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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안스네스와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

by 만술[ME] 2005. 2. 23.

지난 20일에는 안스네스(Leif Ove Andsness)와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전에말씀드린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 패키지 중의 첫번째 순서였죠.

프로그램을 보면

그리그 홀베르그 모음곡 작품 40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18번 K456

(인터미션)

바흐피아노 협주곡 5번 BWV1056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

이런 구성이었기 때문에제목과는 달리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안스네스가 협연자로 참가한 공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연주회의 결과를 보더라도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앞으로 오는게 더 적합할 것 같더군요. (마케팅 차원에서는 아니겠지만...^^)

우선 이런 종류의 평들에 항상 불만사항으로 이야기 되는 관객문제를 먼저 이야기하는게 좀 생뚱맞을지라도 먼저 하자면 LG아트센타는 초대권 발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매너는최상급이라 할만했습니다. 거의 빈자리 없이 꽉찼고 (2층은 모르겠습니다) 때문인지 공연시작 직전에 좋은 자리로 옮기려는 사람들의 레밍스 현상도 없었구요. (한분이 목격되었는데 직원에 의해 바로 제지를 당하더군요.^^)

지휘자 박성준님이 언급했던 "안다박수"(난 이곡을 안다고 자랑하고파서 마지막 음의 잔향이 끝나기 전에 시작되는 박수)가 없이 마지막 음의 여운까지 즐기는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공연내내 즐거웠습니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서공연이 시작되자 박수를 받으며 노르웨이 체임버의 단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흰얼굴에 큰키, 옅은 금발... 전형적인 노르웨이의 선남선녀들이네요. 이어 예술감독이자 리더인 테레 테네슨(Terje Tønnesen)이 나옵니다. 팜플렛에 나온 사진 (아래사진)의 인상보다는 훨씬 따뜻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오른편의 사진에서의 모습과 같은 모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곡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작품40번입니다. "페르귄트"보다야 못하지만피아노곡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곡이죠. 첫 전주곡 부터 노르웨이 체임버의 뛰어난 현이 빛을 발하더군요. 본토박이 악단이기도 하지만 이곡을 장기로해서 음반도 낸 경력이 있는만큼 마음껏 소화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을 감싸 안는 듯 서포트하는 비올라와 첼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까지의 저음군... 음반으로야 멋번 경험했지만 수도인 오슬로조차 걸어서 관광이 가능할 정도로 작은(인구로 볼때) 나라의 실내악단의 실력이 이 정도란 사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열화와 같은 호응속에 홀베르그 모음곡이 끝나고 이미 음반으로 익숙한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18번이 시작되었습니다. 안스네스는 지난번 방한에 비해 조금 나이들어 보이더군요. 지난 독주회때는 너무나완벽한 음악을 선사해서 "이거 CD틀고하는 핸드싱크 아냐?"란 농담까지 하게했던 그였던 만큼, 이번 공연도 기대를 하기에는 충분했죠.

생동감 있는 안스네스의 연주, 노르웨이 체임버의 뛰어난 협연의 수준이나 해석 자체는 음반과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실황이기 때문인지 악단과 독주자의 교감, 앙상블은 더 빛을 발하는 듯했습니다. 아울러 음반이 약간 독주자쪽에 더 치우쳐 있다면실황에서 노르웨이 체임버의 역할이 더 부각된 느낌이었습니다. 프로그램상에는 안스네스의 지휘라고는 하지만 "지휘" 보다는 그냥 그가 리드하는 앙상블의 느낌이 더 강한 연주였죠.

이렇게 1부가 끝나고, 잠시 인터미션이 있었는데, 저는 같이간 동료와 함께감동속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1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실황을 찾은 그 친구에게 이런 좋은 공연을 선택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뿌듯하더군요.^^

2부는 안스네스와 노르웨이 체임버가 함께하는 바흐의 피아노협주곡 5번이었습니다. 안스네스의 연주를 들으면 항상 완벽하게 갖춰진 구도속에서의 한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제가 쓴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에 대한 비교분석글에 이런 특징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 관련글 참조) 바흐의 곡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세부까지 신경써서 처리하면서 결코 커다란 틀을 놓치지는 않는 그의 연주는 왜 이런 어려운 시대에 EMI에서 7년간의 계약을 하고, 세계 유수의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는지를 알게해주고도 남음이 있었죠. 잘못하면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2악장에서도 절제를 하면서도 음의 아름다움은 하나하나 집어가면서노르웨이 체임버와의 융화를 추구하는 모습은듣기 좋았습니다.

3악장 역시 빠른 진행속에서도 악단이나 독주자 모두 모든 음이 뭉그러지더나 혼란스러워지지 않고 또렷히 부각되어악기 하나하나가 부각되게 하는 맛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앙상블들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결과인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관객의 호응속에 첫 앵콜곡으로같은 악장을 반복을 했습니다.두번째 앙콜은 솔로곡이었는데 몸푸의 Cancion y Danza1번이었습니다. 솔로곡이어서인지 마음껏 아름다운 톤과 멜로디를 자랑하더군요.

이어지는 곡은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첫악장의 도입부부터 "질풍노도"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연주였습니다. 쏫아지는 바이올린과 으르렁 거리는 저음악기군. 현 파트는 정말 발군이었지만 관도 뒤지지는 않더군요. 2, 3악장 역시 뛰어났는데 느림과 빠름의 대비에서 1,4악장과의극적 대비위한 연출효과란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더군요.원전악단이 아니었지만전체적인 앙상블의 밀도감에서 소규모 원전악단들에서나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의 찰진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저로하여금 악단과 단순한 관객이 아닌 참여자로서 함께하는 느낌이들게하는 연주였습니다.

4악장은 잘아시는 대로 "고별"이란 이름이 붙게된 원인이되는 악장입니다. 연주가 진행되면서 실제로 단원들이 하나둘씩 보면대의 스탠드를 끄면서 무대뒤로 퇴장을 했습니다.모두 나가고, 무대는 점점 어두워지면서 나중에 두 바이올린 수석들만 남아 쓸쓸히 곡을 마무리 했죠. 제가 에스테하지였어도 감동먹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특히 "고별"에서는 테네슨도 평소 독주자로 활동하던 실력을 제법 뽑낼 수 있는 기회가 짬짬히 있었고, 그것을 보는 것도 흐믓한 일이었습니다.

앵콜은 홀베르그 모음곡중 전주곡,그리그의 가곡 "봄"의 편곡 버전이었습니다. 관객들의 계속되는 박수는좋은 연주에 대한 진실된 답례였고, 연주자들도 관객의 호응과 매너, 본인들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공연후 안스네스의 싸인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줄을 서지는 않더군요. 테네슨이나 다른 연주자들도 함께 했음 더 좋았겠지만 안스네스의 싸인 CD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맨 윗사진이 이번에 받은CD입니다.)
그동안의 공연운 없음을 모두 날려버리는 정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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