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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Meyerbeer on Record 1899-1913

by 만술[ME] 2014. 4. 30.

이런 저런 행사들이 취소되는 와중이지만 나름 이런 저런 기념일을 챙겨가며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미 포스팅한 바 있는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햄릿> 읽기(생각 보다 진척이 느려서 이제 반정도 읽었습니다)와 함께 이번주는 작곡가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의 사망 150주년(5/2)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마이어베어는 지금은 그의 음악들이 거의 무대에 올려지지도 않고, 녹음도 되지 않고, 그냥 이름만 전하는 수준이지만 19세기에는 베토벤, 모짜르트 같은 수준의 작곡가로 손꼽혔고, 인기도 엄청났던 오페라 전문 작곡가입니다. 그의 오페라 작품들은 그가 주로 활약했던 파리 무대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 올려졌으며, 19세기 내내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로시니, 하이네 등과 교분이 있었고, 베를리오즈는 최고의 작곡가로 칭송했으며, 바그너의 <리엔찌> 악보를 보고는 드레스덴에 추천하기도 했으며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바그너와 관계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결국 훗날에 그에게 뒤통수를 맞기는 했지만 말이죠. 마이어베어의 음악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 큰 원인은 바그너와 그 일파의 모략(특히 그가 유대인 출신이라는게 큰 역할을 했습니다)과 바그너로 대표되는 '새로운 음악'에 대별되는 '낡은 음악' 취급을 받았다는 점, 아울러 그가 주력했던 '그랑 오페라'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원인입니다만, 마이어베어 자체가 이런 공방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바그너는 마이어베어를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엮기 좋게) 음악 보다는 돈에 관심 있는 작곡가로 비난했지만 사실 마이어베어는 물려받은 유산과 오페라의 성공으로 엄청난 부를 누렸기 때문인지 엄청난 다작도 아니었고, 작품의 완성도나 배역이 마음에 맞을 때까지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도 유명했습니다. 그의 오페라 <아프리카 여인>(L’Africaine)의 경우 무려 28년간의 기다림 끝에 작곡자 사후에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위그노 교도들>(Les Huguenots)의 경우 무려 7명의 주역이 필요할 정도의 오페라인데 이런 오페라를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발레리나를 써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는 것만 보면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그노 교도들>의 경우 국내 영화로 말하자면 1000만 관객돌파와 같이 1000회의 공연을 최초로 돌파한 오페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그의 일기와 서간들은 8권의 책으로 발간되어 당시의 시대상을 공부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 했던 마이어베어의 사망 150주기를 기리는데 Marston Records에서 발매된 <Meyerbeer on Record 1899-1913> 보다 좋은 음반은 없을 듯합니다. 일단 현재는 마이어베어 당시의 음악적 양식을 재현할 수 있는 성악가나 지휘자가 드믈며, 좋은 음향으로 녹음된 음반들이 거의 전무한 것과는 반대로 놀랍게도 그의 영향력이 아주 없어지기 전에 남겨진 옛음반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그 음반들 중 워드 마스턴 본인이 고르고 골라 1차분으로 세 오페라(Robert le diable, Les Huguenots, Le prophète)의 아리아와 중창들을 모아 세장의 CD에 담은 것이 이 음반입니다. 




귀한 정보가 담긴 책자에는 프로듀서인 Ward Marston의 마이어베어 녹음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 Vincent Giroud의 마이어베어의 오페라에 대한 해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음반에 담긴 성악가들에 대한 소개, 세 오페라에 대한 줄거리 소개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음반은 모든 아리아와 중창들을 모두 수록하되 하나의 곡에 대해서는 많은 녹음들중 가능한 불어 버전으로 선택하고 같은 오페라의 같은 배역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흥미로운 기록 중에는 <위그노 교도들> 녹음중 피에르 몽퇴가 아리아 중 비올라 오블리가토를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몽퇴가 남긴 유일한 비올라 녹음입니다.) 



어쿠스틱 녹음의 기록이기 때문에 음질은 요즘의 음반들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음악적 문법을 아는 가수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많은 옛음악들이 복원되는 와중에도 마이어베어는 아직까지는 거의 음반화 되지 않고 있는 작곡가라는 점에서 이 음반은 매우 가치 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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