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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③ 정장 입는 직장인의 옷장 갖추기

by 만술[ME] 2018. 5. 17.

직장인의 정장 패션에 대한 글을 검색하다 보니 비슷비슷한 블로그들과 (노골적인 광고를 제외하면) 서로 베껴낸 듯한 글들이 많더군요. 이런 글들을 보면서 오래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 직장 생활을 해왔으니, 실제 경험에 입각한, 그리고 관리자 쯤 되는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정장 패션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전문분야도 아니고 딱히 소위 <옷질>이라는 것을 취미로 하지도 않으니 이론이나 정석이 아닌 그냥 경험에 의존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남자이기에 여성의 복장에 대해서는 다룰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쓰지 못할 뿐 성차별이 아니에요. 이전에 다니던 회사는 여직원은 유니폼을 입다가 폐지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근무복장의 드레스코드가 거의 폐지되다시피 했었습니다. 여름에는 초미니 스커트는 안되지만 핫팬츠도 입고다니는 경우를 봤으니까요.    


*얼마 전 직장을 또 바꾸어서 <정장에 노타이>를 규정으로 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장>의 의미가 세퍼레잇을 포함하는 <양복>의 의미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제가 다니는 직장의 실제 드레스코드는 <비지니스>와 <비지니스 캐주얼>의 어정쩡한 중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아재 스타일>이죠. 세퍼레잇 또는 짝을 안 맞춰 입은 수트에 적절한 단색 또는 잔무늬 셔츠, 로퍼를 포함한 포멀하지 않은 구두의 조합! 


*하계에는 비즈니스 캐주얼 -- 적당한 셔츠에 적당한 자켓과 데님 등을 제외한 적절한 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제외한 캐주얼 구두 -- 를 허용합니다. 


지난 글 : 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① - 직장 내 드레스 코드

             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② - 문상 복장



정장을 입는 직장을 다니다 보면, 의외로 한 두벌의 정장을 교복처럼 입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벌로 줄기차게 입다가 주말에 드라이 클리닝하고, 또 입고 그러다가 낡으면 새 옷을 구입해 또 주구장창 입는 스타일이죠. 아마 바지는 두벌 정도 구매하는 것이 직장에서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노하우처럼 전파되어 있으니, 두벌의 바지를 교대로 입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입으면 옷도 빨리 낡고, 스타일도 완전히 아재 스타일이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잠깐! : 바지는 두벌이 정답일까?]


한 벌만 입지 않고 적당히 돌려가며 입는다면 바지 두벌이 필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바지 한 벌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험하게 입는 직업이라면 정장을 입지도 않을 것이며, 바지 한 벌 추가하는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기에 차라리 조금 더 돈을 들여 아예 수트 한 벌을 더 장만하고 돌려 입는 게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순간 바지가 크게 손상을 입어 멀쩡한 자켓이 아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자켓이 상하는 확률보다는 바지가 망가질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거꾸로 자켓이 크게 손상을 입어 바지가 아까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자켓도 두벌 장만해 둘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정장을 매일 입어야 하는 직장인은 어떻게 옷을 입으면 좋을까요? 우선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따뜻하거나 더울 때 입는 정장, 서늘하거나 추울 때 입는 정장으로 구분해 구매하셔야 합니다. 물론 여름에는 자켓을 안입어도 되는 직장이라면 춘하용 정장은 고민할 필요 없겠죠? 옷을 파는 입장에서는 여름용, 춘추용, 춘하용, 추동용, 겨울용 등 다양한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냥 너무 계절을 타는 원단(이건 겨울 아니면 가을에도 입으면 이상해 보인다는 원단 같은 것)만 아니라면 그냥 상의 뒷판 안감(우라라고 부르죠)이 완전히 있는가, 아니면 일부만 있는가에 따라 춘하용/추동용 정도로만 구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된 두가지 계절별로 최소한 세벌의 정장을 마련해 돌려 입으시면 좋습니다. 즉, 한번 입은 옷은 최소한 이틀은 쉬는 거죠. 이러면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같은 옷을 일주일에 세 번 입을 일은 없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깔끔하게 옷을 입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입어야 옷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오래 입을 수 있고 냄새도 빠집니다. 세 벌을 돌려 입으면, 셔츠를 희색과 연한 블루 두 가지만 돌려 입어도 매일 옷을 바꿔 입는 것 같이 보이게 됩니다.



