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는 뒷북이지만, 요즘 클래식 음반 박스셑들의 공습이 장난이 아닙니다. 거의 떠리 수준으로 창고에 뭍혀있던, 또는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음원들이 박스로 묶여 발매되고 있으니까요. 기존의 핸슬러 바흐 박스나 브릴리언트의 모짜르트 박스는 핸슬러 에디션은 이런저런 사유가 있었고, 브릴리언트야 원래 염가판 발매회사니 그러려니 하지만, 요즘은 메이저도 이런 염가 박스셑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소니/BMG의 베토벤 명곡집입니다. 60장의 CD를 3장 가격(?)에 공급한다고 하는데, 이때 세장가격은 수퍼탑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6만원임을 생각하면 60 for 3는 좀 과장된 문구라 생각됩니다만 어찌되었건 엄청난 가격이기는 하죠.
메이저 음반사 답게훌륭한 음원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진만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브론프만 / 진만 콤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빌스마 / 임머실 콤비의 첼로 소나타 전곡, 요코야마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마주어의 피델리오 등입니다.원래부터 염가였던 음반들도 있는데 최근 호평받은 진만의 교향곡 전집이3만원 정도고 여기에 협주곡집 등을 더한다 생각하면, 그 세트들을 구입하는 가격에 나머지는 보너스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만 겹치는 음반들을 피해 갈 수는 없을 듯합니다. 아무튼 적절히 염가판들을 끼워 넣고 60 for 3라고 약간은 지능적 마케팅을 하고 있어도 염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EMI에서도 이에 뒤질새라 50장짜리 박스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마찬가지로 50 for 3를 지향하고 있죠. 끌뤼땅스의 교향곡집, 페라스 / 바르비제의 바이올린 소나타집, 헝가리 4중주단의 현악 4중주집, 카라얀의 피델리오 등이 그 주요 구성입니다. 역시 이것저것 겹치는구성이고, 겹치는 구성을 뺀다면 과연 (제게 있어서) 돈값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EMI는 한술 더떠서 모짜르트와 슈베르트에 대해서도 같은 기획을 했습니다. 테이트의 교향곡집, 바렌보임의 피아노협주곡집, 소나타집, 카간/리히터의 바이올린 소나타집, 바렌보임의 피가로, 하이팅크의 코지, 자발리쉬의 마술피리 등이죠. 역시 알짜는 겹치고, 나머지는 계륵입니다.
박스 이미지가 아직 안나온 슈베르트도 메뉴인의 교향곡, 치하리아스의 소나타, 베어의 물방앗간과 백조의 노래, 비커스의 겨울나그네 등의 구성이라 하네요. 역시 게륵입니다.^^
메이저들의 이런 구성에 더해 독일 캐스캐이드에서는 87장 구성의 베토벤 전집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가격은 10만원 정도로 EMI나, 소니/BMG 스타일로 표현하면 87 for 5 정도 되겠네요^^. 마이너 레이블이지만 등장 인물들의 면면은 길렌, 릴링, 테츨라프, 리히터, 레온스카야, 슈라이어 등 구색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장수가 많은 만큼 가격대가 높은데 어찌보면 예전에 길렌의 교향곡집 구하는 가격으로 베토벤의 모든 곡들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추가 - 이 에디션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전곡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점이 그 첫째고, 제 예상과는 달리 교향곡은 길렌의 연주가 아닐 듯합니다.] 바흐의 모든 곡, 모짜르트의 모든 곡을 섭렵했으니, 이제는 베토벤의 모든곡을 섭렵할 차례라 생각하면 제게 있어서는 이 박스가 더 끌릴 수 있을 듯합니다.
아무튼 어찌보면 교묘한 마케팅으로도 보이지만 결국은 음반시장이 어렵다는 하나의 반증이라 생각되어 한편으로는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MF[ME]
*위 음반들은 참고로 주요 온라인 싸이트에서 예약을 받고 있는데 기다리는 기간이 상당히 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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