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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⑤옷차림은 옷 입은 사람을 말해준다

by 만술[ME] 2023. 4. 20.

과거에는 옷차림이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신분 등을 말해주었지만 현재도 그럴까요?

 

관/혼/상/제에서 점차 복식의 중요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세계 전반적인 상황으로 보입니다. 비즈니스 정장의 보루였던 기업들이 복장의 규제를 푼 지도 제법 되었고, 점차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자유복으로 드레스 코드를 낮추는 움직임도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계열사 중 (노타이) 비즈니스 정장을 공식적인 복장규정으로 정하는 드문 사례이지만,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도 그 코드를 지키지 않은 지 제법 되었습니다. 국내 최상위 로펌들의 대표나 파트너급 변호사들과 만나도 슈트는 기본이지만 많은 경우 노타이입니다. 금융 중에 증권계열은 임원 정도 빼고는 거의 자유복장이고 1 금융 쪽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도 조만간 자율복장으로 드레스 코드를 낮출 것이라 하며, 빠른 정착을 위해 특히 임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서 유니폼을 입지 않는 이상, 특정 복식과 직업을 연관 짓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 브랜드의 옷이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를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옷차림이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말해주는 시대는 지난 것일까요?

 

최근에 국내 최고의 정론지에 실린 아래 기사를 보시죠.

 

법무부 장관의 패션까지 분석하는 정론지다운 취재 열정!

이 기사는 여기에 더해 다음과 같은 추가 설명을 하면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아는 용어인 <스프레차투라>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2020년대 용비어천가로 교과서에 등재될 명문

 

 

이전에 올린 글 (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④취미와 현실은 다르다)에서 저는 온몸으로 맞춤 남성정장 디테일 옵션을 홍보하는 한동훈 장관의 패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디테일이 과하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여기어 덧붙여 그 디테일을 일부러 부각하는 행동은 <스프레차투라>가 아니라 <과시적 행동>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옵션인 <리얼 버튼>을 기성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선비만 10만 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맞춤의 경우에도 추가비용이 들어가죠. 그런데, 그냥 단추를 다 잠그고 다니면 그게 일반 기성복에 달려 있는 것처럼 기능을 하지 않는 장식용 단추인지, 리얼 버튼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돈 쓴 티를 내기 위해서는 맨 아랫 단추 하나쯤 슬쩍 풀어놓아야 그것을 본 사람들이 "어라 니 재킷은 단추가 진짜로 풀고 잠글 수 있는 거네?"라고 주목해 주거나 또 다른 <리얼 버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알아봐 주는 거죠. 그래서 이 리얼 버튼을 가진 재킷을 입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한동훈 장관처럼 단추 하나를 풀어서 리얼 버튼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단추 하나 풀어놓음은 스프레차투라(일부러 보여주는 흐트러짐)가 아니라 그냥 <나 비싼 돈 주고 리얼 버튼 옵션 넣었어>라는 의미 이외에 다른 게 아닙니다.

 

구태여 비싼 돈 주고 리얼 버튼을 하고, 아무런 필요 없이 단추를 풀어 놓는 것은 로고 큼지막하게 박힌 옷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나 좀 봐주세요>하는 것입니다. 한동훈 장관의 <단추 하나 풀은 과시적 리얼 버튼 자켓>은 <편의점 웹툰>에서 풍자하는 그의 화법을 예상케 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여전히 옷차림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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