부르넬로 쿠치넬리의 3천불 밖에 안하는 멜란지 수트 - 솔리드 보다 조금 덜 포멀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세련되 보일 수 있습니다.



색상은 누구나 추천하는 차콜 그레이, 네이비 선에서 구매하되, 솔리드도 좋지만 너무 심심하니 약간 직조감이 느껴지는 원단이나 튀지 않는 잔잔한 패턴이 들어간 옷이 좀 더 세련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여러 벌이 아니고 한 두 벌을 돌려 입으면서 직조감이 들어나지 않거나 멜란지 타입이 아닌 완벽한 솔리드 재질로만 입으면 너무 신입사원 같아 좀 세련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주 보수적인 직장이라면 완벽한 솔리드 재질로 입어야겠죠. 춘하용은 같은 네이비라도 조금 밝게, 추동용은 좀 어둡게 마련하시면 간절기에는 여섯 벌을 돌려가며 화려한 워드롭을 자랑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네이비나 그레이를 벗어난 색상은 이렇게 세 벌을 돌려 입는 방식에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핀스트라이프 같이 인상적인 패턴의 옷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핀스트라이프는 제 생각에는 두 번째 볼 때 “저 친구 지난 번 입었던 그 옷이네” 하고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패턴이라 생각하거든요.  

  


네이비나 그레이 계열을 벗어난 옷을 입으면 상대에게 조커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효과는 있을 겁니다.



핀스트라이프 수트 - 알랭 들롱(우) 정도 생겼으면 뭘 입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지만, 핀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으면 벨몽도(좌) 정도만 생겨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답니다.



추동용이라면 차콜 그레이 솔리드/멜란지 - 다크 네이비 솔리드/멜란지 - 차콜 그레이 연한 체크 정도의 조합을, 춘하용이라면 네이비 솔리드/멜란지 - 차콜 그레이 솔리드/멜란지 - 네이비 연한 체크 정도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추운 계절일수록 그레이가 어울리고, 따뜻할수록 네이비가 시원해 보이니까요.   



이런 체크는 아니지 말입니다.



여기에 계절감이 좀 더 들어나는 스타일로 겨울용과 여름용을 한 벌 정도씩 추가하시면 <봄 (6벌) - 여름 (4벌) - 가을 (6벌) - 겨울 (4벌)>로 돌려 입을 수 있습니다. 대충 이 정도 옷장이 채워지면 특별히 옷을 좋아하지 않고 출퇴근용으로 정장을 입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옷이 낡을 때까지 새 옷을 장만하지 않고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구두는 최소한 두 켤레는 준비해서 돌려 신어야 발 건강에도 좋은데, 스트레이트 팁 옥스퍼드 정도를 검은 색과 다크 브라운 두 종을 갖추고는 것을 추천합니다. 둘 다 스트레이트 팁이라 좀 단조롭다 생각되면, 다크 브라운 구두를 약간의 브로그가 가미된 것으로 하시면 됩니다. 좀 더 느슨한 분위기를 원하면 다크 브라운은 윙팁으로 고르면 됩니다. 다만, 검은 색은 단정한 스트레이트 팁 옥스퍼드를 갖고 있어야 갖춰 입어야할 이런 저런 자리에서 활용이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설 같은 이야기 중에 가죽은 원래 갈색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따라서 오히려 갈색이 검은 색에 비해 더 정석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No brown in town"이라는 경구가 있듯, 최소한 특정한 계층에서는 갈색 구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피해야할 것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화이트 타이나 블랙 타이 같은 스트롤러 수트 이상의 드레스 코드에서도 당연히 검은색 구두가 필수이며, 갈색 구두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정장과 그 아래의 드레스 코드에 적합합니다. 비즈니스 수트 이상의 격식을 갖춘 옷을 (결혼식 말고는) 입을 상황이 거의 없는 국내에서도 같은 복장이라면 검은 구두가 더 포멀해 보입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마치고 다음에 다른 내용으로 계속하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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