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쟁이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자랑쟁이님이 플래너를 쓰게된 히스토리를 보았습니다. 간단히 코멘트를 달까 하다가 언젠가는 제 블로그에도 한번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해 포스팅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트랙백으로 포스팅 합니다.
1. 프리-플래너 시절
사실 제 스타일은 뭔가 약속이나 할일을 기록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나 감상을 적는 노트는 있었지만 약속이건 할일이건 머리에 담아두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행동했죠. (그때는 기억력이 좋았습니다.) 회사에 입사해서야 처음 다이어리란 것을 쓰게 되었죠. 입사해서 초기에는 업무의 성격상 중요한 약속이 많지 않고, 업무의 내용도 적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나누어주는 다이어리는 그냥 장식품이었습니다. 팀장이 말하는 것을 그냥 적는 척 하는 용도랄까요?
나중에 대리쯤 부터 서브로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되면서 일정의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나중에는 마케팅이 주 업무의 하나가 되어서 업체와의 약속이나 딜리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허나 이때도 일정은 프로젝트용 일정표로 A4정도의 월간 달력을 하나 출력해서 필요에 따라 그 달력에 적어 놓으면서 프로젝트별로 일정을 관리하는 스타일이었죠. 물론 2달짜리 프로젝트는 두달을 이어 붙이고, 세달짜리는세달을 이어 붙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폐기처분 했죠.
그러다 와이프가 PDA를 사달라고 해서 사준 PDA(iPAQ)가 한달인가만에 제 수중에 떨어졌기에 PDA와 아웃룩을 연동해서 일정을 관리했습니다. 당시 PDA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회사에서도 좀 신기하게 쳐다보았죠. 물론 문제는 사실상 필기라는게 불가능했기에 별도의 노트는 항상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위에 말한 달력 붙이기 신공도 여전히 사용했구요.
이러다 제가 이런식으로 일정을 관리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아니면 본인은 물론 직원들도 쓰게 만든 프랭클린 플래너의 우수성을 저도 느끼기 바란 것인지, 협력사 사장님께서 플래너 세트를 주셨습니다. 본인은 클래식 크기를 사용하지만 (펼치면 A4정도 됩니다)커서 불편하니 컴팩 사이즈을 쓰라고 하셨죠. 그리고 전에 소개해드린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도 함께 꼭 읽으라 추천하셨습니다.
이때부터지금까지 수년간을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간 동기보다 (물론 제가 회사를 늦게 들어가서 동창들하고 비교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1년 빨리 진급하고 진급 누락 없이 당시 대리에서 팀장까지올라온 것을 보면 효력이 있기는 한가봅니다.^^ 별도의 회사다이어리가 있지만팀원들에게 늘 플래너를 권하고 새로전근 온 직원이나 신입직원들에게는 늘 10가지 자연법칙을 구입해 주고 있습니다.
2. 왜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야 할까?
사실,일정을 년간/월간/주간/매일 관리하면서 할일들의 리스트를 관리해주는 도구는 많습니다. 어떤 것은 더 편하고 어떤 것은 하는 일에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모양이나 구성으로 보면 프랭클린 플래너는 정말 단순하죠. (물론 일반 다이어리에 비해서는 복잡합니다.) 헌데 그 모든 도구들에 없는 것 하나가 프랭클린 플래너에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철학"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시간관리 도구를 통해 하루살이또는 주간살이 또는 월간살이 정도의 삶을 삽니다. 거의 내일은 또다른 내가 되는 삶이죠. 그리고 오늘의 일은 그게 늘 오늘의 일인양 다루어집니다. 기껏해야 내일의 일과 연관될 뿐이죠. 그리고 왜 그일을 해야 하는가는 그냥 프로젝트에 연관되는 정도가 전부구요. 프랭클린플래너는 전혀다릅니다.
사람들은 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뭔가 할일을 적고, 약속을 정하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할까요? 프랭클린 플래너는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조건 연간/월간/하루 계획을 짜기 이전에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들, 특히 지배가치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때 위에 적은 책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 본인만의 지배가치를 찾아내는게 중요합니다. 그게 결국은 살아가는 의미니까요. 본인에게는 이런 가치가 없다는 분은 그냥 딴데 가시면 됩니다.^^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찾아낸 뒤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 본인 스스로 의무 또는 임무를 찾아냅니다. 각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해야할 의무들이죠. 지배가치중 하나가 행복한 가정이라면 그에 따른 미션들이 있을 것이고, 건강이라면 또 그에 따른 미션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각각의 가치들과 부합하고 미션과 부합되는장기적 목표들을 설정합니다. 어떤 것은 평생이 걸려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한달이면 되는 것도 있을 수 있겠죠. 이렇게 설정된 목표들을 단계별로 정리를 하면서 그 단계들을 각각의 일정에 기록해 놓습니다. 예를들어 지배가치가 건강이고 그에 따라 장기 목표가 체중감량10Kg라면 각각의 단계중 1간계인 감량 1Kg이 되는 시점을 어떤날까지라고 기록해 놓는 것이죠. 이것이곧 년간 월간/일간/계획에 반영됩니다.즉, 오늘 내가 해야할 일과 약속은 단지 오늘해야 할일과 약속이 아닌 내인생의 지배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큰 그림속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죠. 아울러 매주 단위로 각자가 삶에서 수행하는 역할들(아버지, 팀장, 아들,유명 블로거등)에 따라 그주에 특별히 꼬해야 할 목표들을 정해놓고 수행하게 하죠.
