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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서양사 깊이 읽기 1, 2권 (윌리엄 L. 랭어, 푸른역사)

by 만술[ME] 2021. 6. 17.

2001년 따끈한 신간을 사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에 <서양사 깊이 읽기 1 –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두 권으로 나온 <Perspectives in western civilization>의 1권을 번역한 책인데, 제목대로 호메로스부터 돈키호테 이야기라는 엄청난 시간을 다루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각각의 전문가가 제법 깊이 있는 서술을 하는 형식이라 번역자인 박상익 선생의 말대로 수박을 겉핥기 하는 게 아니라 한 모퉁이를 삼각형으로 따서 직접 맛을 보게 해주는 특이하면서도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서 시장이 그렇듯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되지 않고 1권이 나오고 2권의 소식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묻혀버리는 시리즈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2010년 즈음 재독까지 하고, 가끔 심심할 때 한두 가지 주제에 대해 뒤적이곤 했음에도 2권이 번역되어 나왔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다시 통독한 김에 혹시나 해서 뒤져보니 2004년에 2권이 번역되어 나왔고, 1, 2권 모두 아직 절판되지 않고 있더군요. 

2권의 제목은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입니다. 1권이 500쪽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2권은 800쪽 정도로 늘었습니다. 제가 구매한 건 2016년 나온 초판 7쇄인데 쇄를 거듭하면서 페이퍼백으로 바뀐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권이 하드커버였던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사실 책 디자인으로 봐도 그다지 1권과 2권은 시리즈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1권을 2권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엄청난 기간의 서양사를 다루면서 <통사> 형식이 아닌 덕분에 읽고 나면 건지는 것이 더 많습니다.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룬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본지식과 관점을 습득할 수 있고, 그 분야를 좀 더 파 보고 싶은 흥미를 유발하는 힘도 더 강합니다. 각 권에서 17가지씩 34가지 주제를 다루는데, 분야도 다양합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전반적인 업적과 의미라던가 게르만족의 이동과 같은 일정 주제를 다루지만 좀 포괄적인 내용도 있는가 하면, 바울이나 에라스므스 같이 특정 분야의 특정 업적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글도 있습니다. 분야도 종교, 노예제, 예술, 과학 등 다양합니다.

원서 자체가 출간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어진 분야에 대한 <입문서>로는 아직 이만한 책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 있는 글들만큼 짧고 읽기 쉬운 글로 이 분야를 한번 깊이 파봐야겠다는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역사책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통사>는 물론 <시대사>에 있어서도 요즘은 (물론 역사서는 아니지만) <로마인 이야기> 같은 (이런저런 의미로) <용기>를 낼 수 있는 학자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각론>들을 심화시켜나가는 게 역사를 읽는 보다 유익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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