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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자체제작 오리지널 자켓 칼라스 스튜디오 레코딩 박스

by 만술[ME] 2015. 9. 21.

1년쯤 전에 워너에서 기존에 나왔던 마리아 칼라스의 스튜디오 녹음 박스세트를 리마스터링 해서 오리지널 자켓으로 발매했습니다. 저는 이미 동일한 구성의 EMI의 박스를 가지고 있던 터라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죠. 더구나 리마스터링을 통해 칼라스가 왜 칼라스인지 알게 되었다는 글들까지 올라오니 한박스 더 들여놔야하나 고민도 했었죠.


제가 칼라스를 통해 단지 노래를 잘하는 가수와 오페라를 잘 부르는 가수는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칼라스는 늘상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고, EMI의 박스를 사던 시절에도 이미 오페라는 영상물 중심으로 보고 있었기에 똑 같은 구성의 박스를 리마스터링과 오리지널 자켓이라는 이유 때문에 또 지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알라딘 같은데 예전 박스를 팔아치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EMI라는 묘한 추억과 정든 박스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러다 리마스터링이야 제가 새롭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리지널 자켓은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박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칼라스의 스칼라 녹음들의 오리지널 자켓이 그리 특색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색깔 정도만 바꾸어 일률적으로 내놓은 것이라 오리지널 자켓이 뭔가 커다란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EMI의 박스를 보면 솔직히 너무 정성이 없게 만들어져 있고, 칼라스의 리사이틀 음반들의 자켓은 저게 추억을 안겨주었던 것들이라 새로 자켓을 만들만한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칼라스의 손과 원수진 듯한 EMI의 자켓 디자인



그래서 당초의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던 칼라스 손만 강조된 이상한 자켓을 워너의 박스와 같은 오리지널 자켓으로 바꾸었습니다. 워너의 로고가 신경쓰여 EMI의 로고 정도로 바꾸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 작업도 은근히 귀찮고 기왕할 것이라면 LP초반과 로고를 통일해야 할텐데 이러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그냥 워너로고를 눈감아 주기로 했습니다.





또하나 포기한 것이 오페라 전곡녹음의 경우 더블자켓으로 디자인하지 않은 것인데, 워너의 박스는 더블자켓으로 되어있습니다만, 저는 그것도 큰일이라 그냥 낱장으로 만든 뒤, 음반번호만 모서리에 넣어서 순서가 헛갈리지 않게만 해두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자켓 왼쪽 귀퉁이를 보면 <1>이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이렇게 오리지널 자켓으로 만들다 보니 문득 기왕이면 이기회에 좀 더 업그레이드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오페라를 듣기 위해 칼라스 박스를 뒤지는 것보다는, 작곡가 별로 정렬해놓은 음반장에서 뒤지는 것이 간편한지라 아예 작곡가별로 박스를 만들어서 칼라스의 70장짜리 박스를 베르디/푸치니/리사이틀 등의 작은 박스로 분리해 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박스의 디자인은 EMI의 염가판 박스 이전에 고가로 발매되었던 칼라스 세트의 디자인을 오마쥬하기로 했습니다. EMI시절에 그래도 칼라스를 제대로 대접해서 검은색과 파란색으로 만들었던 시리즈인데, 제 박스는 스튜디오 레코딩이니 검은색 박스를 오마쥬했습니다.



예전부터 음반을 수집하셨던 분들이면 한번쯤은 보신 듯한 박스와 비슷하죠?



박스 형태는 뚜껑을 여닫는 게 귀찮아 이렇게 아웃케이스 스타일로 제작했습니다.



실제로 제작된 푸치니 박스의 모습인데, 아웃케이스 스타일로 제작해서 푸치니의 전곡 오페라들을 한번에 수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아무래도 큰 박스에 넣어져 있을 때 보다 손이 자주갈 것 같기는 합니다. 아래는 EMI에서 나왔던 고가판 시리즈의 나비부인과 비교인데, 저 시절 칼라스 음반 하나하나를 대하던 마음가짐은 염가판 홍수인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예전 박스와의 비교 (위쪽이 자체제작, 아랫쪽이 기존 EMI 제작입니다.)



예술이 대중에게 이해되는 것과 대중이 예술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일이며, 저는 후자를 지지합니다만 세상은 반대인 것 같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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