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04 [독서]여성, 오래전 여행을 꿈꾸다 (의유당관북유람일기, 호동서락기, 서유록) 비록 그렇다 해도 산의 거대함을 못 보고, 마음으로 사물의 많음을 겪지 못한다면 변화에 통달하고 그 이치에 이를 수 없으므로 그릇이 비좁고 앎이 트일 수 없다. 그래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 것이다.나는 결정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이지만 강과 산이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 돌아보겠다고. 강에서 목욕하고 언덕에서 바람을 쏘인 뒤 노래하며 돌아온 공자의 제자 중점을 본받겠다고 하면 성인께서도 마땅히 뜻을 함께 하실 게다.이제야 알았네 하늘과 땅이 크다 해도 내 가슴속에 담을 수 있음을.- 김금원, (최열, 에서 재인용> 최열 선생의 역작인 시리즈 중 근간인 편을 읽다 이 인용글을 마주쳤을 때, 그 글의 작가가 조선시대 여성의 몸으로 14세 때 남장을 하고 여행을 나서.. 2024. 11. 20. [음악]패키징이 호화로운 음반들 박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음원이 다양한 패키징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했었던 김에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 패키징이 고급스럽고 호화로왔던 음반 몇 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소개할까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조금 더 나은 박스] 종이슬리브를 통해 원가절감을 하기 이전인 80~90년대 일반적인 박스는 적당한 두께의 아웃케이스에 담긴 주얼케이스에 음반을 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중 아웃케이스의 종이질을 업그레이드하고 두껍게 하면 더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필립스에서 이란 이름으로 발매한 21장짜리 세트였습니다. 이 세트는 아래 사진처럼 21장을 몇 권으로 나누어 각각 두꺼운 종이 아웃케이스를 제공했죠. [책자형 음반 패키지] 뭔가 기념하거나 설명할 이야기가 많은 경우에 많이 쓰는 방법.. 2024. 11. 18. [독서]팬데믹 이후 첫 여행을 준비하며,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팬데믹 직전 독일 쾰른과 프랑크푸르트 인근을 다녀온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몇 년간 와이프와 아이들은 다양한 나라를 매년 한 나라씩 한 달 유람 스타일로 다녔고 저는 동참했다가 휴가 일정 때문에 초반에만 함께하다 귀국하곤 했고요. 한 달 유람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제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한 달 유람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을 혼자 챙겨야 하는 와이프가 일정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그 몇 년 간이 와이프는 좋기도 했지만 나름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유가 불가능해지자 핑계김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만 치중하고 해외여행은 전혀 내켜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서, 별로 신경 쓰지 .. 2024. 11. 17. [음악]예당 클래식스 100 (aka 러시아 클래식 100선) 예당 클래식스 100 박스(저는 최후의 염가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를 구입한지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체계적으로 듣지 않고 몇몇 음반들만 골라서 들은지라, 작년 말부터 시간을 내서 순서대로 100장의 음반을 모두 들어왔고 얼마전 끝을 본 김에 이 음반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만 없다면) 여행지로 쉽게 갈 수 있고 저도 곳곳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소련 시절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저편의 수수께끼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그곳의 예술가들이 어쩌다 한 번씩 서방을 방문해 충격을 주면 신비로운 예술의 보고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호로비츠, 리히테르,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등 그 사례가 많았죠. 물론 이렇게 계속해서 러시아의 숨겨진 보물 타.. 2024. 11. 14. [독서]비잔티움의 역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더숲) 서양의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비잔티움은 동-서로마의 분리, 십자군 전쟁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약탈,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몰락과 그것이 서방에 미친 영향이나 성상파괴주의 등의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언급할 때 배경이나 조연으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도가 보통입니다. 비잔티움이라는 용어조차 스스로가 칭하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비잔티움의 시작과 끝에 대해 체계적으로 시작할 때 참고할만한 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인지도 있는 책은 비잔티움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라 할 수 있는 노리치의 지만 우선 너무 방대하고 역사학자의 전문적인 역사서도 아니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라는 모토에서 바빌론, 히타이트의 역사서를 출간한 시리즈로 2023년 가 번역 출간된 덕분에 비잔티움의 역.. 2024. 11. 