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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푸르트뱅글러(Furtwler)의 영웅교향곡 이야기

by 만술[ME] 2005. 2. 25.
오디오 관련 모 싸이트에서 푸르트뱅글러(Furtwler)의 "영웅"교향곡 녹음중 1952년 티타니아궁(Titania Palast)에서의 BPO실황녹음이 12월7일인지, 8일인지 아니면 둘다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한 답글들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 쉬운 것이지만 (제가 둘다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푸르트뱅글러의 "영웅"교향곡과 관련해서 이야기해보자는 의미에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52년 12월의 "영웅"교향곡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푸르트뱅글러의 연주기록에 의하면 12월 7,8,9일의 연주회에서푸르트뱅글러와 BPO는 모두 같은 곡을 연주했습니다. 이중 "영웅"교향곡은 7일과 8일의 연주가 녹음되어 남아 있죠. 두개의 연주중 8일의 연주는 이런저런 경로로 발매된 반면, 7일의 연주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듯합니다. Tahra의 CD 이전에는 Music & Arts의 음반이 거의 유일했으니까요.







△지금은 구할 수 없게 된 Music & Arts의 7일, 8일 실황음반과 Tahra의 8일 실황 음반

물론, 푸르트뱅글러의 디스코그래피들을 살펴보아도 7일과 8일의 연주는 다른 연주죠. 사실, 들어보면 간단하기는 한데, 푸르트뱅글러의 음악에 대해서는 특히나 가짜연주들이 많은 관계로 두 연주가 다르다는 것이 그 음반의 정당성을 바로 입증해 주지는 않습니다. 8일의 연주에서 몇곳에객석의 잡음을 없애고 다른 곳에 삽입하거나 느린 악장을 조금 느리게 핏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푸르트뱅글러 "영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 관련글 참조) 7일의 음반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 아니구요.

타라에서 푸르트뱅글러의 연주들에 대한 복각이 많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제 7일, 8일 연주 모두 흔한(타라의 음반을 구하기 어렵고 쉽고는 차치하고)음반이 되었죠.



△좌로부터 7일 실황이 담겨 있는 음반들과 8일 실황이 담긴 타라의 음반 (각각 FURT 1018, 1060/02, 1067/70)
작년 푸르트뱅글러의 50주기를 맞이하여 각 음반사들은 스페셜 에디션들을 내놓았습니다. 그야말로 푸르트뱅글러의 홍수였죠. 이중 가장 멋있고 뜻깊었던 것이 타라의 4장의 음반에 CD-ROM 한장을 담은 에디션이었다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던 것이 EMI의 Great Conductors of the 20th Century의 일부로 나온 음반이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3,5,9번을 담은 이 음반은 놀라운 주장을 담고 있었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53년9월4일의 "영웅"교향곡, 44년 2월7일의 5번, 그리고 알려는졌지만 자주나타나지는 않았던 37년 5월1일 런던에서의 9번을 담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내지 해설에서 (과거 Classic CD등의 인기 리뷰어로 활동한 경력도 있는) 마이클 테너는 각 음원들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그렇다고 제가에른스트 룸페(Ernst Lumpe)정도의 안목을 갖고 있다고는 하기 힘들지만요.^^

전혀 의심할 바 없는 9번은 예외로 하고 우선 5번교향곡은 EMI의 주장(그리고 테너의 주장)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녹음이 아닙니다. DG의 전시녹음 실황박스에도 있는 43년 6월의 녹음일뿐이죠. 해석, 연주시간은 물론 객석의 잡음까지똑같으니까요.만약 정말 전시 5번이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입니다. 연주회 기록에 의하면 EMI가 녹음일자라고 주장하는 날 5번이 연주된 것은 맞습니다. 7일과 8일연주회에 5번을연주했으니까요.

5번을 제외하고 핸델의 콘쩨르토 그로소와 모짜르트 39번의 녹음은 남아 있기 때문에이번 EMI의 녹음이 실제로 44년 2월의 녹음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즉, 기존의 43년 6월 녹음이라고 알려진 음원의날짜가 바뀌어야 하겠죠) 같은 날의 다른 녹음들과의 비교를 해보면 녹음의 상태나 홀의 음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이런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복각상태가 좋다는데 만족하고 들어야 겠죠. 다른곡들의 음원이 있으므로 언젠가는 진짜 44년 2월의 5번을 만날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53년 9월의 "영웅" 교향곡은 같은 날 연주되었던 "에그몬트" 서곡과 교향곡 4번의 녹음이 남아 있는 것과는 달리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들어보건데이번 EMI의 음원은 그간 나왔던 여타의 푸르트뱅글러의 "영웅"교향곡과는 다른 것은 확실합니다. 사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어떤 푸르트뱅글러의 "영웅" 교향곡 보다도 뛰어나서힘, 추진력, 세련됨, 악단의 연주력 등 다른 녹음들에서의 장점들을 모아놓아 푸르트뱅글러 "영웅"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는 정도죠. 또한 녹음연도상 그의 남아있는 마지막 "영웅" 교향곡이 되는 셈이구요. (수많은 선례처럼 아직 다른 엄한 지휘자의 녹음이라고 밝혀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사소한데서 시작한 글이 너무길어진 것 같군요. 암튼 새로운 "영웅"만으로도 가치있는 음반이라 하겠습니다.

MF[ME]

*현재 폐반된 음반의 표지는 직접 찍었고, 아직 구할 수 있는 음반들은 인터넷 이미지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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