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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④취미와 현실은 다르다

by 만술[ME] 2022. 5. 10.

전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투자를 하거나 빠져있지는 않지만, 블로그에서 다루는 몇몇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동호회에 가입해서 (글을 올리는 적은 없지만) 글을 읽거나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헌데 처음 입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온/오프) 동호회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글의 주제와 관련되는 동호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동호회는 아주 좁은 세상입니다]

 

처음 어떤 분야에 입문을 위해서 동호회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는다고 할 때, 지엽적인 시각을 전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시계 동호회에서는 롤렉스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파텍 필립도 제법 흔한 시계지만, 현실에서는 스마트워치가 대세인 것처럼,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몇몇 튜닝이 필수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순정인 상태로 탄다는 것처럼, 패션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래식 의상 관련 동호회를 보면 이탈리안 스타일이 대세이고, 그에 따라 마니카 카미치아, 3-roll-2 버튼, 바르카 포켓, 바지 턴업, 워킹-버튼홀 같은 디테일이 필수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세계에서 이런 디데일로 옷을 입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동호회에서 말하는 바지 턴업과 <카브라>는 좀 다르기는 합니다만, 나이 든 사람들 중에도 카브라(주로 1인지) 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하물며 동호회에서 선호하는 4.5~5cm 정도의 턴업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아마 회사에서 정장 바지를 턴업 한 직원을 보면 <멋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5% 정도 될 것이고, 나머지는 <저 친구는 젊은데 노인네처럼 카브라를 쳤네?> 정도의 반응일 것입니다. 회사에서 바짓단을 걷어 올린 경우는 청바지나 면바지 롤업 정도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카브라가 아니고 턴업이라구요! 비상금도 넣어 다닐 수 있는 기능성이랍니다.

 

마니카 카미치아도 흔하지 않습니다. 저도 재킷 중에 몇 벌 있기는 하지만 그냥 어깨 패드가 없어서 저렇게 보이나 싶은 정도로 과하지 않은 주름이 들어간 정도지 <오~ 저 깊게 파인 셔링을 봐~!>할 정도는 아닙니다. 회사에서 눈에 띄게 주름이 들어간 재킷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깨 바느질이 잘못된게 아니고 멋이라구요!

 

 

3-roll-2 버튼 재킷도 거의 보기 힘듭니다. 아마 회사에 누군가 입고 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도 쓰리 버튼 재킷을 입는 사람이 있네?>하면서 좀 시대에 뒤쳐진 사람 취급을 할 겁니다. 온라인에서 3-roll-2 버튼 자켓을 상품으로 올려놓으면서 윗 단추도 잠근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만 봐도, 3-roll-2 버튼이란 개념이 얼마나 일반인에게 생소한지는 분명하죠.

 

 

다림질 잘못되어 단추 구멍이 저기 달린 게 아니랍니다

 

 

워킹-버튼홀도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일단 대부분 사람들이 기성 정장을 구입하면서 바지 길이 외에 수선을 거의 안 합니다. 가끔 바지 허리 정도 추가로 수선할 뿐이죠. 저도 브랜드, 라인에 따라 재킷 품을 조금 잡거나 팔 길이를 약간만 줄이면 더 예쁘게 맞겠다 싶은 옷이 있지만, 제대로 수선을 하려면 가격도 만만치 않고, 그 작은 디테일을 신경 쓰는 것은 결국 저 뿐이지 않겠냐는 생각에 포기하곤 합니다. 그냥 요즘은 현재 제 몸에 가장 잘 맞는 브랜드와 라인을 통일해서 한군데서 옷을 사는 편이라 수선에 대한 아쉬움도 거의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이 이렇게 옷을 입기 때문에 특이 체형이 아니고는 팔길이를 수선하는 경우가 드믈고, 하물며 구태여 팔 버튼을 워킹-버튼홀로 수선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도 몇 벌 있는 데, 제가 수선한 건 아니고 처음부터 워킹-버튼홀로 나온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 재킷을 입고 <멋쟁이> 티를 낸다고 여름에 맨 아래 버튼 풀어놓고 다닌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제게는 큰 의미 없는 디데일입니다.

 

소매 단추 하나쯤 풀어 슬쩍 팔을 걷어줘야 멋이죠 - 커프스 링크는 뽀너스!

