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 예술 - 공연

[공연]댄싱 섀도우

by 만술[ME] 2007. 7. 11.
[주의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알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팀원들과 어제 예당 오페라 극장에서 뮤지컬 "댄싱 섀도우"를 보고 왔습니다. 차범석 원작에서 모티브를 취한 창작 뮤지컬로 제법 기대를 모았던 공연입니만 글쎄요... 우선 주제와 내용은 세줄로 요약 할 수 있을 듯합니다.

①전쟁은 나빠요.
②자연을 사랑하세요.
③희망을 잃지 마세요.

헌데 이 세가지가 처음 부터 끝까지 그냥 직설화법으로 내질러 질 뿐입니다. 어린시절 반공 드라마나 배달의 기수를 보는 느낌이랄까?

음악은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림자와 춤을" 같이 쉽게 멜로디가 잡히는 곡은 물론 "남자가 필요해" 같이 긴장감이 맴돌면서 귀에 잘 와 닿는 곡까지 음악적 완성도가 좋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전체를 볼 때 유사한 느낌의 곡들이 많다보니까 캐릭터 별로 노래를 통한 개성을 표출하지는 못하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뮤지컬 내내 캐릭터들이 너무 약합니다.)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의 곡들 특히 즐거운 멜로디들이 있었음 좋았겠습니다. 뮤지컬에서 관객을 사로잡게 마련인 앙상블들이 너무 약했죠. 아쉽지만 관객들에게 한방을 먹이는 펀치력이 있는 곡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기 어정쩡해지게 됩니다.

공연내내 관객의 호응이 적은 이유는, 언론에서야 좋게 둘러대는 말로 "어렵다"거나 "수준 높다거나"하는 미사여구를 쓰겠지만, 극 초반부터 너무 무거운 척, 심각한 척 하면서 주제의식을 대놓고 들이대는 것에 대한 이질감과 거부감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순간에도 호응이 적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잔치집 가서 음식이 맛있으면 후루룩 쩝쩝거리면서 맛있다며 음식을 먹지만, 상가집에 갔는데 너무 맛난 음식이 나온다고 한그릇 더달라고 할 사람 있나요?^^ "댄싱 섀도우"는 초반부터 상가집 분위기 만들어 놓고 (무대에 구현된 숲은 신비롭고 경이롭기 보다는 음습하고 괴기스럽기만 하더군요) 관객에게 즐기라는 것인데 좀 힘이 들었습니다.

원작에서 모티브만 따와서 국적 불명으로 만들면서 스토리를 우화로 만든 것 까지는 좋지만 기왕 우화로 만들것이면 스토리와 무대도 좀 더 우화스럽게 해도 되었을텐데 "주제의식"은 넣고 싶어서인지 묘한 절충을 함에 따라 모든 것이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세계를 타깃으로 하더라도 "한국전쟁"은 제법 잘 알려진 "역사"인데 기왕 주제의식을 부각하려면 좀 더 "현실적" 내용속에서 인간적 아픔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과의 공감속에 자연스럽게 주제가 우러나도록 할 수 있었지 않냐는 생각입니다.아니면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주제가 노출되는 방식도 좋구요.우리의 특수상황을 거세한 뒤 동화가 되는 것이 세계시장에서 잘 먹히는 것도 아니죠.

캐릭터 - 정말 캐릭터들은 짜증이 날 정도로 우스꽝스럽더군요. 멜로디가 캐릭터들을 살려주지 못할 뿐 아니고, 그들의 행동이 너무 개연성 없습니다. 뮤지컬의 특성상 이런 개연성의 문제는 상당부분 음악으로 땜빵을 해주면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예를들어 스토리에서 이 상황에 저렇게 오버해서 사람을 죽여야 할까 하는 순간일지라도 음악과 노래가 충분한 분노와 살기를 전달하고 있다면 관객은 공감합니다) "댄싱 섀도우"는 그점이 약합니다. 솔직히 근원적으로 이해 안가는 캐릭터들에게 음악으로 개성을 부여하기도 힘들었겠죠.

솔로몬은 해군과 달군이 찾아 해메는 매우 신비로운 사람인데 왜 그리 중요한 인물인지는 끝까지 미스테리입니다. "댄싱 섀도우 - 솔로몬 비긴즈" 같은 프리퀄을 만들 생각인지...^^ 솔로몬이 신다의 뜬금 없는 수청요구를 들어주는 대목에서는 키득거리는 관객들이 제법 되더군요. 같이 간 팀원의 해석에 의하면 솔로몬이 중요한 이유는 군법34조(아녀자를 희롱치 않는다)에 저촉을 받지 않는 유일한 남자라는 것이 아닐까인데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해군과 달군이 그토록 솔로몬을 찾는 것은 질투 때문인가 보군요^^.

캐스팅은 좋습니다만 신다를 노래하는 배해선씨를 제외하고는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없었습니다. 모든 불평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공연내내 즐기기는 했습니다만 전율이 느껴졌던 순간은 "남자가 필요해"와 2막의 신다의 독창만뿐이란게 아쉽죠.
물론 "댄싱 섀도우"가 창작이고 또 초연이니까 발전할 여지는 있겠죠.

결론 : 화려하고 즐거운 뮤지컬을 선호한다면 절대 불가. 그냥 좋은 음악을 듣겠다면 고려해도 좋을 듯.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