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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by 만술[ME] 2021. 6. 1.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전공필수 과목 중 하나인 <사회학 개론> 수업은 두 개의 강의가 있어 동기 중 절반 정도는 P 교수님의 강의를, 나머지 절반은 최재현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P 교수님 강의의 교재는 본인이 저자로 참여하신 평범한 <개론서>였던데 반해, 최재현 교수님은 본인이 번역하신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사회학이란 무엇인가>를 교재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최재현 교수께서 빌레펠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엘리아스가 그 기간에 빌레펠트의 초빙교수였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당시 국내 사회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엘리아스라는 이름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역시 당시에 거의 듣보잡이던 니클라스 루만의 초청 강연도 접할 수 있었죠.

요즘은 비록 절판되어 있지만, 엘리아스의 <궁정사회>나 <문명화과정>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시대니, 엘리아스란 이름을 한글로 된 책에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던 당시에 비하면 정말 달라졌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엘리아스의 책 중 다른 책들은 일반인들에 읽으라 권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재미있습니다.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의 경우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 <아마데우스> 정도의 영화를 보고 모차르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어떤 의미로든 모차르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많은 것을 건질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은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일반적인 모차르트에 대한 전기는 아닙니다. 책 자체가 미완성 원고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차르트의 생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모차르트의 생애나 그의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좋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나 어린이 위인전 정도의 지식만 있어도 또는 천재 음악가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 <환상>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읽을 만합니다.

간략하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엘리아스는 궁정을 기반으로 음악 활동이 벌어지던 시대에 태어나 궁정에서의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과 자신의 음악적 양심을 따라 곡을 쓰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 위한 시도의 충돌을 모차르트에서 발견하고 있으며, 그 시도가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분석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천재 모차르트>와 경박한 <인간 모차르트>를 구분하여 평가하는 기존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학>에 있어서는 이미 모차르트가 원했던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가능했던 시점에 왜 <음악가>인 모차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의 의문에 대한 사회학적 답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깊이 있게 읽기 위해서라면,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은 내용과 형식상 작가의 <문명화과정>의 사례연구 정도라 생각하시면 되기에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을 읽고 읽으면 좋습니다. 아울러 모차르트는 자유 예술가로 독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결국은 실패했지만, 베토벤은 그 외줄 타기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본다는 차원에서 카이에르스의 <베토벤>을 읽으면 더 좋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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