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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11월) 재미 삼아 진행하는 음악 듣기 프로젝트들 덕에 그 프로젝트 외에 듣는 음반의 숫자가 현저히 줄은 관계로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많지가 않습니다. 첫 음반은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인 (이런 멋진 한자어로 제목을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이제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의 재즈 버전 때문에 가을이면 즐겨 듣게 되는 캐넌볼 애덜리(라고 쓰고 마일스 데이비스라고 읽는)의 입니다. (Autumn Leaves)을 재즈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은 많지만 아마 캐넌볼 애덜리의 이 음반의 버전 보다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버전은 없을 듯합니다. 워낙 유명한 음반이고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명반인지라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족일 뿐이죠. 낮이라면 가을과 어울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 밤이라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2024. 11. 7.
[독서]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르트르는 마르크시즘을 20세기의 넘어설 수 없는 지평이라 이야기했고, 실제로 제 대학 시절에 지성인이 마르크시즘(당시 용어로는 )을 모르기는 힘들었고, 모든 대화의 언어에는 지지하던 아니던, 수많은 마르크시즘의 개념이 사용되었습니다. 요즘 저도 책에서 본 것을 제외하고는 부르주아/부르주아지나 프롤레타리아/프롤레타리아트 같은 단어를 접하거나 사용해 본 기억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 할까요? 제 어린 시절에 대학 시절의 마르크시즘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것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주로 셜록 홈즈로 불리기는 했지만. 아마 당시 또래 중 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셜록 홈스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홈스는 필수요, 뤼팽(당시는 주로 아르세느 루팡으.. 2024. 10. 30.
[미술]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에 관련된 추억 슈베르트의 에 대한 글을 쓰면서 비더마이어 시대의 젊은 청년들만 에 울고 웃고 하지는 않았고 역사 이래 수 없이 많은 또는 이 있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의 선배인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도 당대 최고의 미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에 대한 관념적 사랑을 불태웠고, 결국은 그녀의 발치에 묻히기를 희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유명한 나 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보티첼리가 이상화한 시모네타가 등장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저도 어릴 적 악타이온과의 에피소드에 반해 보티첼리의 시모네타 보다 더한 인 아르테미스에 대한 사랑을 품었고 이라는 습작 단편까지 쓴 적이 있습니다. 현대의 젊은 가수나 배우들이 로 불리는 것도 이런 풍부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통일 겁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2024. 10. 23.
[음악]모차르트 오페라 <미트리다테(Mitridate)>에 대한 이야기 (영상물 및 음반) [들어가는 말 - 불멸의 오페라 프로젝트]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캐나다로 이민 가는 동료의 책장 정리의 일환으로 박종호 선생의 1, 2권을 얻게 되었고, 내친 김에 그 책에 나온 오페라들을 체계적으로 들어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지만 꾸준히 진행해서 2015년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제는 2권 중반인 모차르트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와중에 는 3권이 나왔고, 그리고는 전권이 절판되어 언젠가는 새롭게 개정판을 내겠다는 박종호 선생의 호기로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지부진한 것 같지만, 제 게으름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 제 취미생활이 오페라 듣기만도 아닌지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시간이 만만치 않고, 오페라라는 것이 짧으면 두 시간, 길.. 2024. 10. 17.
[독서]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년이 온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시점에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당시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중학생에다 서울에 살았기에 군사정권에 의해 언론이 강력히 통제되던 시절에 제대로 된 내용을 접할 수도 없었고 서울에만 기반을 둔 부모님을 비롯한 제 주위의 어른들도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으며 아마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시절의 기억은 오히려 전두환에 대한 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마음속에 깊게 가지고 있던 (아마도 사춘기의 특성이 짙게 뭍은 약간은 치기 어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의 단호한 모습은 마음 한구석에서 카리스마에 대한 동경을 자아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왜 히틀러나 전두환 같은 자들에게 국민의 마음이 때로는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하는지 처절히 깨달은 계기였죠... 2024. 10. 12.
