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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음악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음반들 Ver.3

by 만술[ME] 2007. 1. 4.
[마이커피님의 블로그로 부터의 트랙백 : 음악적 카타르시스]
마이커피님의 블로그에서 음악적 카타르시스에 대한 포스트를 읽고 트랙백을 했으나문제가 있어 삭제, 다시좀 더 긴 글을 포스팅 하는중에 회사 러시아 사업장으로 부터 전파된 바이러스에 의해다 완성된 포스트가 날아가는 불행한 사태를 당하고... 결국 세번째 쓰는 포스트입니다.따라서 제목에도 Ver.3라고 달았습니다^^.
제가 제법 오랜 기간 음악을 (남들보다 좀 많이) 들어오면서 느꼈던 카타르시스의 순간들을 적어볼까 합니다.재미 있는 것은 음악적 카타르시스란 것이 연주의 우수함이나, 음악 재생장비의 우수함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꼭 특별한 순간과 연관되지도 않는 (예를 들어 실연 통지를 받고 듣는 음악이라든가), 그냥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란 거죠.

1. 푸르트뱅글러 / BPO /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악장
아마 고등학교 때인가 대학 초반인가 그랬을 겁니다. 늘 듣던 성음 라이센스 LP인 푸르트뱅글러의 비창교향곡 1악장을 그냥 평범한 어느 휴일날 늦은 오전에 듣다 갑자기 음악의 고양과 함께 감정의 고양이 일어나고 눈물이 흐흐는 경험을 했습니다.전에도 이 LP를 들었고, 그 후에도 LP와 CD로 같은 연주를 들어왔지만, 이날만큼 비창의 1악장이 마음을 파고들었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기침소리와 잡음이 난무하는 낡은 녹음, 결코 모범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음악적 해석, 값싼 라이센스판, 그리고 지금 사용중인 오디오에 비하면 하이엔드 흉내만 낸 인켈 오디오라는 조간들은 음악적 감동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죠.
2. 김현식 4집 중 "우리 처음 만난 날"

이 음반은 제가 산 첫 김현식의 음반이었습니다. 물론, 테이프로 산 것이죠. 대학을 졸업후 제가 군에 간 뒤, 이 테이프는 아버님의 차에 비치되었는데, 부모님은강원도 오지에서 근무하는 아들의 면회를 핑계로여행을 다니시곤 했습니다. 토요일 저를 만나고, 일요일부터 며칠간 전국을 돌아다니시는 것이었죠. 제가 휴가를 끝내고 귀대할 때도 저를 부대까지 바래다 주시고는 여행을 떠나셨죠.저녁 노을이 지는 강원도의 들녘을 차로 돌아갈 때 차안에서 들리던 김현식의 노래 - 군에 있다는, 그리고 휴가를 마치고 귀대한다는 심정적 특수함이 그의 호소력 있는 노래와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빠져들게 했죠.
3. 호로비츠 + 토스카니니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초절정 고수 장인과 사위의 만남. 한치도 음악적 양보가 없이 끝을 향해 치닫는 음악적 롤러코스트의 쾌감. 음악만으로 아드레날린이 뿜어 나오게 하는 연주. 이커플의 스튜디오 녹음도 있지만, 이 실황 음반의 마력에는 한참 모자라죠.자주 듣기에는 힘겹지만 가끔 들으면 클래식도 이렇게 심장박동을 빠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처음 들었던 고등학교 때의 음악적 오르가즘의 충격은 쉽게 잊혀지지 않죠.
4. 코바세비치 + 데이비스 / 슈만 피아노 협주곡

가끔 들었던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지만,이곡을 이해할 수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제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던 연주입니다. 10여년전 (지금 보시는 음반과는 다른 표지였죠) 처음 구입해서 듣눈 순간 첫 피아노음부터 그 음악의 아름다움에 눈물을 찔끔 흘리게 했죠. 덕분에 이해 할 수 없던 슈만의 협주곡을 좋아하게 되었구요.
5. 다니엘스 + 오그든 / 쉐난도어

2004년인가 포스트를 통해 그해의 음반으로 꼽기도 했던 A Quiet Thing 음반의 수록곡인 "쉐난도어"를새앰프를 구하기 위해 리버맨 오디오에서 제가 쓰던 3/5a를 들고가SAM V2, 그리고 ART V2의 콤보로 연결해 들었을 때 밀려드는 음악적, 오디오적 쾌감 - 앰프를 구입하러 갔다가, 그래서 음질을 논해야할 자리에서 끝까지 그냥 음악을 들어버렸죠.그렇게 소리를 잊고 음악을 듣게 해준 조합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고가의 SAM V2를 덜렁 구입하고 말았죠.^^
아마 좀 생각해보면 더많은 카타르시스들이 있었을 것입니다만, 언뜻 생각나는 것만 추려보았습니다. 그 카타르시스의 순간들을 생각해 보면 늘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듣는 것을 취미로 한다는 것 - 정말 제 삶에 있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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