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에서 제가 지냈던 호텔입니다. 오슬로역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이 편하죠.
지난번에 출장을 가게된 계기 등을올렸으니 오늘은 출발에서 도착까지의 과정을 올릴까 합니다. 어차피 다녀온지 얼마 안되 적어 놓았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니까 크게 틀린 내용은 없을 것입니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는데 (그럴일은 없겠지만) 이글과 관련된 글들을 다른 곳에 옮기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내용을 보시면 그 이유는 당연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컨퍼런스의 일정상 추석 아침에 출발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추석당일이라 이뿐 와이프가 모는 차를 타고 룰루랄라 하면서 공항에 무려 세시간이나 일찍 도착... 혹시라도 지금 상부로부터 전화와서 "야, 너 가지마!" 할 것 같아 얼른 전화부터 꺼놓고... 와이프랑 도란도란 마지막(?) 정을 나누고 만난날 기념하여 늘 사주던 대로 (이번엔 쫌 지났지만) 반지하나 사주고 출국장으로...
이제 12시간에 걸친 비행기와의 사투... 체크인 할 때 일부러 가운데열 통로쪽 자리를 선택했는데 예상대로 옆자리는 비어서 가더군요. (솔직히 창가자리는 초보자나 선택하는 자리죠^^) 흐흐흐... 이런경우 팔걸이 올려놓고누워서 가거나 아님, 편하게 책상다리 하고 앉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사실 비상구 옆자리 같은 더 편한 자리들이 있긴 한데, 그 단점도 있어서 일단 이자리를 선택했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국내서 참가하는 사람들은 건교부, 환경부 사무관, 과장급, 우리회사, H사, S사, 그리고 학계 박사님 세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출발전에 이번건을 주최하신 P박사님께서 건교부 모사무관님을 우리회사더러 모시라고 해서 극구 사양(?)하고 H사에 떠넘겼는데, H사도 그게 싫었는지 절 끌구 들어갈려고 항공편을 수정하여 저와 같이 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바 있으므로 비행기서 주위를 살피니 비상구쪽에 수상한 인물 두명 발견 (공무원은 티가 나지 암...) 괜히 일찍부터 아는척 하면 앞으로 일정이 꼬일 듯하야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얼굴과 배낭여행객 차림의 복장을 무기삼아 걍 무시...
국내선탈 땐 음료수 받아먹구 하는게 왠지 촌스러워보여 (솔직히 싸구려 음료수를 주는데 그걸 허겁지겁 받아 먹어야 하는게 무슨 급식 받는 느낌이 항상 들더군요) 걍 생수나 달래 먹거나 안마시거나 하는데, 비싼돈 내구 탄데다 그나마 때마다 주는거라도 안먹으면 지리하니까 밥 때, 음료수 때마다 잘먹구, 영화도 두편 다보고(하나는 이미 본 "스파이더맨"이고, 다른 하나는 "About a boy"였음) 잠깐 눈부치고 하니까 어느덧 런던 히드로 공항.
런던에서 BA(브리티쉬 에어웨이) 타고 오슬로 공항까지 가야하므로, 연결편 첵크인 하려고 터미널간 셔틀을 타는데 헉~~! 아까 그 두명의 용의자가 바로 내옆에 앉아 "이번에 P사는 안오나보지? 같은 비행기라고 하던데..." 흠... 고개 팍 돌리고...모른척. 혹시 그분들이 말걸면, 일본사람 행세할까나? 암튼 그분들 BA카운터에서도 만나고...자꾸 내곁에서 맴도는게 영~~ 불안... 어차피 노르웨이 물가는 살인적이라 하므로, 선물 살라믄 히드로 공항 면세점에서 사가야 할 것 같아 일단 휙~~ 둘러보고 대기실에 앉는데 흐미... 거기도 그 사람이 있네...
암튼, 슬슬 사람들 피해다니면서 즐기다가 BA탑승... 헌데 런던 히드로가 워낙 복잡한 공항이라 그런지 이륙허가가 늦게나서 무려 40분정도 늦게 출발... 더구나 기장녀석 엉뚱한 실수로 탑승구를 잘못대는 바람에 계단차를 타고 내려 다시 탑승구를 통해 공항으로 연결... 자기도 실수를 인정하고 승객들도 웃고... 이런 여유는 부럽네...
오슬로 공항에 도착, 입국심사 하는데 용의자중 하나가 또 내뒤에 서네... 우리나라 여권들고 있는데 그걸보고 말이라도 걸면 일본넘 행세할 수도 없구... 뭐 벙어리 행세해야 하남...
