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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레이몽 아롱 - 참여자와 방관자 (The Committed Observer)

by 만술[ME] 2007. 10. 1.

제게 영향을 준 많은 학자들 중에 한때는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레이몽 아롱이 있습니다. 그의 책중 몽테스키외를 사회학자로 분류해 넣은 특이한 구조를 지닌 <사회사상의 흐름>은 사회학사 시간에 부교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덕분에 저도 그에 대해 알게 되었죠. 앙리-레비는 아롱을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의미로 "걸어다니는 이성"이라 표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이미 낡디 낡아서 이제는 국내 도서목록에서 조차 삭제되어 버린 <참여자와 방관자>입니다. 원제는 영역본 제목인 The Committed Observer 처럼 <참여하는 관찰자> 정도가 적당할텐데 아마도 80년대의 국내 여건에서 일종의 낚시성 제목으로 <참여자와 방관자>라는 번역 제목을 붙였던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리 이렇게 그럴 듯한 제목을 붙였다고는 해도 늘 좌파와 대립했던 아롱의 경력으로 볼 때 이 책이 당시국내서 많이 팔릴리 없었고 결국은 할인판매로 풀리게 되고, 저도 싼맛에 이 <참여자와 방관자>를 구입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아롱이 장-루이 미시까와 도니니끄 월튼과 인터뷰 한내용을 기록한 것인데 이런 수준 높은 대화가 TV를 통해 이루어졌다는게, 아니 아롱 같은 "학자"를 또 다른 "학자들"이 인터뷰하는 기획 프로그램이 TV를 통해 전파를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프랑스란 나라를 만만히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책입니다.

당시로서는 두 젊고 좌파인 두 소장파 학자들이 노골적인 우파인 노대가의 과거행적 하나까지 파해치며 때로는 공격하고, 때로는 질문하면서 풀어나가는 스토리가 정말 흥미진진했으며, 한시대, 한 나라의 역사의 일면을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읽는 사람이 좌파이건 우파이건 상관 없이 조금이라도 지적인 흥분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책읽는 내내 흥미로울 수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두 인터뷰어는 날카롭지만 (정말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공부를 했기 때문이죠) 도를 지나치지는 않으며, 노 대가는 때로는 공격적인 질문에도 불쾌해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토론과 대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죠.

아울러 레이몽 아롱을 볼 때 우리 사회의 우파들은 어느정도 수준은 되어야 하는지 공부도 좀 해야 할 것 같구요.^^

지금은 구할 수 없고 영역본을 보시거나 헌책방에서라도 만나시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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