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요즘 즐겨 듣는 음반들, 루드비히 트리오 내한 공연

by 만술[ME] 2014. 6. 5.

간단히 올려보는 요즘의 음악 생활입니다.



1. 요즘 듣는 음반들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만들어 음악을 듣다 보니 신보를 듣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음반을 많이 듣지는 못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신보는 아니지만) 최근에 열심히 듣고 있는 음반들입니다. 



<이승희 - 해금 줄풍류> 




들으면서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를 절감하게 해준 음반입니다. 서양음악은 각종 판본, 한음 한음의 아티큘레이션, 연주된 악기의 제작자 및 제작연도까지 따지며 들으면서 우리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된 것이죠. 우리 음악을 좀 심도 있게 들어 볼까 하고 국립국악원 전승 줄풍류, 향제 줄풍류, 이 음반에 녹음된 지영희류 줄풍류에 대해 비교를 해 놓은 석사논문이 있길래 읽어 보는 데, 우리 음악의 기본 장단조차 제대로 이해 못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곽수은 - 가야금, 폭풍의 전설>




25현 가야금을 위한 창작곡들을 모은 음반인데,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옛 전통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냥 악기만 우리 악기이지 내용은 서양음악에 불과한 경우나, 두 문화가 어색하게 어울려 있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곽수은의 음악들은 그렇지 않네요. 제가 듣기에는 어설픈 퓨전의 느낌이 아니라 현대화된 우리 음악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이 음반에서는 가야금 독주에서 4중주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고, 국의 분위기도 제목처럼 <그린란드의 회상>에서 <폭풍의 전설>까지 다채롭습니다. 덤으로 하이브리드 SACD에 녹음되어 좋은 음향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Pluhar - Mediterraneo>



지중해를 기반으로 하는 민속 음악을 담은 음반입니다. 특이한 점은 문화적 차원의 '지중해'를 다루기 때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음반에서 다루는 음악들은 '그리스' 그것도 비잔틴제국의 유산으로 전해 내려온 '그리스'의 영향에 의한 음악들입니다. 소위 말하는 성상파괴 운동의 여파로 피난 온 비잔틴 제국 수도사들의 이동과 정착으로 설립된 도시들이 향후 오랜 기간 그리스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이 음반에 담긴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오스만 튀르크, 스페인 등의 음악이 그 결과들이죠.   


녹음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지금은 주프랑스 루마니아 대사관저에 포함된 공연장인 살레-비잔틴에서 녹음된 최초의 음반이라는 것입니다. 살레-비잔틴은 Martine de Béhague 백작 부인이 1898년에 파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 지은 공연장인데, 당시 예술가들이 그곳에서 교류했으며, 포레는 <레퀴엠>을 그곳에서 연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음반이 나오기 전에는 파리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딜럭스 에디션은 세곡의 연주 영상이 담긴 DVD가 들어 있는 데, 제법 볼만합니다.  



<Jeremy Denk - Goldberg Variations>



저는 20~30장가량의 음반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오디오 옆에 마련해 두고 신보라던가, 특별히 집중적으로 감상해야 할 음반 등을 늘 손이 갈 수 있는 그 장소에 보관하는 데, 이 음반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제법 오랜 기간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연주의 스타일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날렵하고 바흐의 음악을 (이런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연주라 생각해서 자주 듣고 있습니다. 듣고 있으면 베이스의 주제, 그 위에 뛰노는 음악들이 음반에서 나와 어울리고 뛰어노는 느낌입니다. 특이하게 소책자 대신 연주자의 해설을 DVD로 담았는데 곡을 이해하는 데, 특히 연주자가 이 음악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지 아는 데 제법 도움이 됩니다.



2. 루드비히 트리오 연주회


동호회나 언론에 언급되지 않아서 블로그에라도 끄적여 봅니다.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공연인데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의 피아노-바이올린-첼로를 위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모차르트를 현대 악기로 연주하는 것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첼로 주자가 카잘스 4중주단의 단원이기는 해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던 연주회였는데, 기대를 훨씬 능가하는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루드비히 트리오의 연주는 자신들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로 이어지는 곡들에 요구되는 소리와 감수성을 적절히 변화시킨 매우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한동안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같은 곡을 시대 악기 연주 아니면 듣지 않았는데, 이들의 연주는 현대 악기로도 충분히 음악의 맛을 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베토벤을 들으면서는 피아니스트 임효선이 연주하는 열정 소나타를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브람스를 들으면서는 후기 베토벤을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세 연주자가 브람스에서 큰 밑그림 위에 각각의 음들이 쭈뼛거리지 않고 당당히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고 또렷한 음향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