그다음이 기다려지는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가니까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인 저자가 기본적 프레젠테이션의 기법을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으로 보면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실재적으로 보았을 때 이 기본들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고, 때문에 이런 간략한 기본에 대한 접근, 그리고 실제 그 기본이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즉,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들이대는 것 보다 더 좋으니까요. 솔직히 이책에 나온 내용을 "몰라서" 실제에서 못하는 프레젠터는 없겠죠. 허나 그것이 몸속에 체질로 바뀌기 위해서는 늘 잘하는 사람을 벤치마킹하고 하나라도 명심해서 시도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멋진 선생이고, 이책은 친절한 조교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마침 어제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협력사 사장님들과 책임자들을 불러 놓고 하는 킥오프 미팅이었기에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제 위치에서는 구태여 프레젠테이션을 할 이유도 없었고, 간단한 격려사나 당부정도면 끝날 수 있었겠지만 마침 이 책을 읽은 터라 부랴부랴 제가 직접 파워포인트를 작성하고 저희 회사 최초로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내용이 프로젝트에 대한 저희 회사의 비젼(솔직히 제 비젼이었죠^^), 협력사에게 요망하는 사항 등이 내용이었기에 파워포인트 작성도 30분이면 끝났고, 그것을 배경으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내놓는 시간인지라 리허설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늘 보고 하거나 세부사항까지발표를 하는 입장이었기에 제가 봐도 복잡한 스크린의 숫자들을 이야기하는것을 모처럼 탈피한 프레젠테이션이었으니까요. 다행히 그자리에 참석했던 회사 임원진도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생소한 프레젠테이션에 이 녀석 뭐하나 싶었겠지만요.^^협력사 사장님들과 책임자들의 반응은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제가 프로젝트에 가지고 있는 비젼과 열정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암튼, 이 책은 프레젠테이션의 고수라 할지라도 리마인드를 하는 차원에서 한번쯤 읽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청중들이 자기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하품을 하거나 졸고 있는 프레젠터라면 말할 나위 없구요.
책에 대한 아쉬움은 잡스의 동영상이 부록으로 제공되지 못한점, 잡스 연설의 원문 번역에 있어 저와 다른 생각을 갖고 번역한 부분이 보인다는 점, 내용에 비해 좀 비싼 책값, 그리고 깊이에 있어 조금 더 깊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MF[ME]
*김경태 지음 / 멘토르 / 279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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