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달 책 한 권씩을 나눠주며 읽으라 하는데, 작년에 받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였습니다. 수년 전에 SNS에 <팩트>의 전성시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적이 있고, 팩트 만능주의자도 아니지만, 이 책은 제법 읽어 볼만 하고 많은 영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제목 부터 - 어느 매체를 막론하고 영어로 된 제목을 그냥 음차 하여 한글판 제목으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만, Factfulness 정도면 음차 하기보다는 <사실 충실성> 또는 풀어서 <사실에 입각해 생각하기> 정도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제목은 <팩트풀니스>라고 음차해 놓고는 본문에서는 <사실 충실성>으로 번역해 놓았으니 순전히 외국어 제목이 그럴싸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케팅을 위한 꼼수로 보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해 사고하고 판단함을 방해하는 <본능>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소중하고 읽어볼만 합니다. 최소한 사실의 영역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그러나 책의 제목과 내용은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 넘어야하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방법론으로 보입니다만, 읽어보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지도, 점점 나빠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설파하기 위해 쓴 책이란 목적이 드러납니다. 이건 머리말에서 던지는 13문항의 질문부터 의도된 거죠. 그 문항들에 답을 하고 틀리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제가 정치적 선입견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서울에 수세식 화장질 보다 재래식 화장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그래서 현재의 수세식 화장실 보급정도가 세상이 좋아졌다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마냥 세상이 좋고 더 좋아진다고 안심하면서 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13문항의 각각의 질문들에 다소 틀린 답을 했다고 해서, 세상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고 좋아졌다는 <상식>을 몰라서 틀린 답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틀린 답의 원인이 단지 <사실>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위>에 대한 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 게임 - 취미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⑥극히 개인적인 옷을 고르는 방법 (6) | 2023.05.26 |
---|---|
[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⑤옷차림은 옷 입은 사람을 말해준다 (4) | 2023.04.20 |
[독서]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 | 2022.11.04 |
[독서]알고 보면 반할 민화 (2) | 2022.07.22 |
[패션]필슨 오리지널 브리프케이스 (Filson Original Briefcase aka 필슨 256) (2) | 2022.06.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