[오디오]LP 또는 바이닐에 대한 몇몇 일상과 상상 저는 단 한 번도 바이닐이라는 용어를 써본 적이 없고 LP라는 이름만 사용했는데, 요즘은 영어권의 명칭인 이 더 많이 쓰이는 듯합니다. 과거에는 길게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기능상의 장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80분 재생의 CD시대를 넘어 무한 재생이 가능한 스트리밍의 시대에 고작 한 면에 30분 정도를 담은 매체를 LP(long playing)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요리건 음악이건 재료가 중요하다는 물질주의 때문인지, 단지 서양식을 따라 하는 겉멋인지는 모르겠지만 옛 추억의 명칭을 따라 나 이라 부르지 않는 것도 신기합니다. 이러다 비닐하우스를 서양식으로 부른다고 플라스틱하우스로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근자에 있었던 LP관련 소소한 사건과 그에 따른.. 2024. 10. 11.
[독서]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 (세르히 플로히 지음, 글항아리) 작게는 우리가 늘 체험하는 물가에서부터 크게는 국제적 정치지형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비가역적으로 바꿔왔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은 2023년 출간되고, 올해 9월 번역 출간된 따끈한 신간으로 이 전쟁의 기원과 원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또는 주변에 네오나치론 같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따라 읊으며 양비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나 책의 부제가 인 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한 뒤, 현재는 하바드 우크라이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역사학자답게 세르히 플로히는 10세기 형성된 중세국가 의 기원신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기원에서 시작해서 민족주의의 부상.. 2024. 10. 8.
[영화]아발론 - 두 번째 생각 (rev. 2024.10.07) [2024.10.07 업데이트]최근에 20년이 지난 이글에 공감해주고 답글도 달아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다시금 원문을 읽다보니 부끄러워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최초 글을 올린 곳은 제가 활동하던 프리첼 동호회 게시판이었고, 형-동생하며 면접적으로 활동하던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 별도의 준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올린 글이고, 저도 20년 젊었던 시절이다보니 비문, 틀린 맞춤법, 통신체 어투, 쓸데 없는 잰채 등 지금 읽으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더군요. 그 글을 엠파스 블로그, 이후에는 지금의 티스토리로 별다른 검수없이 옮기다보니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의 흔적으로) 원문은 유지하되 앞쪽에 문맥 등을 다듬은 글을 별도로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어쩔수 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제 글을.. 2024. 10. 7.
[음악]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및 그 음반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슈베르트의 세 개의 연가곡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 슈베르트의 세개의 연가곡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들으며 LP를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세 연가곡을 묶음으로 구할 수 있는 음반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DG박스와 헤르만 프라이의 필립스 박스가 전부였는데, 당연히 누구나 추천하는 음반은 피셔-디스카우의 음반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약간은 반골기질이 있었고, 오페라, 가곡을 통해 두 가수의 노래는 이미 접했던 터라 따뜻하고 친축한 프라이의 음성에 더 끌렸습니다. 남들이 다 추천하는 피셔-디스카우가 아닌 나만의 프라이를 듣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프라이의 슈베르트 유명 가곡을 모은 LP를 만족하며 들었던 것도 한몫을 했죠. 서교동에 살았기에 가장 보편적인 음.. 2024. 9. 27.
[음악]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24-25 시즌 개막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24-25 시즌이 어제 (현지 9/23) 시즌 프리미어 공연인 테조리의 를 시작으로 개막했습니다. 아울러 주요 공연 실황 오디오를 무료로 스트리밍 해주는 서비스도 어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개시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메리 조 히스의 은퇴로 데브라 류 하더가 윌리엄 버거와 호흡을 맞춘 지 제법 오래되었는데, 목소리는 비슷한 톤이면서 좀 더 발음을 알아듣기 편해서 좋습니다. 레퍼토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메트답게 이번 시즌에도 늘 보던 공연과 새로운 프로덕션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덕션은 우선 개막공연으로 상연된 테조리의 인데, 조지 브랜트의 동명 희곡을 브랜트 자신이 리브레토로 개작한 내용으로 F-16 전투기 파일럿이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리퍼 드론을 조종하게.. 2024. 9. 25.
