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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 플레밍 / 비야손 / 브루손

by 만술[ME] 2008. 1. 22.
공연 영상물중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에는 이런 저런 좋은 영상물들이 있었습니다. 게오르규를 출세가도에 올려 놓았던 솔티와의 실황이라던가 비쥬얼로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던 네트렙코, 비야손의 짤츠부르크 실황이 대표적이죠.

여기에 최근에 새로운 영상물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르네 플레밍과 비야손, 여기에 노장 레나토 브루손이 가세하여 콜론이 지휘하는 LA 오페라 실황 DVD가 그것입니다.


르네 플레밍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가수가 흔히 출세를 위한 디딤판으로 생각하는 "라 트라비아타" 같은 공연을 새로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잘되면 기본이요. 못되면 그간 잘해온 것에 큰 누가 되기 때문이죠. 플레밍은 과감하게 비올레타에 도전했고 (메트죠?), 이후 비올레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상물은 비야손, 브루손과 함께 라인업을 구성한 LA 오페라 실황인데 작년에 발매되어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짤츠부르크 실황이 미니멀한 무대에 현대적인 연출로 색다른 비쥬얼을 제공했다면 마르타 도밍고의 LA 프로덕션은 극히 고풍스러운 오리지널풍의 무대를 보여줍니다. 보기에 따라 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간 단출한 무대들을 많이 볼 수 밖에 없었던 저로서는 오히려 색다른 느낌에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공연의 핵은 아무래도 비올레타를 노래하는 플레밍인데 (어떤 트라비아타가 안그렇겠습니까^^) 그녀의 노래와 연기는 게오르규나 네트렙코와는 전혀 다릅니다. 무대가 고풍스러워진 만큼 노래도 고풍스러워지고 캐릭터는 풍부해졌습니다. 그간 보아왔던 어떤 비올레타보다 플레밍의 비올레타는 성숙한 느낌입니다. 네트렙코의 1막 비올레타가 젊고 톡톡 뒤는 느낌, 그래서 아직 포기와 좌절을 모르는 잘나가는 여성을 노래했더면, 플레밍은예를들어 'E strano!.....Ah, fors'e lui'를 부를 때는 그 어느 비올레타 보다 세상물정을 잘 알고그럼에도 어쩌면 정말 자신에게도 진정한 사랑이올수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아련한 기대를 가진 캐릭터가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올레타의 캐릭터는 2막, 3막을 거치면서 점점 발전하고 마지막에는 공연을 보는 누구나 비올레타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정해진 결말과는 달리 (스포일러 있습니다...ㅋㅋㅋ) 살수 있지 않을까, 살아주었으면 하고 기대하게 만듭니다. 물론, 노래의 파워에 있어서는 네트렙코의 해석이 훨씬 파워풀하고 박진감 넘칠수 있습니다만, 극을 만들어가는 캐릭터에 있어서는 플레밍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플레밍의 비올레타가 생동감과 절박함보다는 성숙한 아름다움과 내면의 고통, 그리고 적당한포기를 잘 표현한 캐릭터인 점에 부합하게 비야손의 알프레도도 변했습니다. 첫 등장에서의 통통 튐은 오히려 더해진 감이 있지만 (르네 플레밍과 공연한다는 실제상황의 기대감이 연모해 마지않던 비올레타를 만나게 된다는 극적 기대감과 잘 부합되었죠) 전반적으로는 짤츠부르크의 파워풀한 알프레도에서 많이 절제된 모습입니다. 잘츠부르크는 정말 알프레도와 비올레타 둘다 (거기에 제르몽까지) 격한 감정들을 쏱아 내었다면 이번 알프레도는 (브루손을 아버지로 둔 아들답게^^) 절제와 폭발을 자유자제로 제어할 수 있는 성숙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짤츠부르크 때도 좋았지만 음악적으로는 한층 나아진 모습이고요.


걱정되었던 (나이가 몇입니까?) 브루손은 놀라운 기량을 발휘합니다. 나이를 감안 안해도 정말 훌륭한 제르몽이었습니다. 물론 캐릭터에서 무진장 설득력 있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 사실 제르몽은 트라비아타에서 별로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고, 아직 전 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서딸을 진짜 사랑해서 아닌 짓도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이자, 마지막에는 비올레타를 딸이라 칭하는 것이 진정어린 말처럼 들리게 부르는 제르몽을 못만났습니다. 결국 둘다 한 사람인데 그 통합을 이루는게 어려운 일 같더군요- 기본은 하는 캐릭터로 잘 표현했습니다. 브루손은 그나이에 술렁술렁 불러도 기본은 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제임스 콘론의 LA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극의 흐름을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니는 능력과 중간의 무용들, 그리고 무대와 조명 모두 좋았습니다.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고, 이런 극적 완성도는 가수들만으로 이루어 질 수는 없는 것이죠.

HD 아나몰픽으로 촬영된 화면은 솔직히 제 장비에서는 기대 이하입니다. 빠른 동작에서는 움직임이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음질은 전반적으로 실황의 분위기를 잘 잡아 냈지만, 종종 음의 포커싱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옛 DVD들에 비해서는 영상이나 음질이 좋은 것은 당연하구요.

한글 자막은없지만 LA의 매춘부가 한방에 감동을 먹을 정도의 멋진 원작이 있는데 없어도 그만이죠^^. 물론 원작의 배경 스토리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실"은 그리 아름답게 마무리 되지는 않았죠.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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