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번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린 워드 마스턴(Ward Marston)의 레이블인 Marston 레이블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갖는 음반이 발매되었습니다. 그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줄리어스 블록(Julius Block)의 에디슨 실린더들이 복각되어 음반화 되어 나왔는데 이 음반에 대한 소개는 극히 매니아적인 내용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음악 애호가나 방문객들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MF[ME]
줄리어스 블록(Julius Block)은 1858년 남아공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릴때 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고 음악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러시아의 미국계 무역회사를 경영해야 했던 그는 음악의 기록과 녹음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기록물들을 남기게 됩니다.
1889년 에디슨의 회사를 방문한 블록은 에디슨의 발명품인 포노그래프(phonograph)를 접하고는 이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게 됩니다. 블록은 에디슨의 포노그래프 한대를 러시아에 가지고 돌아가 짜르인 알렉산더 3세와 그 가족들에게 시연하고 판매하는 등 러시아에 포노그래프를 공급하게 됩니다.
이 포노그래프의 공급과 더불어 블록은 녹음 역사상 가장 귀한 기록들을 남기게 됩니다. 당시 모스크바나 쌍페테르부르크에 있거나 방문했던 유명인사와 음악가들의 녹음을 남기게 된 것이죠. 바로 이 기록들을 CD에 담은 것이 이번에 발매된 "The Dawn of Recording : The Julius Block Cylinders" 입니다.
이 중요한 기록들의 내용을 소개해 드리기 전에 왜 이 소중한 기록들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는지를 살펴 볼까 합니다. 생전에 자신의 기록의 역사적, 금전적 가치를 잘 알고 있던 블록은 몇가지 조치를 취합니다. 우선 그의 기록중 일부를 포노그래프의 발명자인 에디슨에게 보내죠. 헌데 이 실린더들은 화재로 소실되어 버립니다. 아울러 블록은 박물관에 보관하려 했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무산되기도 하죠.
결국 블록의 사후에 그의 소장품들은 베를린, 베른, 바르샤바 등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이 실린더들은 2차 대전 때 파괴되어져 버렸다고 생각되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베를린의 실린더들은 2차대전 후 소련군에 의해 레닌그라드의 푸시킨 하우스로 옮겨지게 됩니다. 철의 장막 덕에 이 실린더들에 대해 서구에서는 이미 소실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구요. 90녀대 부터 이 실린더들의 존재는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4년 푸시킨 하우스와 마스턴 간의 협약이 체결되어 마침에 올해초 이 음원들이 CD화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블록 실린더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길래 그리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질까요?
우선 이 실린더들에는 이 블록 실린더에만 녹음을 남긴 연주자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Paul Pabst, Sergei Taneyev, Anton Arensky, Elizaveta Landovskaya 같은 연주자들의 유일한 기록들이 들어 있으며, Josef Hofmann, Egon Petri, Leonid Kreutzer, Jascha Heifetz 등의 특정곡에 대한 유일한 녹음들, 톨스토이, 니키슈, 그리고 차이콥스키와 안톤 루빈스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하이페츠의 녹음은 그의 니키슈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의 데뷰(1912) 바로 일주일 후의 녹음이란 점에서 하이페츠 팬들이라면 관심을 가져 볼만 합니다.
물론 음질은 극히 열악합니다. 음악 매니아라도 호기심 외에 이 음반을 계속 듣고 있는 것은 무의미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버린 역사의 흔적을 지금 안방에 앉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한 음반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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