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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불멸의 오페라 프로젝트

by 만술[ME] 2015. 8. 12.

박종호 선생의 <불멸의 오페라> 두 권을 떠안은 이야기는 전에 올린 바 있습니다. 원래는 읽기보다는 전시를 위한 목적이 더 컸지만, 말씀드린 대로 전시효과가 별로 없는 책을 그냥 꽂아두기도 아까워 읽기로 했습니다.^^ 막상 읽자니 읽을 책도 많이 쌓여있는데 크기나 편집이 사전 스타일인 이런 책을 단지 통독하는 것은 의미 없겠다 싶어 <프로젝트>를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불멸의 오페라 읽고-보고-듣기> 프로젝트인데, 별건 아니고 책에 소개한 오페라에 대한 글을 읽고 난 뒤 BD나 DVD로 감상하고, CD로 듣자는 겁니다. 


박종호 선생이 워낙 이탈리아 오페라를 좋아하다 보니 이탈리아 오페라를 다루는 1권에 베르디의 오페라만 해도 19편, 도니체티의 오페라는 9편, 푸치니는 7편, 뭐 이런 식입니다. 1권만 해도 48편의 오페라죠. 베르디의 오페라가 이런저런 개정판을 하나로 계산하면 26편이니 7편만 빠져있는 겁니다. 제가 오페라 영상물을 제법 가지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오페라들 중심으로 같은 작품을 여러장 보유하고 있는 편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법 지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멸의 오페라> 프로젝트는 도밍고 옹이 바리톤역에 도전한 <나부코>로 시작했습니다. 비록 "바리톤" 보다는 낮춰 부르는 테너에 가깝게 부릅니다만, 도밍고 영감님의 감정표현은 정말 대단합니다. 루드밀라 모나스티스카야도 아비가일레역에 첫 도전인데 훌륭합니다. 다만 연출과 무대가 <기념비적>인 이 작품과는 좀 어울리지 않게 단촐하고 어둡습니다. 뭐 덕분에 도밍고의 심리파 노래가 더 멋지게 들리는 효과를 얻었을지는 모르겠네요.



베르디의 오페라 19편의 영상물과 음반을 보유하는 것 보다 더 흥미로운 일은 아마 2권으로 넘어가면서 일 것인데, 2권에서 처음 다루는 로시니의 경우 무려 10편의 오페라를 수록하고 있어 고작 <탄크레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 저로서는 절반 이상을 채워 넣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2권은 로시니, 모차르트, 베토벤, 베버, 바그너를 다루기 때문에 로시니만 넘기면 2권에서는 지르는 재미는 거의 없겠네요. 


근자에 발간된 3권은 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데, 다들 책값이 엄청난 가격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블루레이 1장 가격 보다 약간 비싼 정도니, 오히려 리하르트 스트라우스부터 시작하는, (제가 그리 선호하지 않는 작곡가들이라) 가지고 있는 오페라가 듬성듬성 박혀 있는 막강한 오페라 목록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지금 하는 것처럼, 큰 부담 없이 할 것 다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3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을 경축하면서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되니, 정말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겠네요. (아니면 또 5년을 암울함속에서 보내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오페라에 빠져야 할 명분을 찾을지도 모르죠)


돈도 없고 공간도 없는지라 해당 오페라의 영상이나 음반이 없는 경우는 무조건 지르지만, 해당 영상, 음반이 이미 있는 경우, 그 영상이나 음반이 자주 봐서 익숙한 것이 아닌 이상, 새로 구입은 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조금은 꼼수인 게, 뭔가 돈을 절약하자는 의지로 보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오페라는 모든 영상과 음반을 익숙하게 보고 들었기에 이 기회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소프트를 추가하자는 얄팍한 의도가 깔린 겁니다.


아무튼, 생각보다 빨리 호로비츠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정도 무게의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해도 부담은 없습니다. (그런데 호로비츠 프로젝트를 쉽게 끝내주기는 싫다고 이런 박스가 나온다네요^^) 좋은 것을 맛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고 싸고 부담 없는 것만 소비한다면, 점점 세상에 제대로 된 것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어떡하겠어요, 이런 데 가져다가 대기는 웃긴 표현입니다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니겠습니까!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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