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열수의 <알고 보면 반할 민화>는 2003년에 나와 절판된 <민화이야기>를 북펀드를 통해 전면 개정하여 <알고 보면~> 시리즈로 발간한 책입니다. 기존 판본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개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차로 가늠하건대 구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판형도 약간 변하기는 했지만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요. 쪽수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아무튼 우리의 풍속화나 일본의 우키요에를 좋아하는지라 민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차원에서 펀드에 참여했습니다.
책 소개에 보면 <첫 출간 이후 독보적인 ‘민화 교과서’ 역할을 해왔던 책의 30년 만의 전면 개정판>이라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딱 이 말이 맞습니다. 아쉽다는 이유는 정말 <교과서> 느낌이라는 것이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세계사나 한국사를 교과서로 공부할 때의 느낌보다는 아주 조금 낫지만, 교과서 이상의 재미는 없습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고, 정보도 많지만 정보는 일률적으로 책의 두께에 맞춰져 있습니다. 늘 평지를 걷는 느낌이에요. 한두 군데는 좀 깊게 들어가야 <알고> 또 <반하게> 될 터인데, 끊임없이 평지가 펼쳐지니 그 풍광이 지루하기만 하죠.
이 책을 읽고 민화에 관심을 가지게 될까요? 아마 어디선가 민화를 접하게 되면 다시 한번 보게는 되겠지만, 찾아서 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책 제목과 달리 민화의 매력을 느껴 반하게 만들어 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민화를 보면서 이 책을 뒤져서 그 의미는 해석하거나 배경을 알게 되는 <레퍼런스>의 용도에 더 적합한 책입니다. 다만 그러기에는 책의 제목도 어울리지 않고, 내용이 조금 더 깊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쉬운 점을 하나 더 말하자면, 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화는 특징상 좀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기에는 책의 판형도 작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쪽에 너무 많은 그림을 넣어 제대로 감상이 불가한 경우도 많습니다. 개정하는 김에 판형도 조금 키우고, 한쪽에 여러 장을 배치한 그림도 쪽을 나누어 보여주었다면 좋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그림에 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몇몇 그림은 집중 감상 차원에서 도판 자체에 해설을 달거나 DK의 책들 같은 편집을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 전면 개정하는 김에, 그리고 어차피 펀드를 이용해 출판을 할 생각이었다면 만원 정도 가격을 높여 3만 원 정도에 <민화 레퍼런스>를 지향하고 내용과 도판을 보강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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