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쿠벨릭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두 가지 기념할 만한 날이 있는데, 오늘(7/1)은 피에르 몽퇴의 사망 50주년이 되는 날이고, 내일은 글룩 탄생 3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번 주 두 음악가를 모두 챙기기에는 좀 벅차서 몽퇴를 금주에 글룩을 다음 주에 챙기기로 했습니다. (음악가의 기념일 챙길 정신으로 아침이나 챙겨먹는게 더 보탬이 되긴 할 텐데 말입니다)
피에르 몽퇴는 요즘 들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지휘자입니다. 동호회 같은 곳에서도 어떤 음반의 추천 음반을 이야기할 때 추천되는 일도 없는 것 같더군요. 1964년에 사망했다고는 해도 1875년생이니까 푸르트뱅글러나 토스카니니 같은 전설 시대의 지휘자라고 할 수 있으니 무리는 아닙니다. 푸르트뱅글러나 토스카니니처럼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재발매 되어야 하는 급의 지휘자는 아니라 해도 아무런 언급 없이 (더구나 자그마한 박스세트 하나 없이) 보내기는 좀 아쉽더군요. 해서 그냥 집에 있는 박스하나 골라서 이번 주 듣고 있습니다.
제가 고른 박스는 <Pierre Monteux : Decca & Philips Recordings 1956 - 1964>라는 제목의 지금은 없어진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나온 박스입니다. 몽퇴가 주로 녹음한 레이블은 RCA였습니다. (그 점에서 기념일 안 챙기는 소니는 반성하라!) 다만 말년에 가서는 1956년부터 RCA와의 녹음 작업과 별개로 Decca에서 RCA의 허가를 얻어 몽퇴와 녹음을 했습니다. 이 박스에도 들어 있는 파리 콩세르바투와 오케스트라와의 스트라빈스키 녹음을 시작으로 한 일련의 LSO와 VPO를 기용한 녹음들인데 RCA와 Decca 산하의 레이블들로 발매되었습니다.
RCA와 공동 발매를 위한 녹음들 외에도 Decca는 자체 발매를 위한 녹음들도 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줄리어스 캇첸과 협연한 브람스 1번 협주곡이고, 가장 특이한 녹음이 아들인 끌로드 몽퇴를 플루티스트로 기용한 플풋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들의 녹음입니다.
1962년부터는 Philips에서 LSO와 콘세르트허바우를 기용하여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라벨 등의 곡을 녹음했습니다. 이때 녹음이 <필립스 초기 녹음집>(Philips: The Early Years)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음반들입니다. 이때 Early years의 의미는 몽퇴의 초창기가 아니고 Philips라는 레이블의 초창기를 의미하죠.
제가 소개해드리는 <Pierre Monteux : Decca & Philips Recordings 1956 - 1964>는 이 일련의 녹음들에서 골라 7장의 CD에 담은 박스세트로 바흐의 모음곡 2번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같은 CD로 처음 발매된 음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박스는 몽퇴 정도 급의 지휘자는 7장의 음반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라면, (개별 녹음의 선택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절한 규모의 적절한 박스이지만, 어느정도 체계적인 목적을 위한 음반 수집에 있어서는 Original Masters 시리즈의 일부 박스들이 그렇듯, 2%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즉, 어떤 한 일련의 녹음을 모두 담지 않은 관계로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겹치고 빠지고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는 한방에 어떤 연주자의 모든 음반을 정리하는 대형 박스보다는 워너에서 EMI의 카라얀 박스를 몇 개의 작은 박스로 나누어 다시 내놓는 방식이 더 마음에 듭니다)
몽퇴가 흔히 프랑스 음악에 한정되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스스로는 베토벤, 바그너, 특히 브람스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 브람스 앞에서 브람스의 현악 4중주를 연주한 경험까지 있고요. 그 점에서 이 박스에 포함된 브람스 음악들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아울러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이 박스가 몽퇴의 녹음이 최초로 완전본(전곡연주라는 뜻은 아닙니다)으로 발매된 것입니다. <Fanfare>의 평론가인 카플란은 몽퇴가 프랑스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전기작가인 John Carnarina의 이야기를 들어 몽퇴가 파리 콩세르바투와 오케스트라와 첫 녹음을 하게 된 연유가 몽퇴의 의사가 아니고 파리 콩세르바투와 오케스트라와의 계약기간 종료가 임박한 Decca의 강요가 아니었을까 추측하는데, 스트라빈스키의 녹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볼 때 일리있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요즘은 잘 언급되지도 추억되지도 않는 지휘자의 50주기를 맞아 간단히 포스팅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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