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푸르트벵글러 평전에 대해 소개글을 올린다는 것이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나온지 몇달이 되었고 읽은지도 좀 되는 책이 되어 버렸는데 (따라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모두 구입하셨겠죠^^) 그냥 넘어가기는 뭐해서 간략하게 소개글을 올릴까 합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휘자를 꼽는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빌헬름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angler)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저도 푸르트뱅글러를 꼽을지도 모르죠. 또한 묘한의미로 후계자인 카라얀과 함께 가장 얘기거리도 많은 지휘자라 할 수 있겠죠.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이 푸르트뱅글러의 전기입니다. 독일어 원전은 2003년에 나왔고, 국내에는 작년 9월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저자인 헤르베르트 하프너는 그간 나왔던 어떤 책보다 상세한 자료조사,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그의 시대와 삶을 멋지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지인중 하나는 푸르트뱅글러의 음악을 더 잘 듣고자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삶을 읽다보니 오히려 그의 음악도 별로로 느껴지더라고 평했지만 (특히 여성편력에 무척 실망 했답니다^^) 저는 이책을 읽으면서그가 추구했던 (스타일의) 음악의 세계가 끝나 버렸음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그가 추구했던음악에 대한 향수에젖게 되더군요.
그의 음악이 별로로 느껴지던, 향수에 젖게 되던하프너의 책은 그의 음악을 새롭게 느끼고 좀 더 깊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느쪽이든 푸르트뱅글러에 대한 관점이 변하게 되죠.
음악 애호가라면 그의 삶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고, 수많은 전설들에 대해서도 들어 왔지만 하프너는 이 모든 전설과 사실들을 극히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거나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푸르트뱅글러가 지키려 했던 이상과 시대정신과의 관계를 늘 견지하기에 상세함과 복잡함 속에서도 큰 흐름은 놓치지 않게 되죠.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책을 읽다 보면 결국은그런 의미에서는 푸르트뱅글러의 삶은 실패라 할 수 있다는 결론에 공감하게 됩니다. 애초에 그가 찾던 이데아라는는 것은 없었고, 승산이 없는 투쟁이었을 뿐이죠.
끝에는 역자가 원문에 덧붙여 푸르트뱅글러의에세이 여섯편을 번역해 넣었습니다. 정말 놀랍고 요긴한 시도죠. 완벽하지는 않지만 디스코그래피가 함께 있으며,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참고문헌과 색인까지 번역본에 모두 들어 있어 이런 저런 레퍼런스로 사용하기 좋죠.
번역에 대해 말하면 인명에 대한 한글표기도 그렇고, 인용문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읽으면서 뜻이야 이해가 가지만 인용문의 "나"나 "그"가화자인지 푸르트뱅글러인지 불분명하거나 문맥상 맞지 않는 경우가종종 있더군요.
아무튼소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은 매끄럽고 유용한 정보로 가득차 있으며, 번역도 읽어 내려가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푸르트뱅글러가 인기있는 지휘자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쉽게 책을 집어들기 힘들게 만드는 76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내놓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용기를 낸 출판사에 감사해야 겠지요.
푸르트뱅글러는 물론, 20세기 중반까지의 음악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읽어 보면 좋을 내용이 가득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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