10. [게임]데드 오브 윈터 : 크로스로드 게임 -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보드게임 한때 마이너 한 B급 장르로 여겨지던 좀비 이야기는 이제 국내에서도 , 같은 작품 덕에 제법 친숙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도 그 장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이 좀비 아포칼립스의 겨울이기에 날이 차가워진 요즈음 시작하기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설정] 게임의 설정은 미드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피난처에 모인 생존자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드라마처럼 플레이어들은 학교, 주유소, 슈퍼, 병원 등을 수색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동이나 수색에는 좀비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따릅니다.. 2024. 11. 9. [미술]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출간물 PDF 서비스 소개 베스트셀러인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더 친숙해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공공기관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설전 무료관람에 때때로 기획전도 무료로 개방하는 국립 중앙박물관도 훌륭합니다만, 메트 미술관의 서비스는 한 차원을 넘어선 느낌입니다.첫째로 를 통해 50만점에 육박하는 미술관의 전시품 이미지를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 이미지를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둘째로 1,700권에 이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출판물을 PDF로 무료 다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운 받을 수 있는 출판물에는 서적, 전시도록, 정간물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에반스와 윅솜이 편집한 같은 비잔.. 2024. 11. 8. [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11월) 재미 삼아 진행하는 음악 듣기 프로젝트들 덕에 그 프로젝트 외에 듣는 음반의 숫자가 현저히 줄은 관계로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많지가 않습니다. 첫 음반은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인 (이런 멋진 한자어로 제목을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이제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의 재즈 버전 때문에 가을이면 즐겨 듣게 되는 캐넌볼 애덜리(라고 쓰고 마일스 데이비스라고 읽는)의 입니다. (Autumn Leaves)을 재즈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은 많지만 아마 캐넌볼 애덜리의 이 음반의 버전 보다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버전은 없을 듯합니다. 워낙 유명한 음반이고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명반인지라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족일 뿐이죠. 낮이라면 가을과 어울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 밤이라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2024. 11. 7. [독서]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르트르는 마르크시즘을 20세기의 넘어설 수 없는 지평이라 이야기했고, 실제로 제 대학 시절에 지성인이 마르크시즘(당시 용어로는 )을 모르기는 힘들었고, 모든 대화의 언어에는 지지하던 아니던, 수많은 마르크시즘의 개념이 사용되었습니다. 요즘 저도 책에서 본 것을 제외하고는 부르주아/부르주아지나 프롤레타리아/프롤레타리아트 같은 단어를 접하거나 사용해 본 기억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 할까요? 제 어린 시절에 대학 시절의 마르크시즘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것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주로 셜록 홈즈로 불리기는 했지만. 아마 당시 또래 중 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셜록 홈스를 읽지 않는 아이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홈스는 필수요, 뤼팽(당시는 주로 아르세느 루팡으.. 2024. 10. 30. [미술]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에 관련된 추억 슈베르트의 에 대한 글을 쓰면서 비더마이어 시대의 젊은 청년들만 에 울고 웃고 하지는 않았고 역사 이래 수 없이 많은 또는 이 있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의 선배인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도 당대 최고의 미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에 대한 관념적 사랑을 불태웠고, 결국은 그녀의 발치에 묻히기를 희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유명한 나 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보티첼리가 이상화한 시모네타가 등장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저도 어릴 적 악타이온과의 에피소드에 반해 보티첼리의 시모네타 보다 더한 인 아르테미스에 대한 사랑을 품었고 이라는 습작 단편까지 쓴 적이 있습니다. 현대의 젊은 가수나 배우들이 로 불리는 것도 이런 풍부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통일 겁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2024. 