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기 보다는 대충 카톡이나 일상의 대화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해 땜빵하는 게 의외로 편하다는 생각이들어 또 한번 카톡 대화를 차용해 볼까 합니다. 대화의 시작은 바렌보임과 아르헤리치의 듀오 음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이 음반인데 바렌보임과 아르헤리치는 듀오 연주회도 가지며 당연하지만 표는 매진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두 거장이 듀오연주를 했다는 것 이외에도 두가지 점에서 재미 있는데, 첫째는 바렌보임이 창립한 Peral Music이라는 신생 레이블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둘째는 CD의 형태가 아닌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ㅡ 그것도 Mastered for iTunes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손실압축방식으로 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루겠지만 소위 말하는 MQS(Mastering Quality Sound)라고 판매되는 음원보다 손실압축인 Mastered for iTunes가 음질상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스펙상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아무튼 이 음반을 지인 B에게 소개해주다 비롯된 이야기들입니다.
B : 두 노인네가..ㅎ
M : 더구나 Peral Music이라고 바렌보임이 새로 만든 디지탈 전용 레이블에서 나옴.
B : 바렌보임은 나이도 많은데..이런걸 시작. 푸르트뱅글러의 후계자라고 자처 했던 시대 사람아니야..ㅋ
M : 바렌보임이 보기에도 현재 음악시장이 끔찍하거든. 유럽도 음악교육은 이미 죽었고, 집에서는 음악을 연주하지도 듣지도 않고, 그냥 잘해야 BGM이고... 이렇게 어릴적부터 음악을 접하지 못하는데, 학교서도 접할 수 없고, 사회나가서도 접할 수 없고, 그런 사람이 가정을 만들면 그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처할지는 또 뻔하고... 바렌보임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야말로 음악에 대한 앎없이 고도의 지식인, 교양인일 수 있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야. 아울러 아르농쿠르적으로 답하면, 유달리 옛음악만 주리장창 듣고, 연주하는 특별한 시대를 만들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
B : 왜 [나름 음악회도 다니고, 음반도 구입하는] 우리도 덩달아 대접 못받는거야..ㅠ
M : 글쎄... 우리도 결국 BGM파인 것은 마찬가지야. 그냥 90%는 아름다움을 위해 음악을 듣잖아. 즉, 예술로서의 음악, 삶의 형태로서의 음악하고는 거리가 먼거지. 탐미적 음악 감상일뿐. 마침 예전에 다른 사람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동시대성'에 대해 논의했던 바가 있어. 아래 링크를 참고해봐. (링크)
B : 동시대적이기 힘들어...ㅠ
M : 좀 부언해보지. 우리가 잘 아는 한시 하나에 대한 감상을 예를들어 보자면, 누구나 다 배워 아는 정지상의 <송인> 있잖아. 그걸 우리는 뜻으로 읽으면서, 와.. 대동강에 눈물이 넘쳐흘러 마르지 않는 걸 걱정하니 참으로 애절하구나... 뭐 이러구 있는다고.... 우리는 이렇게 한시를 감상하고, 음악도 이런식으로 감상하는 거야. 와 곡조가 참 애절하네 어쩌구 하면서. 기껏 잘 감상해야 4구로 된 시니까 기승전결 어쩌구 하면서, 이별을 슬퍼하다 생뚱맞게 3구에서 대동강 마르는 거 걱정하다 그걸 4구에서 눈물과 엮어 절묘하게 풀어냈네 하는 정도지. 그런데 한시의 작법에 대해 알고, 최소한 7언 4구의 댓구가 1,2,4 마지막에 있음을 알기만 해도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여기서 다(多)/가(歌)/파(波)의 댓구가 절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 아울러 정지상 이전에도 중국에서는 남포(南浦)가 헤어짐의 장소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배경지식을 알고, 마지막구절이 원래는 첨록파(添綠波)가 아니고 작록파(作綠波)였는데, 후대에 이렇게 물결을 일으킨다는 의미보다는 큰 슬픔으로 넘친다는 의미로 창록파(漲綠波)라 하였는데 결국은 눈물 따위가 물결을 일으킨다(作)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고, 그 정도로 물결이 넘쳐 흐른다(漲)는 것은 과장이 심하며, 단지 <왼손은 거들뿐(눈물은 더할뿐)>이란 의미로 첨록파(添綠波)로 확정되었다는 이야기 등 배경지식을 알고 이 시를 접하는 맛이 다르다는 것이야.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이런 지식은 그냥 기본이었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볼 때 머리에 별이 돌아가고 있으면, 그 대상이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잖아. 그걸 모르고 그 애니를 보면 이해가 가냐고. 음악을 비롯한 예술의 현 상황은 대부분의 감상자들이 머리에 별돌아가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더 정확히는 돌아가고 있는 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애니를 보고 있는 거와 유사한 것이거든.
B : 그런걸 아는 사람은 0.1%도 안될테니..주류가 절대 그런쪽으로 갈리가 없지..ㅠ
M : 당대에는 그런 지식은 대단한 게 아니라 기본이었다는 거지, 야구의 기본 규칙, 축구의 기본 규칙도 모르면서 그냥 골 들어가는 장면만 좋아서 축구를 보면서 축구야 어떻게 즐기던 니들은 잔소리 말라고, 오프사이드, 핸들링 어쩌구 이야기 하는 놈들은 제 잘난 맛에 축구 좀 즐기는 척 하는 놈들이라고 욕하는 것과 비슷해, 내 이야기는 지금 던진 공이 컷패스트인지 스플리터인지를 구분하라는 것이 아니고 스트라이크 셋이면 아웃이라는 것은 알아야한다는 것 뿐이야. [이하 중언부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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