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쓸 내용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가기는 서운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1. 셰익스피어는 음악을 싣고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는 방사형(?) 취미생활을 하는 관계로 어떤 동기가 주어지면 한동안 이러지리 관련된 것을 파고다닙니다. 가끔 제 행적을 보면 마인드맵을 보는 것 같더군요.
오랜만에 셰익스피어를 읽은 덕에 관련 음악들, 영화들을 조금씩 보고, 듣고 있습니다. 이미 오슨 웰즈의 <맥베스>는 포스팅을 했고, 아마 조만간 오슨 웰즈의 <오셀로>를 포스팅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요즘은 베르디의 <오셀로>를 영상과 음반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정도 인줄은 몰랐는데 <오셀로>만 해도 제가 보유하고 있는 음반과 영상물이 제법 되더군요.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인 음반은 토스카니니의 <오셀로>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음반이기는 하지만 음질과 풍족해진 영상물들 (제 경우 오페라는 영상물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때문에 10여년을 음반장에서 거의 썩고 있었던 음반인데 최근에 들으면서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최상의 연주, 최상의 가수들은 아니지만 지휘자의 완벽한 통제하에서 지휘자의 의도를 명확히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토스카니니의” <오셀로>로서는 정말 최고네요.
비나이의 오셀로는 약간 오버하는 맛이 있지만 어두운 목소리로 절절함을 잘 표현해 주었고, 발덴고의 이아고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악마의 간교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입니다. 원래 이아고는 로드리고파에 녹을 먹는 입장이니 이런 지적이고 섬세한 이아고가 원작에 가깝죠. 다만 넬리의 데스데모나는 부족함은 없는데 절절하게 이여자 죽으면 안되, 불쌍하다 그런 느낌은 안나더군요.
저는 예전 콜렉션에서 쥬얼케이스에 담겨 나왔던 금박 버전인데 Naxos에서 마스턴이 복각한 버전도 있고, Guild에서 복각된 버전도 있으니 무엇을 고르던 제가 가진 버전보다는 우월한 음질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상물은 이것 저것 봐봐도 카우프만의 <오셀로>가 나오기 전까지는 도밍고의 영상물들을 고수해야 할 듯합니다.
2. BBC Radio 3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아이폰(스마트폰)과 인터넷 라디오 덕분에 에딘버러 페스티벌 실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새벽에 프롬스 실황중계도 들을 수 있습니다. 베를린 필 실황을 집에 앉아 스마트 TV로 실시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니 시간과 열정, 그리고 약간의 돈만 있으면 세계를 “실시간”으로 살 수 있습니다. 어제도 프롬스 중계를 통해 미도리 / 살로넨 / 필하모니아의 에트뵈스 <도레미> 영국 초연, 브루크너 7번을 들었답니다.
결국 음반을 안사게 되는 이유중 하나가 음악회 실연가기, 이런 실황듣기도 한몫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KBS 1FM
와이프는 항상 KBS 1FM을 틀어 놓습니다. 저는 BGM으로 음악 듣는 것은 잘 못하고 음악은 마음 먹고 듣는 스타일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책을 읽거나 딴짓을 하곤 하는데 가끔 한두소절을 듣다 깜짝 놀라 아이패드로 편성표를 뒤질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가슴에 와닿는 새로운 곡을 듣게 되거나 잘 아는곡의 신선한 해석을 만나게 될 때죠. 물론 더 많은 그런 만남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라디오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라디오가 틀어져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무튼 몇주전 우연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을 들었습니다. 중간부터 들었지만 리듬감이 독특하면서 바이올린 연주가 매우 좋더군요. 편성표를 보니 윤소영의 연주였습니다. 뒤져보니 2011년 비에니압스키 콩쿠르 1위를 했던 연주자더군요. 언뜻 기억이 났습니다. 유튜브에도 당시 실황이 남아 있구요. 우승 이후 녹음한 시벨리우스+차이콥스키 음반도 나와 있는데 국내는 수입이 안된듯합니다. 주변에 홍보를 좀 했더니 “공동구매”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주문이 들어갔습니다. 유튜브의 실황을 감상하시고 마음에 드시면 아마존 같은 곳에 주문하시면 될 듯.
아울러 KBS 1FM을 틀어놓다보니 자연스럽게 국악과 <세상의 모든 음악>을 접하게 되는 장점이 있더군요.
4. 알라딘 박스 세일 외
알라딘에서 음반 박스 할인 행사가 진행중입니다. 첫째는 원래 싼 소니의 마스터즈 박스들을 좀 더 할인 하는 해사인데 평소 가격이 부담(솔직히 원래 가격도 부담 되지는 않았죠)되셨던 분이라면 이번을 노려도 좋습니다만 사실분은 다 사셧을 듯하고 안 사신분들은 북클릿도 없고, 거의 딸랑 CD들어 있는 수준의 박스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 땡길만한 것들은 이미 풀프라이스로 버전으로 가지고 있어서 아마 패스가 예상됩니다.
클래식 말고 기간 한정으로 비틀즈나 재즈 박스를 할인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쪽이 좀더 땡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아울러 정경화의 데카 박스가 세일중입니다. 20장에 이정도 가격이면 요즘 박스 시장에서 싼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패키지의 내용을 보면 엄청나게 싼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대부분을 LP로 가지고 있고, 정경화에 죽고 못살지도 않으며 처치 곤란한 이런 스타일 박스는 정말 싫어해서 일단 패스합니다.
5. 음악 이야기는 아니지만
존 스칼지의 <Redshifts>가 올해 휴고상을 차지했네요. 최근 <휴먼 디비전>이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를 번역한 이원경씨의 번역으로 발간 되었는데, 판매에 도움이 될라나요?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새롭게 발간되고 있는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3편인 <전사 견습(The Warrior's Apprentice)>이 출간되었습니다. <마일즈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이미 출간되고 절판된 소설이지만 4편으로 출간 예정인 <보르 게임>과 함께 시리즈 중 가장 재미 있는 책입니다. 어제 <전사 견습>의 따끈한 신간을 손에 쥐었습니다만 좀 두꺼운 책을 어제 시작한지라 당장은 읽지 못할 것 같네요.
이 새로운 시리즈의 표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저도 처음에는 좀 두고 봐야겠다는 입장이었지만 3권까지 나온 것을 볼 때 시리즈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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