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체르카스키의 1974년 아델부르 음악제 실황을 담은 BBC Legend음반이 수입되었습니다. 라무, 베토벤, 쇼팽 등의 곡을 담은 이번 실황 음반은 기존 쇼팽 리사이틀 음반의 마법적 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BBC 레전드에서 나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쇼팽 음반은 첫곡인 녹턴 9-2의 첫음부터 듣는이를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는데 (이 음반은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해서 제법 많이 팔아먹었습니다^^) 이번 아벨부르실황도 첫곡에서 마지막의 리스트까지 그때와 같은 마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체르카스키는 스튜디오와 연주회장, 그리고 연주회 마다 연주의 결과가 늘 달라지는 피아니스트였는데, 그의 진가는 스튜디오 녹음 보다는 실황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스트디오 녹음들에 실망하신 분들이라도 이 두음반을 들어 보시면 "체르카스키 매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라무의 첫곡 부터 체르카스키는 독특한 음색과 아름다운 선율로 듣는이를 빠져들게 합니다. 두번째 곡은 너무나 유명한"비창" 소나타인데, 귀에 닳도록 들은 이 음악이 이렇게 신선하게 들릴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이 시절 베토벤의 "비창"은 어쩌면 우리가 흔히 듣는 늙은이의 비창이 아닌 체르카스키의 연주처럼 약간은 젊은 날의 가벼움이 감도는 "비창"이 아닐까 공감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곡들도 기교과 음색,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인 리스트의"돈 조반니의 회상"에 이르면 테크닉은 이미 논의를 떠난 연주의 힘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멋진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 곡이고 연주죠.
개인적으로 바라는게 있다면 아주 오래전 Decca에서 발매 했으나 절판된 체르카스키 실항 씨리즈가 다시 발매되거나 새롭게 리마스터 되어 박스셑으로 나와 주는 것입니다. (염가면 더 좋죠^^)
또는 음원을 지니고 있는 BBC에서 BBC 레전드 시리즈로 다시 내주어도 좋구요.
아무튼 오랫만에 나온 체르카스키의 음반 꼭 들어 보십시요.
MF[ME]
*온라인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신사역쪽의 신나라에 많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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