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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 엘린 맥코이

by 만술[ME] 2008. 2. 15.
와인을 즐기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숫자가 하나 있는데, 바로 로버트 파커의 점수입니다. 흔히 RP 점수라 불리죠. 로버트 파커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와인을 즐긴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개 개인이 평가하는 점수가어떻게 와인시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지 늘 의문이었습니다.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인보다는 보르도 와인에 중점을 둔 점수들이어서 큰 참고가 되지도 않았죠.

작년에 번역 출간된 파커에 대한 전기인 엘린 맥코이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덕분에어떻게 파커가 세계 와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의문을 풀수 있었습니다.


파커는 흔히 말하는 소믈리에 출신도 아니고, 와인 양조에 관여 한 것도 아니며, 전문적인 훈련을 받거나 어려서부터 와인과 함께 하는 "품격있는" 생활을 해온 것도 아닙니다. 대학때 애인 따라 프랑스에 놀러가서 미국의 맛없고 저렴한 음식과 술 대신에 문화와 역사가가 곁들여진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접하면서 스스로 특별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와인을 즐기는 것을 취미로 시작했죠.

나중에는 와인을 사는 양이 너무 늘었고, 아무리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아내라 할지라도 점점 도가 지나쳐 가는 남편을 두고 보기도 힘들었고, 결국 파커는 아내의 눈치를 좀 덜보자는 심산으로 와인을 사는 명분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와인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간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뉴스레터덕에 점점 명성을 쌓아가게 되고, 별로 취미를 느끼지 못했던 본업인 변호사 일을 그만두게 되죠.

그리고는와인 선물시장에 중요한 미국시장의 구미에 잘 맞는 평가방법, 즉 100점 만점의 점수를 와인 평론에 도입하고,알려지지 않은 스타와인을 발굴하는 것과 동시에, 명성만 있고 사실 품질이 좋지 않은 와인들을 폭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와인 선물시장에 중요한 인물로 점점 부각됩니다.

맥코이는 이 파커에 대한 전기를 통해 중요한 사건들의 내막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잘못알려진 사건들을 바로잡기도 하면서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합니다. 이러면서 파커가 부각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분석하고, 그가 지닌 장점과 한계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죠.

서술은 시간의 진행에 따른 접근법을 사용합니다만, 중요한 사건들과 이슈들에 대해서는 중심 시간축을 약간 앞서나가기도 하면서 크게는 시간축에 의지하면서도 각각의이슈별로 파커에 대해 정리해나가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가끔한 이슈의 진행기간이 조금 길다는 느낌이 들어 시간의 순서가 얽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글을 읽게 되더군요. 그러면서도 각각의 이슈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구요.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데 있어 파커의 삶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는 와인시장과 와인의 발전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 파커 이전의 와인의 흐름이란게큰 변화가 없었다면, 파커 이후는 제법 빠른 변화를 겪어왔다고 할 수 있고, 저자가 서술하는 방식이 단편적인 사건들 중심이 아닌 배경과 흐름을 중시한 서술이기 때문에 와인업계에 대한 통찰을 얻는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와인을 즐긴 다는 것이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그속에 곁들여진 문화를 함께 즐긴다는 것과 국내의 좀 특별한 상황인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란 생각입니다만) "비지니스를 위한 와인"이란 점에서도 파커의 뒷이야기에 대해 한두편 정도 알아두는게 제법 도움이 될 듯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하며, 와인전문 출판사답게 이런저런 내용에 대한 감수도 잘 되어 있습니다. 와인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서가에 두면 좋은 책이라 생각하고 추천합니다.

MF[ME]

*여담 한마디*

비지니스를 위한 와인이니 골프니 하는 좀 강요된 취미와 트렌드를 생각할 때 전경련 회장들이 어느날 모여서 오페라들을 보기 시작하면 비지니스를 위한 오페라 같은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헌데 "CEO를 위한 클래식"이란 시리즈가 발간 되었더군요! 한권은 작곡가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한권은 음악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물론 각각 CD 한장씩 첨부가 되어 있구요. 비지니스를 위해서는 취향에 안맞는 운동도 하고,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들어야 하는 그야말로 비지니스맨 수난시대인가 봅니다. 언젠가는 CEO를 위한 십자수나 CEO를 위한 피켜수집 같은 책도 나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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