여기에 이 지배가치에 따른 랭크 시스템이 결합됩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A/B/C로 중요도를 정하게 하는데, 이 중요도는 시급함이 결코 아니고 지배가치에 미루어 볼 때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안 해놓으면 내일 팀장에게 깨질 것이 뻔 한 보고서 작성과 안해도 당장은 큰 일이 벌어지지 않지만 (예를들어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기로 한 약속) 그 팀장에게 깨질 일보다 지배가치와의 관련성에서 더 우위에 있는 일이라면, 그것(야구장에 가기로 한약속)이 더 높은 중요도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일의 처리 순서역시 A/B/C 순이 되는 것이구요.
팀장에게 깨질 일을 미루고 아들과 야구장에 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선택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둘중 하나를 포기 할 수 밖에 없던 날 다음날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면 무엇을 하는게 옳았을지 명확하지 않습니까? 아들과 야구장을 갔건 야근을 했건 아들의 죽음으로 엄청난 슬픔과 충격에 휘말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평생 후회가 되고가치관과 삶에 대한 확신까지 흔들리게 될 경우는 어느쪽일지 명확하죠.
이렇게 각자의 삶의 가치들이 오늘에 하나하나의 할일과 약속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프랭클린 플래너의 최대 장점입니다.
3. 제가플래너를 쓰는 스타일
저는 작년까지 데일리 스타일을 써왔습니다.하루하루가 한장씩 기록될 수 있는 스타일인데 일년치를 모으면 무척 두껍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록할게 많은분에게 좋은 방식이죠. 더구나 속지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와 있기에 패셔너블한 플래너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저는 팀장이기 때문인지 어느순간 부터인가 하루하루를 관리하는 것보다 포괄적인 흐름의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그러기에는데일리 시스템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아울러 매일매일 적을 내용도 점점 줄어들고 그 기록은대부분 특정 날자 보다는 좀 포괄적인 사항으로 접근해야 될 내용들이 많구요.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일정과 할일을 관리 할 수 있는 위클리 플래너로 바꾸었습니다. 물론 기록은 매일 하지만 한눈에 일주일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가로형이 보기도 좋고 제 스타일에 맞아서 가로형으로 쓰고 있습니다.
디자인상 하루에 할일을 기록할 칸이 8칸 밖에 없고, 일정도 시간을 직접 기록해야 하기에 좀 불편합니다만 하루에 중요 약속이 서너건 정도고 주요 업무와 개인적할일도 8개면 대부분 문제가 없더군요. 기록할 곳도 일주일에 두 페이지면 문제 없고, 중요한 사항들은 찾아보기를 표시한 뒤, 뒷편의 숫자탭을 이용하여 기록하니까 편합니다. 즉, A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미팅 결과와주요 지시사항들에 대해서는 주간 메모에 적지 않고 간단히 회의 제목과 시간, 참석자만 적어두고 2번탭을 참조하라고 표시해 놓고는 2번탭에 상세내용을 일자별로 적는 방식이죠.실무자가 아닌관리자라면 별 문제가 없이 관리가 되는 듯합니다.
아울러 매일의 할일을 적을 때 업무와 관련된 것은 위에서 부터 적고, 개인적인 것은 아래서 부터 적어서 업무와 개인사를 별도로 관리합니다. 이러면 일을 처리할 때도 공사가 구분 되는 느낌이 들어 좋더군요. 그리고 월간 일정표에는 각 일정이나 중요 할일들의 성격에 따라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둡니다. 예를들어 생일이나 기념일들을 핑크색으로 마킹을 해 두는 것이지요. 이러면 중요한 일정이나 기념일을 항상 주목하게 되고 실수할 일도 적어집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어떤 플래너를 쓰건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적고, 지키는 것은 좀 힘이 듭니다. 저도 아침에 출근해서 바삐 회의를 들어가다가 할일이나 일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고, 때로는 이렇게 관리하는게 귀챦아 지기도 합니다만 최소한 일주일 단위로라도 심기일전하면서 플래너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자신이 생각하는 지배가치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과 그냥 오늘도 또 같은 하루라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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