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연주자를 듣기 시작하면 음반에 있어 콜렉터의 기질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른글에서 소개해 드렸던 세르지오 피오렌티노에 대해서도 발매된 거의 모든 음반들을 수집할 정도로 집착 했었는데 오늘 소개해드릴 Eduard Erdmann도 한때 집착했던 연주자입니다.
에르트만을 처음 접한 것은 타라(Tahra)의 에르트만 씨리즈중 3집을 통해서 입니다. CD장에 꼽기는 볼편하지만 제법 두툼한 책자와 함께한 3집은 두장의 음반에 베토벤, 모짜르트, 슈만, 슈베르트 등의 미공개 음원을 담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해설과 함께 디스코그래피도 첨부되어 그야 말로 에르트만을 공부하기 위한 좋은 교과서였죠.
이 음반을 통해 한때 슈나벨 등과 어께를 나란히 했던 한 연주자가 지금에 있어서 얼마나 잊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슈나벨과 함께 그의 슈베르트 소나타에 대한 공헌은 높히 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그의 곡에 대한 객관적이지만 건조하거나 기계적이지 않은 접근법,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 특유의 리가토, 한음 한음에 전달되는 음악적 깊이가 당시(90년대 후반)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결국 타라에서 이미 발매 되었던 1집과 2집을 구하게 되었죠.
에르트만은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는 무관심하지만 지적인 모험에는 한번 빠져들면 몰입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철학과 서적에 대한 관심, 그리고 고음악에 대한 관심, 물론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 그랬죠. 작곡가로서도 제법 좋은 성과를 나타내기도 해서 음반으로도 그의 곡들이 나와 있습니다.
에르트만의 연주들은 대부분 잊혀졌고, 타라의 음반들도 아마 구하기 힘들것입니다. 헌데 이번에 오르페오에서 슈만의 6개의 인터메쪼를 보너스 CD로 담은음반을 발행했습니다. 이미 알려졌던한스 로즈보와의 협연인 레거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디스코그래피에도 빠져 있던 새로운 슈베르트 D960 소나타가 포함되어 있네요.
같은 날의 연주로 WDR의 창고에 있었을 텐데 그의 장기인 슈베르트가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은 신기합니다. 연주 시점을 고려하면 그가 남긴 슈베르트 D960 소나타중 가장 오래된 녹음이 되겠습니다. 아직 에르트만의 진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이 음반이 거의 유일한 선택이 아닐지.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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