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과학혁명의 사상가 토머스 쿤

예전 제가 쓴 논문중에 "Karl R. Popper에 대한 소견 : T. S. Kuhn과 P. K. Feyerabend의 오해에 대하여"라는 제법좋은 평가를 받았던 글이 있습니다. 담당교수님이 "Beautifully written & well argued"라고 칭찬 했으니까요^^.

암튼... 얼마전 미국행 비행기에서 볼 요량으로 서점을 배회하다 "과학혁명의 사상가 토머스 쿤"이라는 신간을 발견했습니다. 샤록과 리드가 쓴 이책은 2002년에 발간된 비교적 새로운 책으로 제가 접했던 어떤 책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쿤을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은요즘은 "블루오션"에 밀려 사용빈도가 쫌 떨어진 것 같지만 이곳저곳에서 많이 사용되는 "패러다임"이란 용어로 유명한 과학 철학자, 과학사학자입니다. 솔직히 쿤 정도 되는 인물을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말하는게 좀웃길 정도죠.따라서 쿤은 이런 사람인데 이 책은 이렇게 다루었다기 보다는 그냥 책에 대해 바로 이야기 해보는게 좋을 듯합니다.

"과학혁명의 사상가 토머스 쿤"은 그간 여러학자들에 의해 곡해 되어온 쿤의 허상을 집고 넘어가면서 그의 주저인 "과학혁명의 구조",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흑체이론과 양자 불연속성"에 대해 하나하나 해석을 해나갑니다. 이를 토대로 "정상과학", "공약 불가능성" (또는 "불가공약성"으로도 번역되죠) 등에 대해 여타 학자들과의 논쟁을 다루고 평가합니다.

읽어 보건데 이 책은 쿤의 사상과 업적에 대해 비교적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약 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기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쉽고 올바르게 쿤의 입장을 정리하는 길이 될 수 있죠. 하나, 이런 장점은 평이함이라는 단점과 연결되고 말죠. 즉, 쿤의 책을 한두권 정도 읽고어느정도 파악한 사람이라면 (또는 "과학혁명의 구조" 쯤은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그리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물론, 이 책이 아주 평이한 내용만은 아닙니다. 포퍼와 파이어아벤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늘 쿤과는 어느정도 이격을 두고 생각했던 저로서는쿤의 입장에서 모든 논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되었다는 보람이 있었습니다.일부지만 제가 쿤을 곡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제법 있었던 것이죠. 쿤을 처음읽은지 거의 20년만에해설서를 통해 쿤의 입장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해줍니다.^^

더구나 오랫만에 낯잌은 이름들 - 포퍼, 파이어아벤트, 툴민, 핸슨, 머튼, 윈치 등 -을 접하게 되니 개인적으로 감개가 무량해 지기도 했구요.

쿤에 대한 이정도의 좋은 해설서가 나온다는게 기쁘기는 합니다만,제멋에 겨워 "Logik der Forschung" 또는 "탐구의 논리"라는 독일어판제목으로 부르기를 좋아했던 포퍼의 주저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가 아직도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조금은 앞뒤가 안맞는 일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만약 당시 치열했던 과학철학의 논쟁들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기를 원하신다면 예전 민음사의 대우학술총서(당시 대우가 기특하게 좋은 책들을 지원하곤 했죠)로 나왔다가 지금은 "아르케"에서 나와 있는 "현대과학철학 논쟁"(Criticism and the Growth of Knowledge)을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서론
전설상의 토머스 쿤

제1부
해설
제1장 과학 혁명의 구조
제2장 역사적 사례 연구

제2부
쟁점들
제3장 이론가들
제4장 공약 불가능성 1
제5장 공약 불가능성 2

결론
해소되지 않은 긴장

토머스 새뮤얼 쿤 연보
주(註)
옮긴이의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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