 

 

[주변에서 디데일을 구현한 옷을 보게 되는 경우]

 

그러면 위에 이야기한 디테일들을 전혀 주변에서 보지 못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매우 드물게 보긴 합니다. 다만, 그 디테일이 특정인에게 몰려있는 경향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주변에서 턴업 4.5cm를 한 사람과 알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워킹-버튼홀 재킷을 입었을 확률이 높고, 3-roll-2 자켓을 입었을 확률도 높다는 거죠. 그냥 가끔 100명에 하나 이런 디테일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은 몇몇 디테일을 모두 구현한 옷을 입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디테일을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톰 브라운 스트레이트 플러시> 스타일로 옷 입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약간의 디테일이 멋스러움을 배가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디데일들이 겹치고 모아지고 하면, 멋보다는 <로고 달린 옷>처럼 과시적이거나 역으로 촌스럽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디테일을 옷에 도입하려면 한 번에 한 가지 정도를 티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A 재킷은 워킹-버튼홀만, B재킷은 3-roll-2만 적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티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상대로 하여금 <어 저 사람 3 버튼 자켓을 입었는데 특이하네... 멋쟁이인가봐>가 아니고 <저 사람 수트 앞부분의 곡선이 깔끔하고 예쁘게 입었네... 그러고 보니 특이한 3버튼 재킷이네>의 순서로 느껴져야 한다는 겁니다. 즉, 어딘지 멋스러워 보이는 게 알고 보니 디테일 때문이어야지, 디테일이 눈에 띄니 멋스러운 게 아니란 거죠.

 

 

[취미가 아니라면 소비는 적절하게]

 

동호회 같은 곳을 들락 거리면, 보통은 기본적인 소비, 브랜드의 하한선이 있습니다. 슈트라면 기성복으로는 일본 수입인 <링자켓>이 하한이고, 맞춤이라면 몇몇 유명한 테일러가 하한입니다. 아울러 국내 기성복은 거의 쓰레기 취급이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남들 옷 브랜드를 주목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주변에서 <링자켓>을 입은 사람은 전혀 본적이 없고, 맞춤 수트를 입는 경우도 몇번 못봤는데, 그것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체인형 테일러에서 맞추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렴한 브랜드의 수트를 입고, 비싼 수트를 입는 사람도 갤럭시, 닥스 정도를 입는 게 상한입니다. 요즘은 임원들도 계열사의 특성, 업종의 특성에 따라 수트 안 입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사실 옷에 돈을 많이 쓰는지 아닌지는 브랜드보다는 <정가>를 주고 백화점에서 구입했느냐, 아니면 아웃렛에서 구입했느냐 정도의 차이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대기업 임원 정도면 사르토리아 준에서 맞춤하거나 아똘리니 정도 입어줄 것 같지만, 현실은 갤럭시 정도 입으면 옷에 돈 많이 쓰는 겁니다. 임원이라도 케냐에서 아이 논문 첨삭 교사를 찾아줘야하고, 봉사활동용 노트북도 얻어줘야해서 옷사입을 돈이 별로 없습니다. 일례로 국내 탑 클래스 지배계급인 <검사> 중에도 앞서 말한 디테일을 구현한 값나가는 옷을 입는 사람으로 기억나는 건 한동훈 밖에 없지 않습니까?

 

 

턴업 바지에 딱 떨어지는 기장 - 공항 패션이 아닌 검찰청 패션을 완성한 패셔니스타 한동훈씨

 

[추가 - 패셔니스타 한동훈씨의 또다른 사진 

 

위로부터 마니카 카미치아(어깨주름), 싱글 버튼 수트에는 매우 드믄 멋쟁이 디테일인 피크드 라펠, 정부조직은 내가 다 수술 해준다는 의지를 담은 서전스 커프(워킹 버튼홀), 3-roll-2 버튼 - 흘려내려 맨살이 보이는 아르마니 양말은 에러

 

 

따라서 패션이 취미라면 옷에 얼마를 쓰던 그건 취미의 영역이겠지만, 생활필수품으로서의 옷을 소비함에 있어서는 동호회의 기준이 아니고, 일반인의 기준과 자기 소득에 따른 비용의 기준을 생각해야 합니다. 와인딩이 취미라면 스포츠 세단을 구입해야겠지만, 직업이 택배기사라면 포터를 사야겠죠.

 

결론 - 동호회는 참고만, 그리고 그 참고를 바탕으로 세상을 큰 눈으로 보면 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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