전 보통 출장으로 간 경우도 입국목적을 걍 관광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쓸데없는 질문 안하더라고요. 예를들어제 회사 동기(대학원을 나왔음에도 회화는 서툰)가 재건축 프로젝트 때문에 괌에 갔을 때 입국심사에서 심사관이 "괌에 왜 왔냐?"고 묻자 그 친구솔직하게 "재건축 때문에 조합원 동의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네요. 그러자니 짧은 회화에 "Reconstruction...Rebuliding... Union...어쩌구저쩌구..." 헌데 이 친구가 Rebuilding이라던가reconstruction, union같은 단어만 제대로 했으니 심사관은 뭔가 수상하게 생각했죠. 이 단어들이 좀 "급진적"으로 보이쟎아요? 해서 일단 입국보류 후 별도 심사... 해명하고승인 받는데 두시간 정도 걸렸다나? 걍 "관광"이라고 했음 끝날일을...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비슷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왜왔냐고 묻는데 저도 모르게 (아마 울회사가 대한민국 대표로 그린빌딩 컨퍼런스에 왔다고 자랑하고픈 속 마음이 있었는지) 컨퍼런스 참가차 왔다고 말해버린 거죠.노르웨이 입국은 간편한 걸로 알고 있는데, 복장이 배낭여행객인 듯한데 컨퍼런스 참가차 왔다고 하니 입국심사관 아줌마가 무슨 컨퍼런스냐, 얼마나 있을거냐 등등 많이도 묻네요. 평상시 같으면 그냥 웃으면서 대답할텐데 제 뒤에 선 용의자를 의식하면서 목소리 죽여 이야기 하자니 땀이 뻘뻘... 혹시나 뒷사람이 들었을까 고민하면서 슬쩍 나몰라라 빠져나가는데... 아뿔사 짐찾는 곳에 또 내옆에서서 우리말 큰소리로 왁자지껄... 혹시, 나더러 우리말 듣고 아는척하란 뜻인지? 그래도 걍 무시하고 짐찾아 묵묵히 나와 그분들 택시타는쪽으로 가길래 걍 아는척하고 택시비 아낄까 하다가 (노르웨이 택시비 장난 아닙니다)자동환전기서 환전하고 공항고속철도 표끊어 들어갔죠. 휴~~~해방이다!!!
오슬로 공항고속철도도 일본 간사이공항-오사카 난바역의 그것처럼 고급스럽고, 조용하고, 빠릅니다. 문이 열리는 방식이 좀 특이하더군요. 첨에 열차가 도착했는데 당혹스럽게도 문이 닫혀있는 데다가 승강장에서 열차까지가 30cm정도는 떨어져 있는게 아닙니까... 짜슥들 키큰넘들이라 보폭이 커서 이리 해놨나 하면서 짐있는 승객은 어찌하라고 이리 설계했냐고 비웃는데... 문이 계속 안열리고 있길래 자세히 보니 문옆에 "오픈"버튼이 있네요. 누르자 문이 열리면서 30cm의 갭을 메워주는 발판이 등장...아하, 이런거였군!
소리도 없이 쾌속으로 달리는 열차...약20분걸려서 오슬로 중앙역에 도착했죠. 내려 짐 질질끌고 나갈려하니 밤한시쯤... 헌데 이게 왠일... 밖에는 폭우가 질질질... 다른 여행객들 보아하니 역에서 어쩌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가만히 보아하니 제가 숙박하기로 된 클라리온 로열 크리스티아니아 호텔은 역 바로앞에 보이네요. 길만 두번 대각선으로 건너면 입구... 얼른 뛰어나가 무단횡단으로 호텔들어서니 특1급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좋네요.
프론트데스크에 가서 체크인 하겠다고 이름을 대니, 어라? 예약이 안됬다는게 아닙니까? 그럴리가 없다, 다시 해봐라, SB02컨퍼런스 때문에 온거니까 잘 확인해라해도 없다고... 뭐 할수 없이 걍 방하나 주라고 해서 잡았죠. 헌데 예약이 다차서 스윗룸밖에 없다나? 까짓 원래 두명분 출장 예산 받았는데(같이 가기로한 설계팀장님은 인허가 문제가 걸려서 못왔죠)남는 예산에 뭐 스윗룸이라고 못잘 것도 없으니 (더구나 밤한시에 비맞으며 호텔 찾아다니긴 불가능)우선 잠자자는 생각에 스윗룸 입실... 뭐 대단한가 했더니 이제큐티브 스윗룸이네요. 방이 좀 크고 사무용 책상 멋들어지게 하나 있고...
휴~~~! 이리하여 뭔가 잘 안풀릴 것 같은 예감속에 오슬로에서의 첫날밤이 갑니다, 그려...
MF[ME]
*다음얘기... "오슬로 1일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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