10. 23. [음악]모차르트 오페라 <미트리다테(Mitridate)>에 대한 이야기 (영상물 및 음반) [들어가는 말 - 불멸의 오페라 프로젝트]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캐나다로 이민 가는 동료의 책장 정리의 일환으로 박종호 선생의 1, 2권을 얻게 되었고, 내친 김에 그 책에 나온 오페라들을 체계적으로 들어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지만 꾸준히 진행해서 2015년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제는 2권 중반인 모차르트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와중에 는 3권이 나왔고, 그리고는 전권이 절판되어 언젠가는 새롭게 개정판을 내겠다는 박종호 선생의 호기로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지부진한 것 같지만, 제 게으름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 제 취미생활이 오페라 듣기만도 아닌지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시간이 만만치 않고, 오페라라는 것이 짧으면 두 시간, 길.. 2024. 10. 17. [독서]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년이 온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시점에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당시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중학생에다 서울에 살았기에 군사정권에 의해 언론이 강력히 통제되던 시절에 제대로 된 내용을 접할 수도 없었고 서울에만 기반을 둔 부모님을 비롯한 제 주위의 어른들도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으며 아마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시절의 기억은 오히려 전두환에 대한 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마음속에 깊게 가지고 있던 (아마도 사춘기의 특성이 짙게 뭍은 약간은 치기 어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의 단호한 모습은 마음 한구석에서 카리스마에 대한 동경을 자아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왜 히틀러나 전두환 같은 자들에게 국민의 마음이 때로는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하는지 처절히 깨달은 계기였죠... 2024. 10. 12. [오디오]LP 또는 바이닐에 대한 몇몇 일상과 상상 저는 단 한 번도 바이닐이라는 용어를 써본 적이 없고 LP라는 이름만 사용했는데, 요즘은 영어권의 명칭인 이 더 많이 쓰이는 듯합니다. 과거에는 길게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기능상의 장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80분 재생의 CD시대를 넘어 무한 재생이 가능한 스트리밍의 시대에 고작 한 면에 30분 정도를 담은 매체를 LP(long playing)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요리건 음악이건 재료가 중요하다는 물질주의 때문인지, 단지 서양식을 따라 하는 겉멋인지는 모르겠지만 옛 추억의 명칭을 따라 나 이라 부르지 않는 것도 신기합니다. 이러다 비닐하우스를 서양식으로 부른다고 플라스틱하우스로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근자에 있었던 LP관련 소소한 사건과 그에 따른.. 2024. 10. 11. [독서]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 (세르히 플로히 지음, 글항아리) 작게는 우리가 늘 체험하는 물가에서부터 크게는 국제적 정치지형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비가역적으로 바꿔왔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은 2023년 출간되고, 올해 9월 번역 출간된 따끈한 신간으로 이 전쟁의 기원과 원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또는 주변에 네오나치론 같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따라 읊으며 양비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나 책의 부제가 인 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한 뒤, 현재는 하바드 우크라이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역사학자답게 세르히 플로히는 10세기 형성된 중세국가 의 기원신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기원에서 시작해서 민족주의의 부상.. 2024. 10. 8. [영화]아발론 - 두 번째 생각 (rev. 2024.10.07) [2024.10.07 업데이트]최근에 20년이 지난 이글에 공감해주고 답글도 달아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다시금 원문을 읽다보니 부끄러워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최초 글을 올린 곳은 제가 활동하던 프리첼 동호회 게시판이었고, 형-동생하며 면접적으로 활동하던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 별도의 준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올린 글이고, 저도 20년 젊었던 시절이다보니 비문, 틀린 맞춤법, 통신체 어투, 쓸데 없는 잰채 등 지금 읽으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더군요. 그 글을 엠파스 블로그, 이후에는 지금의 티스토리로 별다른 검수없이 옮기다보니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의 흔적으로) 원문은 유지하되 앞쪽에 문맥 등을 다듬은 글을 별도로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어쩔수 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제 글을.. 2024. 10. 7. 이전 1 2 3 4 ··· 81 다음