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정말 갖고 싶었던 박스중에 RCA의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 전집이 있었습니다. 94장으로 구성된 이 박스는 한권 한권 마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뽀대면에서는 대단한 디지팩으로 되어 있었고 가격도 2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였습니다. 가격적 부담, 그리고 당시만 해도 "전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시절이라 낱장으로 주요 레파토리를 구입했고 그중에는 쇼팽의 마주르카 녹음들이 있습니다.
루빈스타인은 쇼팽의 마주르카를 세번 녹음 했습니다. 이 세번의 녹음은 녹음의 역사와 함께 하는데 첫번째 녹음(30년대)은 SP 시대에, 두번째 녹음(50년대)은 모노 LP 시대에 그리고 마지막 녹음(60년대)은 스테레오 시대에 녹음되었습니다. 이중 HMV(EMI)의 SP 녹음과 60년대의 스테레오 녹음은 이런 저런 경로로 많이 재발매 되었고, 특히 스테레오 녹음은 루빈스타인 자신이 최고의 녹음으로 꼽았을 뿐아니고 늘 카탈록에서 떠나지 않던 녹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녹음은 상대적으로 덜알려져 있고, CD 시대에는 이 "전집"을 통해 비로서 빛을 보게 된 모노 시절의 52-53년 녹음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주자들이 나이들어 가면서 나타나는 경향 처럼, 루빈스타인의 연주 스타일도 초기의 찬란한 기교를 자랑하는 연주에서 (EMI의 녹음들을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루빈스타인과 많이 다릅니다) 후기로 갈 수록 좀 더 따뜻해지고, 여유로와 지면서 여백과 적당한 포기를 표현할 줄 아는 스타일로 변했습니다. 그야말로 루빈스타인이 치는 피아노를 처음 듣는 사람도 듣는 순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특징을 갖게 되었죠. (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말한 그뤼미오가 바이올린의 표준이라면 후기 루빈스타인은 피아노에서 그런 존재라 생각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는 52-53년 녹음의 마주르카는 이 젊은 시절의 특징과 노년의 여유로움을 함께 지니고 있어 마주르카라는 곡의 특성이 더 잘 나타나 있는 듯합니다. 사실 쇼팽이 작곡한 또다른 춤곡인 "왈츠"가 귀족적인 음악이라면, "마주르카"는 보다 서민적이고 전원적인 음악인데, 전원의 삶을 대변하는 젊은 생동감과 함께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미덕인 (노년의) 여유로움이 함께 녹아 있는 연주가 바로 이 50년대 연주이기 때문이죠. 비록 음질에서는 스테레오 보다는 못하고 풍성한 느낌은 많이 없지만 이 즐거움과 여유를 전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모노 녹음인 관계로 루빈스타인의 마주르카의 보편적인 선택은 될 수 없겠지만, 이미 스테레오 녹음을 갖고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MF[ME]
루빈스타인은 쇼팽의 마주르카를 세번 녹음 했습니다. 이 세번의 녹음은 녹음의 역사와 함께 하는데 첫번째 녹음(30년대)은 SP 시대에, 두번째 녹음(50년대)은 모노 LP 시대에 그리고 마지막 녹음(60년대)은 스테레오 시대에 녹음되었습니다. 이중 HMV(EMI)의 SP 녹음과 60년대의 스테레오 녹음은 이런 저런 경로로 많이 재발매 되었고, 특히 스테레오 녹음은 루빈스타인 자신이 최고의 녹음으로 꼽았을 뿐아니고 늘 카탈록에서 떠나지 않던 녹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녹음은 상대적으로 덜알려져 있고, CD 시대에는 이 "전집"을 통해 비로서 빛을 보게 된 모노 시절의 52-53년 녹음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주자들이 나이들어 가면서 나타나는 경향 처럼, 루빈스타인의 연주 스타일도 초기의 찬란한 기교를 자랑하는 연주에서 (EMI의 녹음들을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루빈스타인과 많이 다릅니다) 후기로 갈 수록 좀 더 따뜻해지고, 여유로와 지면서 여백과 적당한 포기를 표현할 줄 아는 스타일로 변했습니다. 그야말로 루빈스타인이 치는 피아노를 처음 듣는 사람도 듣는 순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특징을 갖게 되었죠. (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말한 그뤼미오가 바이올린의 표준이라면 후기 루빈스타인은 피아노에서 그런 존재라 생각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는 52-53년 녹음의 마주르카는 이 젊은 시절의 특징과 노년의 여유로움을 함께 지니고 있어 마주르카라는 곡의 특성이 더 잘 나타나 있는 듯합니다. 사실 쇼팽이 작곡한 또다른 춤곡인 "왈츠"가 귀족적인 음악이라면, "마주르카"는 보다 서민적이고 전원적인 음악인데, 전원의 삶을 대변하는 젊은 생동감과 함께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미덕인 (노년의) 여유로움이 함께 녹아 있는 연주가 바로 이 50년대 연주이기 때문이죠. 비록 음질에서는 스테레오 보다는 못하고 풍성한 느낌은 많이 없지만 이 즐거움과 여유를 전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모노 녹음인 관계로 루빈스타인의 마주르카의 보편적인 선택은 될 수 없겠지만, 이미 스테레오 녹음을 갖고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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