[오디오]FiiO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 M23 제가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과거명 MP3 플레이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아이팟 포토입니다. 다른 제품에는 관심이 없었던 제가 아이팟을 선택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우선 다른 제품 대비 용량이 커서 제가 가진 많은 음반들을 넣어 놓기 좋다는 점이 먼저였고, 다음은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필수라 할 수 있는 갭리스 플레이를 완벽하게 지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울러 인터페이스가 사용하기 편한 점도 한몫을 했죠. 다만 검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어떤 제품이나 마찬가지지만 태그 작업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부터는 모바일 환경에서 음악을 듣기 위한 별도의 장비를 사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 스타일이 음질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특히나 .. 2024. 9. 20.
[미술]<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의 인기에 편승한 뭉크와 관련 약간의 사담 [2024.09.11 update] [2024.09.11 update] 아래 원문에서 와이프의 취향 때문에 전시를 볼 것 같지 않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와이프의 변심은 아마 자신이 앞으로 노르웨이에 가게 될 일은 거의 없으니 그래도 이번 기회에 가보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 구성은 극소수의 뭉크 미술관 소장품에 세계 각지의 컬렉션(상당수 개인 컬렉션)을 모아 140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대다수는 판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유화는 정말 극소수) 뭉크가 워낙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작업해 왔기에 같은 작품이 상당수입니다. 판화라 해도 채색 등의 방법으로 다양성을 추구했기에 작품에 따라서는 이런 다양성을 체감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만,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 2024. 9. 11.
[TV]”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넷플릭스의 시리즈 를 저나 와이프는 아주 즐겁고 좋게 본 반면, 이런저런 혹평도 많아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인 듯합니다. 개중에는 영화 동호회에 올라온 글임에도 몇 회차가 진행될 때까지 두 축(펜션과 모텔)의 이야기가 다른 시간대인 사실을 몰랐다는 분도 있는 것을 보면, 저와 취향이 다른 분이 많은 듯하고 때문에 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이 있을까 싶지만 즐거웠던 몇 시간에 대한 추억이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스포일러로 들어가기전에 좋은 점과 아쉬운 점부터 언급하면, 로케이션, 촬영, 미장센, 배우들의 연기, 사운드, 의상, 소재, 주제의식 등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간 복수극이건 아니건 직접적인 피해자들의 야야기는 많았지만 이 시리즈처럼 간접 피해자의 야야기를 다룬 적.. 2024. 8. 29.
[독서]도시전설의 모든 것 (브룬반드 지음) - feat. 급발진, TWG, 바샤커피 [어떤 이야기] 모 자동차 회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순간에 다음과 같은 이라고 부르는 전자적 오류(전문용어로 )가 발생하는 전자장치를 차량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악셀을 밟은 것처럼 가속되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밟을수록 엔진은 미친 듯 가속을 한다. 또한 브레이크의 느낌은 마치 악셀를 밟은 것처럼 딱딱해진다. 이때 단순한 전기적 신호로 작동하게 되어 있는 브레이크등은 전자적 장치의 오류로 차단되어 들어오지 않으며, ECU는 풀브레이크 상태를 풀악셀 상태로 거짓 기록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사고를 (?)하는 방법은 이런 증상과 관련한 국내 최고 전문가들(정비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 전문가들은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거나 자동차 설계 등에 .. 2024. 8. 22.
[독서]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텐위빈 지음) 모회사인 의 힘이 아니고서야 이런 책으로 돈을 벌기는커녕 본전 치기라도 가능할까 싶은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의 근간인 입니다. 공개당시 오픈런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국보급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북송말기 청명절, 수도의 자잘한 모습을 그린 그림에 대한 미시적 해설서가 번역출간된 것은 놀랍기도 하고 반가운 일로 정말 글항아리 같은 출판사 아니면 엄두도 못 낼 프로젝트 아닐까 생각됩니다.  는 북송말기 수도인 변경(허난성 카이펑)의 청명절 모습을 성밖에서 부터 성문을 지나 조금 진입한 부분까지를 그린 세로 28.4cm, 가로 528cm의 으로 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채색은 되어 있지만 이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내용은 북송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저잣거리 풍경으로 (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세지만) 814.. 2024.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